[기고] 서울대 로스쿨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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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대 로스쿨에 바란다
  • 법률저널
  • 승인 2012.03.0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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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는 오랫동안 법조실무생활을 하다가 지난 2011년 3월부터 한국외대 로스쿨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오늘 날의 대학은 제가 다닌 1980년대 초반의 대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고, 더구나 법대에서 로스쿨로 변경된 바와 같이 법학교육의 변화도 너무나 많아서 적응이 쉽지 않고 계속 노력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07년에 로스쿨법이 통과되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많은 대학이 로스쿨로의 전환을 하게 되었고 올해 초에 로스쿨 1기가 졸업을 하고 변호사시험 발표를 기다리며 사회로 진출하고 있는 지금에 있어서도 아직 로스쿨체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한편으로 저도 이제 로스쿨의 일원이 되었으니 조금이라도 기여를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년간 갖게 된 생각과 최근 로스쿨 성적 조작이라는 황당한 소식을 접하면서 서울대 로스쿨의 교수님들을 포함한 관계자분들께 몇가지 희망하는 사항을 정리하여 볼까 합니다.


첫째, 전국의 25개 로스쿨에서의 교육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울대 로스쿨이 앞장서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이미 로스쿨 1기가 졸업을 하였지만 여전히 이론교육과 실무교육의 연계, 특성화교육, 구체적인 교수방법과 시험출제내용, 법원이나 검찰의 이른바 파견 실무교육의 활용, 방학 중 실무수습교육내용, 법문서작성교육 등 제대로 정립이 되지 않아 혼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서울대 로스쿨이 우리나라에서 최고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며, 그에 걸맞게 가장 많은 교수님들이 재직하고 계시고 전국적으로 탁월하게 우수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재학 중에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느 로스쿨보다 체계적이고 역량있는 로스쿨 교육이 행해지고 있을 것으로 보여지므로 그동안의 업적 내지 성과를 다른 로스쿨에게도 자료제공과 시범교육, 출제문제 공개 등을 통해 공유할 수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바야흐로 사법시험 시대를 지나 교육을 통한 법조인양성이란 소망에 따라 변호사시험 성적도 공개하지 않고 있기에 로스쿨 교육의 내실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25개 로스쿨로 나뉘어 교육이 행해지고 있기에 이전의 사법연수원에서의 균질적인 교육이 불가능하고 또한 시대에 따라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아직 로스쿨 교육 경험이 미약한 반면에 곧 전 세계적인 법률시장 개방이 가속화될 상황이기에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로스쿨 교육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선도 로스쿨인 서울대 로스쿨에서 큰 기여를 하여야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둘째, 서울대 로스쿨은 로스쿨 입학정원이 150명이나 되어 그 다음으로 많은 몇몇 대학의 로스쿨보다 최소 30명이나 더 많습니다. 물론 위 150명도 미국 등의 큰 로스쿨에 비교하면 결코 흡족한 수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로스쿨만 유일하게 최고로 많으며, 이에 대해서도 국민 대다수가 이해하고 나머지 로스쿨들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서울대 로스쿨의 입학생 현황보도를 보면 150명 중에서 ‘100명’ 내지 ‘거의 100명’이 서울대 학부 졸업생이고 나머지 50여명은 극히 일부의 소위 명문대학이나 다른 나라의 유명대학 출신이라는 사실입니다. 만일 자기 대학 학부출신은 2/3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 아니었다면 위 50명의 대부분도 서울대 학부출신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참 당황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 50명의 출신분포는 더욱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서울대 출신 아닌 학생들의 성적이 나빠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다른 대학 출신의 탁월한 인재들이 서울대 로스쿨을 많이 지원하였을 것인데 그들 중 가령 50등이 서울대 학부출신 100등보다 못하다고 한다면 이는 정말 엄청난 문제가 아닐까요. 혹시 시험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까. 만일 그것이 아니라면 이는 하루빨리 깨부수어야 할 우리나라의 엄청난 재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장의 성적이나 소위 스펙만을 보지 마시고 다른 대학 출신에게도 너그러운 눈길로 바라보시길 바라며, 근시안적 성과가 아닌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대학입시에서 지역균형선발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울릉도에서 학원도 한번 가보지 않은 학생이 서울대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서울대 로스쿨도 최소 30명에 한해서라도 지방의 작은 대학에서 잠재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방안은 어떨까요. 위 초과 30명이 없다손 치더라도 서울대 로스쿨은 다른 대학 로스쿨과의 경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위 30명 중에서 정말 미래의 참인재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서울대 로스쿨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로스쿨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당당히 부여될 것입니다. 이것이 정말 참되고 보람이 넘치는 교육의 힘이고 기쁨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최근에 언론에 보도된 성적조작에 대한 지적을 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대 로스쿨에서 실제 수강인원이 아닌 최초 수강신청자를 기준으로 학점을 배분하여 실제 수강인원에게는 A, B와 같은 좋은 학점만 준다는 보도내용이 정말 사실이라는 말입니까? 그렇다면 수강을 철회한 유령인간들에게 C, D 등의 학점을 준 것처럼 조작하였단 말인가요? 도대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저는 상상도 못할 소식이었습니다. 학사경고자가 다른 로스쿨의 경우에 평균 5-6% 정도인데 서울대 로스쿨은 0.48%라고 하니 위와 같은 내용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서울대 로스쿨에는 법전원협의회 전현직 회장님들이 모두 계시고 법조윤리를 대표집필하신 분도 계실 뿐만 아니라 어떤 이슈만 생기면 최고로 적극적으로 비판하시던 분들이 매우 많은데, 위와 같은 성적 조작이 별다른 문제가 없단 말인가요. 평생 남을 비판만 하였기에 자신의 잘못은 보이지 않는가요.


