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에게 듣는다> 원주시 중앙동사무소 이현숙 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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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에게 듣는다> 원주시 중앙동사무소 이현숙 동장
  • 법률저널
  • 승인 2011.08.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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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시 중앙동사무소 이현숙 동장/ 75년 8월 임용

 

 



“지방직은 국민 생활 곳곳에 닿는 종합행정, 민원인과 같은 눈높이 유지해야”

 

 



? 공무원 생활을 하게 된 이유

! 1975년 2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지방직 9급 공채 시험을 쳐 합격했다. 부모님의 권유와 시기적으로 잘 맞게 나온 모집공고로 우연히 시험에 응했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만으로 시험을 봤다.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일반사회, 국사였다. 경쟁률은 15대 1정도로 기억하고, 지금 시험 수준에 비해 36년 전이니 쉬웠을 것 이라 생각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시엔 과락자가 나올 정도로 어려웠다.



? 지방직 신규 임용자들은 실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 바로 실무에 투입된다. 대체로 민원처리 및 현업업무를 한다고 보면 맞다. 지방직은 국가직과는 다르게 종합행정이다. 때문에 민생안전에 닿지 않는 부분이 없다. 농사 업무에서부터 시작해 문화생활까지 직접적으로 모든 부분에 연관되어 있다. 일이 있으면 비상근무도 해야 한다. 특히 우리 동의 경우 시내 중심가에 놓여있고 지역상 빈부 격차가 있어서 다양한 민원인들을 대하게 된다. 사업하는 분들도 많고 어려운 분들도 많다. 주민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다. 부처별로 전문적인 업무를 하는 국가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 지방직은 민원처리가 가장 힘들다는데

! 신규 임용자들은 아무래도 적응 기간 동안 주민들과 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요즘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민원인에 맞춰 자세를 낮추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학교 다닐 때의 마음으로 민원인을 대하면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세, 태도, 말씨까지 민원인에 맞춰 조절을 해야 한다.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사소한 단어 사용까지 조심스러워야 한다. 상황이 어려운 분들의 경우 잘 맞춰 대하지 않으면 민원인을 낮춰본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일단 공무원이 됐다면 학력이 높든 낮든 꼿꼿한 자세를 버리고 민원인과 같은 눈높이를 유지해야 빨리 적응할 수 있다.



? 너도나도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있는데

! 공무원은 일명 철밥통이라고 불리며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로지 그것만 바라보고 뛰어들 직업은 아니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공무원에 대한 정보가 많다. 공무원 조직에 대해 제대로 알고 뛰어들어야 한다. 특히 지방직과 국가직의 차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지방직 공무원이 되고 싶다면 지방직 공무원의 행정분야가 어떤 것인지는 숙지하고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생각과 현실이 일치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바깥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자존심 상하는 일도 발생될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을 미리 생각하지 않고 들어오게 되면 현장이 어려워질 때 견디기 힘들다. 30년 전에 비하면 공무원 근무 환경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안정성만 바라보고 공무원 마인드가 없이 조직에 들어오면 근무 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본다.



?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임용되는 신규 공무원들에 대해

! 요즘 신규 임용자들은 대부분 똑똑하고 개성도 강하고 하려는 의욕이 넘쳐 개인적으로 아주 좋게 보고 있다. 우리 사무실에도 신규 여직원이 있는데 4년 대학생활이 사회생활 적응에 도움이 된다는 걸 지켜보면서 느낀다. 이 직원은 대학생활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자신이 노력으로 인해 공무원 조직에 침투하는 속도가 빠르다. 또 무언가 가르쳐주면 쉽게 알아듣는다. 동장이라고, 선배 공무원이라고 신규 직원에게 일일이 시키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본다. 시대에 맞게 준비된 상태에서 임용되는 신규자들을 동생, 자식 대하듯 잘 이끌어만 준다면 잘 따라온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다.

