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도 행시 2차시험 문제 및 해설-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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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행시 2차시험 문제 및 해설-정치학
  • 법률저널
  • 승인 2011.07.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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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베리타스학원 정치학전임

지난 주에 정치학시험의 총평에 이어 이번 주에는 정치학 시험문제에 대한 해설을 부탁받고 간략하게 올해 문제를 풀 때 주안점을 두어야 할 부분을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주 총평에서는 올 해 시험의 특징을 한국정치학계가 내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3 분야인 국제정치와 정치사상 그리고 비교정치(제도정치)에서 각기 한 문제씩 출제되었다는 점을 먼저 말씀 드렸습니다. 개별적인 분야에 대한 총평으로는 최근 국제정치 분야는 실제 국제정치답게 이론과 현실을 모두 묻는 방향으로 출제되고 있습니다. 또한 사상문제나 비교정치문제는 기출문제의 패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나왔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1 번 국제정치문제가 시사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 경향은 최근 외시의 국제정치학에서도 나타나는 경향입니다. 따라서 향후 국제정치학을 준비하는 공부의 비중을 늘리는 것 뿐 아니라 시사적인 부분에 대한 대비도 보강하는 것을 조언했습니다. 다른 두 문제는 과거의 기출문제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씀 드렸는데 이것은 원리를 잘 알고 원리를 가지고 너무 어렵지 않은 주제들을 평상시에 잘 대비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좀 더 앞서가는 수험생이 되기 위해서는 최근 한국정치의 현안을 여기에 어떻게 대입하면 좋을 것인지 미리 대비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도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올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겠습니다.

 

2011년 행시 정치학 문제

 

제 1 문. 최근 중국의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고 신흥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국제정치적 역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정치질서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의 정치경제 모델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중국의 정치경제모델에 대한 개발도상국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총 40점)

 

1) 중국의 정치외교적 부상이 21세기 국제정치질서의 변화(특히 G2 체제의 출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하시오. (20점)

2)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로 알려진 미국의 정치경제모델과 베이징 컨센서스(Beijing Consensus)로 알려진 중국의 정치경제모델의 주요내용을 비교 평가하시오.(20점)

 

먼저 1번 문제부터 봅시다. 이 문제의 지문에서는 ‘중국의 성장’과 ‘미국발 금융위기’와 ‘미국의 정치경제모델’과 ‘중국의 정치경제모델’과 ‘개발도상국들의 관심’이라는 용어들이 등장합니다. 모든 문제는 지문에 가장 많은 힌트가 들어있으므로 이 지문의 힌트로 볼 때 중국의 성장이 미국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대체할 것이라는 중국성장에 대한 현실을 정치경제학모델을 가지고 질문하고 있습니다. 즉 지문에서 얻을 수 있는 힌트는 중국의 성장에 따른 현실적인 측면에서 정치경제의 주도권과 함께 이론적인 측면에서 정치경제모델의 우월성의 논쟁을 묻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힌트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실제 세부적인 문제 1)에서 중국성장이 국제정치질서에 미칠 영향을 묻고 있는데 이때 ‘국제정치질서’라는 것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출제자의 인식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국제정치질서를 이야기 할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국제 정치질서의 핵심은 힘의 관계 즉 권력관계를 이야기하고 여기에는 다시 국제안보관계와 국제경제관계가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런 권력관계를 뛰어넘어서 문화와 인식의 영역으로 확장하면 국제문화의 영역이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성장은 국제관계라는 큰 틀에서 정치적 질서와 역학관계, 경제적 질서와 역학관계, 사회적 질서와 위상과 인지의 관계라는 포괄적인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지문에서는 이 문제의 전체적인 방향이 국제경제질서의 현실적인 변화와 이론적 타당성과 위상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 나타납니다. 게다가 1) 문제의 지문에는 (특히 G 2체제의 출현)까지 명시해서 혹시나 수험생들이 너무 시야를 넓혀서 국제질서의 군사적인 힘의 관계와 정당성의 관계 그리고 경제적인 측면의 변화와 인지와 정체성 그리고 문화적인 수렴정도 등 까지 넓히는 것을 주의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매우 친절하시게도.

