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국가를 부르짖던 전제국가와 다른 차원의 민족주의를 찾던 자유주의와는 달리 민족의 동질성이 직능국가에 와서는 부인되게 된다. 직능국가 때에는 현실사회의 발달과 더불어 국민사이의 동질성이 부인되고 사회계층에 그 초점이 모아지게 된다.
현실사회의 발달은 특히 영국에서부터 시작된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 등에 힘입은 자본주의(capitalism)의 발달과 깊은 연관을 가지게 된다. 1800년대 초만 하여도 농업과 수공업을 중심으로 해온 경제체제가 인구의 증가와 아시아·아프리카 식민지역에서의 값싼 원료의 유입과 해외시장의 확대 등으로 인해 대규모·대량생산체제가 가능한 경제체제로 바뀌어야 할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었고 이러한 필요성은 과학의 발전과 맞물려 새로운 생산양식을 낳게 된 것이다.
즉 영국의 와트(James Watt) 등이 증기기관 등을 발명하면서 많은 기계들이 발명되었고 이는 엄청난 생산의 혁명을 불러 일으켰으며 종전의 농업과 수공업경제체제에서 얻었던 생산성과와는 비교가 되는 않는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시장의 발전과 확대는 엄청난 자본의 증식과 확대를 낳았으며 이는 자본주의를 개화시키고 성숙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이런 새 체제에 잘 적응을 하여 많은 부(富)를 창출한 부르주아(bourgeois)로 대변되는 유산계급 즉 가진 자(have-class)와 이러한 새 체제에 적응하는데 실패하여 결과적으로 노동을 할 수 있는 육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것을 잃어버린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로 표현되는 무산계급 즉 가지지 못한 자(have-not class)를 낳게 되었다.
이 두 계급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 조화되지 못하고 사회적 갈등의 골만 더 깊게 하여 결국 사회계층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대립과 갈등이 드러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는 종전에 사회적 갈등계급으로 서로 긴장을 유지했던 왕·귀족계급과 시민계급 간의 갈등과 유사한 양태를 자아내게 하였다. 이러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갈등은 착취하는 자와 착취를 당하는 자의 관계로 비화되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이는 결국 국가체제 자체를 와해시킬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국가의 중재역할이 급히 요구됨과 동시에 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다소소극적인 중재역할에만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괴리를 보다 좁혀나가는 전향적이고 능동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복지국가라는 새로운 국가관이 요구되었으며 이고 인해 행정의 권한이 더욱 강화되고 비대화되는 것이다.
직능국가의 등장은 사회가치의 변화와 매우 유관하다 할 수 있다. 직능국가의 등장에 영향을 끼친 이러한 사회가치들의 변화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동질적 민족국가를 기초로 하는 것과는 달리 사회계층과 현실사회의 발달과 연관되어 국가개념을 규정함으로서 동질성의 의미가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민족이라는 개념이 그리고 그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국가를 구성하는 실질적 개념으로서 의미를 상실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나폴레옹에 의한 유럽의 무력적 유린과 프러시아의 비스마르크 등에 의한 유럽의 전화의 상처 등은 일개인의 영웅적 야심의 결과이기도 하였지만 그 이면을 보다 깊이 파고 들어가면 국수주의(chauvinism)의 맹목적 애국심에 기인하는 탓도 컸다. 이러한 나폴레옹전쟁, 비스마르크의 호전적 애국주의 등은 프랑스민족의 우월성 또는 프러시아민족의 우수성 그리고 그들의 민족적 자긍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어릿광대 같은 전쟁 놀음으로 폄하하여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맹목적인 민족주의적 광기들은 더 이상 직능국가시대에선 그 가치나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다.
둘째, 자신이 어떤 계층에 속하는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 계층 간의 대립이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계층 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데 기폭제가 된 것 중 하나가 계층 간의 차이를 당연시하는 사상들이 제창되어 널리 유포되었다는 점이다. 그 중 예로 스펜서(Herbert Spencer)의 사회진화론을 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