하지만 적응을 못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본인이 변해야 하는데 그렇질 못한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3년에서 5년을 버티면 그 후로는 비교적 안정을 찾게 되는데 그 기간을 못 버티고 퇴직하는 후배들이 있다. 그런 경우 대부분 많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공무원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직한 사람은 어느 조직을 가도 적응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공무원 조직은 특별히 어려운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 현재 공무원 조직에 대해

! 예전에는 한 업무에서 처리해야 분야가 2~3가지 정도였다면, 지금은 조직·업무 등이 세밀하게 나뉘어져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을 요구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예전보다 업무 처리가 타이트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행정· 후생복지 환경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져 별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 기록하는 일만 해도 예전에는 모두 펜과 종이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모든 업무가 전산화되어 빠르게 처리가 가능해졌다. 요즘 젊은 공무원 중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후배들에게 부정적이지 않은 편이다. 요즘 공무원에 임용되는 후배들은 모두 좋은 자원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선배 공무원들이 잘 이끌어주면 충분히 자신들의 방향을 잘 설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무한경쟁시대에서 우리 후배 공무원들이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있도록 선배들이 후배들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오랜 공직생활 중 보람을 느꼈던 에피소드

! 동장 발령을 받았을 때 직원들과 개별적인 대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우리 사무실에서 청소를 하시는 아주머니께서 2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딸과 연락이 끊어진 채 지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주머니는 평생 소원이 있다면 딸의 생사라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나는 직원들과 아주머니의 딸을 찾으려고 전산망을 동원, 20여일 만에 딸을 찾았다. 그 사실을 아주머니께 말씀드렸을 때, 아주머니께서 눈가에 눈물이 글썽이며 고마워 어쩔 줄 몰라 하셨다. 모습을 보면서 느낀 보람됨이 공무원 근무 기간 중 가장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현재 모녀는 서로 연락을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 공무원 생활 중 특별했던 경험

! 89년도로 기억하는데, 당일이 일요일이어서 집에서 아이를 보고 있었는데 사무실에서 비상근무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유도 모른 채 사무실에 도착하니 북한의 이웅평 대위가 전투기를 몰고 남한으로 내려와 국가적 비상사태가 발생되었다는 것이다. 시가지는 사이렌이 울리는 등 난리였다. 순간 어쩌면 이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스쳤다. 3살이 된 어린 딸아이 얼굴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면서 시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내가 돌아가지 못하면 딸아이, 시아버님과 안전한 곳으로 피하라는 말씀드렸던 기억이 난다.

동요하는 직원들 가운데 겁에 질린 직원이 피신에 대해 언급했더니 당시 동장님께서 “공무원이 무슨 피난 갈 생각부터 하느냐” 라고 하시면서 동민을 안전하게 대피 시킬 생각을 먼저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공무원이란 비상시에도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라는 걸 처음 깨달았다. 공무원은 전쟁이 발발해도 내 가족이나 개인의 안전보다 조직과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의 신념이라는 걸 느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긴장되는 경험이었다.



? 면접을 앞둔 수험생에게

! 어느 조직이나 같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특히 공무원을 동경하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폭넓은 시선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알아야 바람직하고 발전하는 공무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나 하나의 생각과 행동 등이 우리 조직과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면접 준비과정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생각하고 각자의 인성을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공무원이 되고 싶은지도 설정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 임용을 기다리는 예비 공무원들에게

! 임용을 기다리는 시간을 그냥 낭비하지 말고 공무원 생활이 어떤 것인지 정보를 많이 접해봤으면 좋겠다. 국가직, 지방직에 맞는 책들도 많이 보고 마음의 양식을 쌓아서 들어오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보통 신규 임용자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계획 수립이기 때문에 미리 선배들이 게시해놓은 계획서를 봐두는 것도 좋다. 각 부처 사이트에 들어가면 선배 공무원들이 작성해서 올려놓은 계획서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그 틀을 익히고 각 업무 분야에 따라 계획수립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공부해두면 한결 업무 적응이 빠를 것이다.

임용이 되면 항상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선배를 대하고, 동료 간에도 예우를 지켰으면 한다. 요즘은 선배보다 신규 임용자들의 지적 수준이 더 높다. 하지만 지식과 관계없이 오랜 업무 추진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아직 갈 길이 먼 수험생에게

! 아무리 힘들어도 꾸준히 노력하고 자신의 길을 가면 바늘구멍 같은 합격문이라도 넘지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힘들고 어려운 시간 속에 있는 친구들이 실망해서 책을 덮는 일이 없길 바란다. 시험에서 몇 번 떨어졌다고 해서 포기하기보다는 노력하는 이에게는 언제든 길이 열려있다는 마음으로 묵묵히 준비해서 공무원 가족 되어주길 바란다. 보수적인 공무원 조직에 젊고 좋은 인재들이 많이 들어와 잔잔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주기를.....

 

 

 


조은지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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