 

어쨌든 여기서 배우실 중요한 것은 모든 문제를 내는 사람이나 책을 만드는 사람이나 논문을 쓰는 사람들에게 ‘(특히 정치학의 분야에서)’ 공통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궁금한 것이 보통 한가지라는 점입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론을 만들고 역사를 들여다보고 책을 쓰고 논문을 만듭니다. 문제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답안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너무 확대해서 이것저것 많이 서술하려고 하면 정작 문제를 만든 사람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못하게 됩니다. 이 부분은 정치학을 포함한 사회과학 공부에서 가장 빠지기 쉬운 잘못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뿐 아니라 모든 문제를 풀 때 항상 이 문제를 낸 출제자가 가장 알고 싶은 한 가지 질문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고 이것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핵심질문(core question)’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용어의 명칭과 관계없이 수험생 여러분들은 출제자의 가장 궁금한 이 한 가지 질문을 찾아야 합니다. 그 질문을 못 찾으면 결국 이런 저런 이야기와 수많은 이론들을 ‘나열’하면서 출제자가 원하는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마는 답안이 됩니다. 이것이 제가 볼 때 정치학 점수가 낮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위의 문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그렇다면 무엇인가로 돌아옵시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과연 중국의 현실적인 성공이 이론적으로도 타당하고 이것을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따르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점입니다. 문제의 표면적인 해석으로만 봐서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사고력을 넓혀보면 더 흥미로운 질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중국모델이나 개도국들의 중국에 대한 지지의 증대는 한국과는 특별히 관련이 없습니다. 그럼 굳이 우리가 궁금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가 없는데 왜 시험에 냈을까요? 출제자가 혹시 자랑하기를 좋아하는 중국인일까요? 아니면 출제자로 개도국가의 우수한 인재를 초빙해서 여러분에게 시험문제 출제를 의뢰해서 그들이 알고 싶은 것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고 싶은 것일까요? 단언컨대 이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 출제자가 한국의 관료가 되고자 하는 수험생에게 왜 도대체 중국성장과 중국모델 그리고 개도국의 지지를 묻고 있는 것일까요?

 

이 문제를 포함하면 훨씬 출제자의 의도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한국은 개도국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미국식모델을 따르는 가장 이상적인 국가도 아닙니다. 또한 중국모델을 따르는 나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의 영향을 무척 많이 받고 있고 이것은 한국에게 기회이자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즉 현실적으로 중국의 성장은 국제질서의 변화를 통해서도 한국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중국성장 그 자체를 통해서도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과 중국의 희토류라고 하는 물질에 대한 경쟁은 반도체와 깊은 관련을 가진 한국에 치명타를 줄 수도 있는 사안이 되고 있는데 이런 사례는 한국이 얼마나 중국의 영향력 하에 의존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중국의 성장은 현실적으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학문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게다가 학문적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자본주의의 다양성논쟁은 국가들의 정치경제모델이 반드시 미국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한국정치학회에서 출판한 『정치학이해의 길잡이』라는 책의 정치경제 편에도 자본주의다양성 논쟁으로 소개가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이 논쟁과 무슨 한국적 관련이 있는가라고 의아하실 수 있습니다. 1990년대 미국경제의 회생과 미국의 재부상과 패권국가화는 미국식모델 즉 워싱턴 컨센서스라고 하는 시장주도적인 질서에 대해 전세계적인 찬사 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자신들 모형을 따르라는 엄청난 지적이고 정책적인 압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외환위기를 맞이한 국가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IMF에 손을 벌리게 되고 이 IMF는 미국식 질서를 강조하는 이들이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미국식 시장 주도적인 질서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다시 세계경제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2008년 금융위기는 일순간에 미국식 질서의 폐해가 둑을 터뜨리고 쏟아져 나온 물줄기처럼 분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나서 많은 사람들이 그 이전에 자본주의는 각 국가들의 상황에 맞추어져야 하는 역사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들이 있었지만 자신들이 그런 경고를 무시했다는 것을 배우게 된 것입니다. 그러자 한국도 과거 한국적인 모델이 과연 나쁜 것이었는가? 그것이 미국방식모델로 대체될 필요가 있었는가? 아직 대체되지 않고 남은 과거의 유산들이 훨씬 한국의 정치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질문들을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올해 1번 문제는 “시장 중심적인 모델로 통칭되는 워싱턴컨퍼런스와 국가주도적인 모델로 통칭되는 베이징콘퍼런스를 보면서 한국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라는 문제제기로 좀 더 좁힐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더 재미있게 접근해 들어가면서 출제자들 혹은 채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미국체제가 서서히 붕괴하고 중국체제가 급부상하는 것과 이를 정당화하는 모델들 간의 관심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성공과 실패라는 현상적인 잣대를 가진 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잘나가는 사람은 배울 것이 많고 지금 별 볼일 없이 되는 사람은 잊힌다는 것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너무 당연한 이 주제가 왜 사회과학자들의 관심을 더 끌까요?

