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합격률, 사전에 정하는 건 넌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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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합격률, 사전에 정하는 건 넌센스
  • 법률저널
  • 승인 2010.12.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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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2012년 3월 치러질 제1회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규모를 입학정원의 75%로 결정했다. 2013년 이후 합격자 수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입학정원의 75%는 각각 합격률 50%와 80~90%를 주장해온 법조계와 로스쿨의 입장을 절충한 안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로스쿨의 압승이다. 로스쿨 학생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더 많이 확보하려고 ‘자퇴서 폭탄’을 들고 일어섰던 게 완승으로 이어졌다. 오는 2012년 최초로 실시될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로스쿨 입학정원 2000명의 최소 75% 수준으로 결정됐지만 중도에 과정을 포기하거나 유급하는 인원을 감안하면 응시자의 90% 이상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기 로스쿨생 2000여명 가운데 예상되는 자퇴나 유급 인원을 빼면 2012년 변호사 시험을 볼 졸업생 수는 1600명 이하일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입학정원의 최소 75%(1500여명)이 합격한다면 응시자의 93.8%가 시험에 통과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1기 로스쿨생은 ‘로스쿨 졸업=변호사 자격 취득’이라는 봉을 잡은 셈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이같은 변호사시험 합격률 결정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도 이해할만 하다. 변협은 8일 성명을 내고 2012년도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로스쿨 입학정원의 75%로 정하기로 한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변협은 “사법시험이 변호사시험과 별도로 병존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로스쿨 입학정원의 30%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로스쿨 도입 취지와 정부의 정책방향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50%안을 내놓은 것인데 75%로 결정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변협은 또 “정부의 결정으로 2012년 한해에만 전국 변호사의 23%에 달하는 2,500명이 새로 변호사로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시장에 대한 판단과 합리적 근거도 없이 로스쿨 입학 정원의 75%라는 식으로 변호사 시험 합격비율을 결정하는 것은 로스쿨을 변호사 양성 수단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로스쿨을 양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호사제도를 이용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로스쿨을 나왔다고 모두 변호사가 되는 것은 분명 불합리하다. 로스쿨협의회의 학사관리 강화방안과 시험 시행 첫해라는 점을 고려해 어느 정도의 합격률 보장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수용했다 하더라도 이같이 높은 합격률은 분명 특혜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률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6년 이후의 로스쿨 졸업자에 비해서 초기의 로스쿨 졸업자는 엄청난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나아가 2017년까지 병행 실시되는 기존 사법시험과의 균형 문제다. 올해 사법시험 출원자는 2만3천여명이다. 이중 814명이 최종합격해 출원자 대비 합격률이 고작 3.5%에 불과하다. 사법시험 합격이 ‘하늘의 별따기’인 셈이다. 사법시험이나 로스쿨을 통하든 같은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동등 수준의 기준과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어느 경로는 용이한 반면 다른 경로는 어려운 결과로 된다면 이는 심히 불균형한 차별이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서민은 눈물을 삼키며 혹독하게 사법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반면 소위 있는 집안의 사람들은 로스쿨을 통해 쉽게 법조인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분통이 터질 일이다.

우리는 이미 본란을 통해 합격률을 사전에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로스쿨의 도입취지는 법률지식 암기위주의 평가방식인 현 사법시험의 병폐를 극복하고 로스쿨에서 다양한 특성과 폭넓은 시야를 갖춘 고급인력을 양성하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로스쿨은 수준 높은 교육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이 높은 이유는 의대 커리큘럼은 이미 사회적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험난한 의대과정을 마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의사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다는 점에 암묵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혀 검증이 되지 않은 로스쿨 도입 초기부터 졸업만 하면 합격시켜달라는 주장은 극단적 이기주의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 변호사시험은 목표수준을 정확히 정하고, 그 시험 결과 일정한 수준 이상 득점한 경우 합격하는 절대평가제 방식으로 가야 한다. 합격률 보장과 같은 불합리한 편의주의적 접근법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뿐이다. 합격률이 90%든, 30%든 문제는 합격률이 아니라 양질의 법조인 양성이다. 선후가 뒤바뀌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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