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과락으로 성패 갈라선 안된다
상태바
대량과락으로 성패 갈라선 안된다
  • 법률저널
  • 승인 2010.07.23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법시험 2차시험이 본격적인 채점에 들어감으로써 출제위원의 고역이 시작됐다. 고시 공부하듯이 한여름 무더위와 싸우면서 2개월 동안 2천여 매의 답안을 정밀하게 채점해야 하는 강행군이기 때문이다. 채점과정은 이미 작성된 채점기준표 가안을 기준으로 무작위로 추출한 답안지 수십부 정도를 가채점한다. 그 후 동일 문항에 대한 각 위원별 채점결과를 상호 비교하여 점수편차가 있는지 확인하고 편차가 있는 경우에는 채점기준표를 수정해 최종적으로 확정함으로써 본채점이 시작되고 9월 초에 채점이 완료된다. 

채점과정은 응시자의 답안지를 두 그룹으로 나눠 제1문을 과목당 8인의 출제위원 중 4인에게, 제2문을 나머지 출제위원 4인에게 배부하여 각각 2인 1조로 채점하게 된다. 제3문까지 있는 민법은 총 12명의 출제위원들이 같은 방식으로 채점하게 된다. 출제위원간·과목간 편차조정을 통하여 합리적인 점수를 산출하는 점수조정제도를 둠으로써 공정하고 합리적인 채점의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다 응시자간의 형평성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채점기준을 세분화해 출제위원간의 격차를 최소화함으로써 채점위원들이 정교함과 세밀함에서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채점할 것이라는 기대를 더욱 갖게 된다. 

하지만 출제위원도 사람이고 오랜 기간동안 무리해가며 채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답안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엄격하고 일정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글씨가 채점에 영향을 주는 건 거의 없겠지만 답안의 글씨를 해독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정확한 평가를 내리는데는 일정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답안지 1매당 채점시간은 고작 5분 정도이고 한 문제당 2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채점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답안지의 외형도 채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채점에 대한 공정성·객관성에 대해 수험생들의 우려도 적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수험생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는 답안지가 5분만에 수험생의 인생이 좌우되는 혹독한 현실임을 감안하면, 출제위원은 답안을 읽고 또 읽어 혹시 한 자라도 소홀하지 않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요즘 컴퓨터 문서작성의 보편화로 인해 응시자들이 필체가 예전같이 못하다는 게 사실이다. 난해한 필체의 경우 글씨체를 한참동안 들여다보아야 하는 채점자에게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난수표를 해독하는 느낌을 주는 답안이라 하더라도 법적인 논점이 아닌 필체 때문에 점수가 센다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답안지는 한 사람 한 사람 수험생의 인생이 달려있고, 수험생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는 작품인 만큼 필체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출제위원의 인내와 관용이 요구된다.

또한 수험생들이 우려하는 것은 특정 과목에서 과락자가 속출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올해 민법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되면서 과락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발 과락만 면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사법시험은 여러 가지 법률분야 중 한가지 분야를 중점적으로 전공·연구하는 학자나 교수를 배출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다방면의 법률분야에 고른 학식을 필요로 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가 될 자격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으로서 시험제도의 특성상 일정한 득점기준의 설정이 필요하므로 '과락제도'는 사법시험의 제도적 취지를 달성하는데 있어 필요하고도 적합한 수단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특정 과목에서 과락률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과락제도를 둔 취지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수험생들로 하여금 면과락을 위한 공부에 치중하도록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낮은 합격선에 특정 과목의 평가가 지나치게 엄격하여 과락률이 높다면 당해 과목의 과락 여부가 시험의 당락을 좌우하게 되어 제도의 본래 목적은 완전히 몰각된다. 따라서 채점위원들은 과락기준과 합격선 간의 합리적인 연관성을 갖도록 채점에 임해야 한다. 채점을 하는데 있어 아무리 채점위원의 전권사항이라 하더라도 재량권의 일탈, 남용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락제도를 둔 취지를 무색케 해서는 안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