 

그것은 물론 한나라의 실패와 성공은 그 나라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나라가 설정한 경제구조를 운영하는 모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공부를 좀 깊이 있게 하다보면 꼭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웁니다. 성공과 실패에는 운이라는 요소도 많이 작동할 뿐 아니라 모델 자체의 문제보다는 운영상의 문제로 나라의 국운이 쇠락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 모델들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부침이 있는데 그 부침에서 보면 주인공이 되는 나라만 달라지는 경우도 있는 것입니다.

 

국가의 개입을 통해서 시장을 구축하고 생산과 소비분야를 통제하면서 성장을 이루는 것이 중국식 모델의 기본입니다. 따라서 이 모델은 가장 단순하게는 미국식 모델과 국가를 중시할 것인가와 시장을 중시할 것인가에서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국가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정하고 어느 영역까지 개입하고 관리할 것인지와 시장에 대한 자유를 어느 정도 부여하면서 성장을 이끌 것인지를 정해야 합니다. 게다가 이런 성장의 이면에 있는 분배와 복지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에 있어서 미국모델과는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베이징 컨센서스의 근간은 이미 지난 시간에 이야기 드린 대로 한국의 발전주의 모형인 ‘박정희식 모델’입니다. 중국의 베이징 컨센서스는 ‘박정희식 발전모델’을 모방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이 정치경제운영방식에 라모라고 하는 미국인 학자가 이름을 붙여 준 것입니다. 그런데 박정희식 발전모델은 정치경제학에서 ‘후후발 국가 모델’로 불리며 이 모델들은 대체로 후발 국가모델(독일과 일본이 중심이 되는 모델)을 모방한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박정희식 모델의 원류는 ‘일본식 계획경제모델’입니다. 그리고 일본의 계획경제모델은 1870년대의 일본 메이지국가에서 차용한 모델입니다. 그리고 이 당시 일본은 프로이센과 통일기 독일을 근간으로 하여 이들을 모방하고 수용하였습니다. 따라서 역사적 줄기를 따라가면 ‘중국모델 → 한국의 박정희 모델(후후발 국가모델) → 일본의 메이지 모델(후발 국가 근대화모델) → 프로이센 모델(후발 국가 근대화모델)’의 원류를 역으로 추적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의 영향력의 원류를 찾아가는 화살표를 보시면 굉장히 놀라운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독일을 1차 대전 전에 엄청난 성장을 해서 1900년대로 진입할 무렵 당시 세계패권의 지위에 있던 영국을 추월하였습니다. 그리고 1차 대전의 패전과 2차 대전의 패전으로 다시 강력한 국가의 지위에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1980년대까지 다시 부흥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지만 통일이후 다시 국력이 상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비슷한 역사적 과정을 거쳐서 아시아에서 엄청난 제국을 건설하였지만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했고 1960년대 다시 부활에 성공해서 세계 경제 2위가 되었지만 1990년대 이후 경제적으로는 어둠의 터널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박정희식 모델을 근간으로 하여 1980년대에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와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휘말리면서 추락했고 또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 다시 성장과 분배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이 뭔가요? 국가주도적인 발전을 꾀했지만 중간에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부흥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일련을 주기를 보여줍니다.

 

반면에 워싱턴 컨센서스는 영미계열의 시장주의 논리입니다. 이 입장을 가장 성공적으로 대변한 국가는 18세기에서 19세기의 영국과 20세기의 미국입니다. 영국은 2차 대전을 끝으로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영국을 이은 미국이 20세기를 주도했고 21세기에도 가장 강력한 국가의 지위에 있습니다.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는 이들 나라들 역시 부침을 했습니다.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서 언제 해가 뜰지 잘 모르겠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미국은 1960년대 이후 경제적 난국을 1990년대 IT산업으로 다시 헤쳐가고 있습니다.