언론보도에 의하면 다른 로스쿨과 달리 재수강제도가 없어서 피장파장이라고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재수강자가 생길 여지가 없을 것이며, 서울대 학부에서 운영하고 있었기에 로스쿨에도 그대로 반영하였을 뿐이라는 변명도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만일 학부에서도 그렇다면 정말 서울대는 총체적인 꼼수덩어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최근의 프로 스포츠 경기의 승부조작과 무엇이 다른가요. 로스쿨 학생들을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그렇게 하였겠지만 그러한 불법과 꼼수를 가르쳐서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이 나라에 이미 무수한 꼼수들이 설치고 있는데, 아직도 부족하단 말인가요.


위 소식을 듣고 한국외대 로스쿨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로스쿨 학생들은 다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당수 교수들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서울대 로스쿨 학생들은 수강신청을 하였다가 1-2개 과목을 수강철회하여 최초 수강신청자 수를 늘려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정말 이렇다면 교수들과 학생들이 이심전심으로 합작하여 비열한 성적 조작을 정말 조직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이런 상황에서 로스쿨 재학생이나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좌절하거나 기를 쓰고 서울대 로스쿨 진학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로스쿨 간판 외에 무엇이 또 필요하단 말인가요. 정치인들은 그래도 들키면 빈말이겠지만 ‘국민께 송구하다’고 변명이라도 하는데, 서울대 로스쿨에서는 위와 같은 일이 별로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서울대 로스쿨은 질시와 모멸의 대상이 되며, 서울대 로스쿨의 성적표는 앞으로 영원히 휴지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당장 로스쿨 출신의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서울대 로스쿨이 지탄의 대상이 되든 말든 학생들의 취업률도 압도적 1등을 하여야 한다면 서울대 로스쿨로 인해서 우리나라 로스쿨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공멸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요.


서울대 로스쿨의 교수님들, 학생들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 서울대 로스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로스쿨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크게 생각하고 크게 행동하여 주시길 간곡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3차 시험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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