 

이런 역사적 부침을 보여드린 이유는 국가들의 성공과 실패가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 시대에 가장 강력한 국가가 되는 나라나 강력한 국가군에 들어가는 나라들이 바뀔 수 있는 것은 그 당시의 국가가 사용하는 모델이 우수한 면도 있지만 이 모델이 시대상황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의 현재 경제적인 위기와 금융부분 통제의 실패를 보면서 역으로 중국의 성장으로 인해 중국이 세상을 금방 뒤집어엎고 이에 따라 모든 나라들이 중국식 모델을 차용할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이 나라들이 가진 모델들에 의해서 결정되는 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고 역사를 너무 단편적으로 보기 때문에 생긴 실수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보면 중국성장에 따라 향후 질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이고 그중에서도 정체경제를 운영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가를 설명할 때 두 가지를 첨부해서 질문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하나는 한국은 중국성장과 중국모델의 유명세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성공과 실패에 너무 의존하여 단편적인 시각으로 이 모델의 장단점을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두 가지 추가 질문은 한국의 현실을 고민하는 미래의 한국엘리트로서의 자세와 역사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살펴보는 균형감 있는 관료로서의 자세라는 측면에서 크게 여러분의 답안을 부각시킬 것입니다.

그럼 2 번 문제를 보겠습니다.

제 2 문.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은 국가와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매개체이다. 지난 한 세기동안 유럽에서는 이러한 정당이 사회상황에 따라 대체로 간부정당→대중정당→포괄정당 또는 선거전문가 정당→카르텔 정당으로 변화해 왔다. (총 30점)

1) 정당 조직적 측면에서 대중정당, 포괄정당, 선거전문가 정당의 차이를 설명하시오. (16점)

2) 대중정당에서 포괄정당으로, 포괄정당에서 카르텔 정당으로 변함에 따라 정당의 기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설명하시오. (8점)

3) 한국정당의 개혁방안 가운데 하나인 대중정당모델이 갖는 한계를 설명하시오. (6점)

 

2번 문제를 보고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이 문제를 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많이 발전했다”입니다. 무엇이 많이 발전했는가 하면 출제자들의 유머(?)수준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점수배점을 가장 흥미롭게 재배열한 문제라는 점에서 출제자의 점수배점에 대한 강박증 같은 것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서술할 내용도 그 점수 분량정도로 감안하고 내셨겠지만 말입니다. 시험장에서야 긴장해서 이것이 흥미롭다는 생각을 가지긴 어려웠겠지만 외부에서 문제만 받아볼 때는 문제의 배점 부여방식은 흥미롭기는 합니다.

2번 문제는 지난 시간에 총평에 썼던 것처럼 ‘원내정당화논쟁’이라고 불리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국정당의 현 상황과 미래지향성을 둘러싼 논의를 묻고 있습니다. 더 깊숙이는 미국식 모델을 지향할 것인지(원내정당화) 혹은 유럽식모델을 지향할 것인지(대중정당화)에서 한국의 현실은 어느 것이 더 타당한가를 묻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결국의 2-1)의 정당모델간 차이나 2-2) 정당기능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2-3)의 한국정당정치의 방향에 있어서 과연 대중정당이 가능한가라고 하는 문제에 쏠리게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2-3)의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입장 표명과 그 근거가 중요하고 이것을 잘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점수 배점상 이것을 많이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전체 답안의 인상과 배점의 포인트를 얻는 정도에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지문에 출제자의 의도가 거의 다 드러나 있습니다. 즉 지문과 실제 문제 2-2)에 보면 서구정당의 역사적 경로를 2번이나 제시했습니다. 따라서 이 경로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일 수 있다는 출제자의 정당정치관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경로를 따를 때 대중정당은 이미 낡은 모델이기 때문에 한국에 적용되는 것은 역사적인 이유에서도 타당하지 않은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역사가 모든 나라에 동일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면서 출제자와 입장을 달리해서 자신의 견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즉 유럽의 역사적 경로와는 다르지만 한국의 현재 정치적 상황이 유럽의 이념적 간격이 큰 정치 상황이었던 1960년대 이전과 유사해지고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여 한국이 반드시 원내정당화를 추구할 것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2-1)이나 2-2)에서 이론적인 기억을 통해서 공부의 차이와 아이디어를 보여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당정치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국가들이 정당을 어떻게 인식하며 유권자들이 정당에 대해 얼마나 호감과 충성심을 가지는지 그리고 그 사회의 이념적인 분화가 어떠한지에 따라 한국이 대중정당이라는 유럽식 제도화를 꾀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식 제도화를 꾀할 것인지를 보여주면 ‘비교정치’라는 세부범위에 잘 맞는 ‘비교’가 잘 드러나는 답안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수험생들이 반드시 기억할 것은 비교정치의 영역인 제도나 비교민주주의론의 분야에서 고득점은 ‘비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 제도가 어느 나라 작품인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마지막 3번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제 3 문.

홉즈(Thomas Hobbes)의 사회계약론은 자기를 보존하려는 인간의 선택에 의한 절대국가의 성립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그의 사회계약론의 출발이 되는 자연상태에서 개인이 처한 상황은 게임이론의 ‘죄수의 딜레마’상황과 유사해 보인다. 두 상황사이의 유사점을 제시하고, 그 유사점이 현재 정치에서 갖는 함의에 대해 논하시오. (30점)

 

3번 문제를 보면 올해 문제가 점수배점을 두고 얼마나 유머러스하게 출제를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세분화된 문제를 가진 문제가 아니라 통으로 점수를 30점으로 배점한 문제입니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수험생에게 한 가지 더 어려운 부담을 줍니다. 그것은 점수배점과 목차구성의 창의성을 따를 것인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위의 지문은 홉스의 자연 상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절대국가의 성립이라는 정치사상의 주제를 행태주의정치학의 기본이 되는 게임이론의 죄수의 딜레마와 비교하고 있습니다. 사상문제를 어렵지 않게 일반적 접근이 가능한 수준에서 내려는 출제자의 의도가 권력과 인간과 국가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홉스의 『리바이던』 이야기를 수학적 계산을 통해서 절대적인 해답에 도달하고자 한 행태주의의 게임이론과 등치시켜 버린 것입니다. 물론 비유적으로 두 이론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상대를 믿지 못하는 조건에서 과연 인간은 어떤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이런 개인적 선택이 사회적 선택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의 측면에서는 비유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상호 배신하는 것이 사회적 선택이라는 점과 이것이 개인적으로는 필연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합리적이지 않고 필연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가정한 가정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임이론은 인간의 본질보다는 주어진 조건에서 선호도가 어떻게 계산되며 이것이 얼마나 보편적인가를 이야기 합니다. 따라서 죄수의 딜레마는 홉스가 말한 인간이 초기조건으로서의 자연상태가 아니고 사회적 상황 중의 특별한 상황을 이야기 합니다. 다시 말해 홉스의 이론은 모든 인류가 직면한 국가건설의 보편적인 이론화를 인간과 권력추구라는 본질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라면 게임이론은 수십 가지 아닌 수천 가지 경우의 수 중에서 특정한 상황인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어떻게 죄수들이 해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런 점에서 인간에 대한 가정과 자연상태 그리고 국가를 구성하는 이유 등에 있어서 홉스의 이론은 게임이론이 볼 수 없는 부분들을 보여줍니다.

 

실제 시험장에서 주어진 시간 안에 목차를 좀 더 자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홉스와 게임이론이 유사점보다는 실제 차이가 많이 있다는 점을 어떻게 절제력을 가지고 전달하는 가일 것입니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줄이면서 출제자가 좀 더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서술하는가를 정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만약 정치학박사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본다면 이 문제가 가진 이론간 비교가 가능한가와 왜 사상이 더 우월한가를 보여주면서 현대 이론이 아직 넘지 못하는 정치사상의 이론적 풍부함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같은 정치학분야의 채점자(아마도 사상을 전공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로부터 애정 어린 점수를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행시라는 시험 특성상 수험생이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얼마나 공부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런 답안은 자칫 문제자체가 문제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잘 성립하지 않는다는 식의 수험생의 불편한 심기를 보여주는 답안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답안 구성에 있어서 '절제력과 분별력(prudence)'가 필요합니다.

 

세 문제의 해설을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드릴 조언은 정치학 공부를 할 때 표면적으로 어떤 이론의 개념들을 외우는 공부보다 왜 그런 주장이 제기되었는지에 대한 원리를 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원리(예를 들어 대중정당과 원내정당 등의 각 모델의 지향점과 정당의 핵심적 기능이나 중국모델과 미국모델의 국가중심성과 시장중심성)를 배우면서 공부하면 그 원리도 기억이 오래갈 뿐 아니라 실제 현상에도 적용되고 응용되기 때문에 여러분이 현실을 보는 눈도 더 넓게 만들 것이고 답안지에도 그렇게 반영이 될 것입니다. 학원가의 스케줄대로라면 1순환 공부중이실텐데 순환강의 공부하시는데도 반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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