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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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삽시다
  • 법률저널
  • 승인 2010.07.23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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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상처는 어떤 경우에 가장 클까?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했을 때일 것이고, 어떤 이는 가까운 이의 죽음을 보았을 때일 것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곰곰이 지켜보면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그 억울함을 풀 수 없을 때” 어쩌면 사람들은 가장 큰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무언가 억울하고 억울한데, 그 억울함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전혀 보이지 않을 때 느껴야 하는 그 막막함 같은 것 말이다. 그 억울한 일의 반복은 어쩌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세상만사를 절망케 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도록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며칠 전 이재명 성남시장이 5,400억 원에 이르는 교통부 및 건설회사 등에 신도시개발을 둘러싼 건설부채를 변제할 능력이 없다면서, 일방적으로 모라토리움, 즉 지불유예선언을 하였다. 성남시장에 당선되어 시 재정을 넘겨받아 살펴보니, 1년 예산이 약 3천억 원 정도에 불과한 성남시 재정으로는 단기간 내에 도래하는 위와 같은 어마어마한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성남시재정이 악화된 이유는 그 전에 한나라당 소속 이대엽 성남시장이 판교신도시개발과 관련된 특별회계를 성남시 청사건설비용으로 전용하여 버렸기 때문으로, 당시 이를 통제해야 할 지방의회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절대다수를 점하다 보니 그들이 소수 야당 지방의회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결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 일방적으로 그 예산집행을 의결해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방의회의원들이 건설사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의원들도 많고, 일단 큰 건설공사판을 벌려 놓으면 예산을 흥청망청 집행할 수 있으니, 이러한 뒤 구린 떡밥에 관심을 가져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도 충분하다. 그러면서 변제계획으로 매년 2,000억 원씩을 갚겠다고 떠억 써 놓았다니, 얼마나 황당하냐 말이다. 시 총예산이 3,000억 원 남짓인데, 거기에서 다른 곳에서 나올 재원이 없는데 해마다 2,000억 원씩을 갚으면 된다는 계획서를 첨부하여 위 예산전용을 지방의회에서 의결하였다니, 1,000억 원으로 모든 시재정을 쓰라는 황당하고 불가능한 변제계획서를 근거로 예산전용을 해버린 꼴임을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한나라당 지방의회의원들만 눈 감고 아웅한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이 성남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울, 인천, 대구, 광주 등 전국에 걸쳐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반적으로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빚내어 잔치를 했다는 것이다. 야당이 자치단체장과 의회를 독점해 온 광주, 전남지역도 마찬가지이고, 여당이 자치단체장과 의회를 독점해 온 서울, 경기, 인천, 영남지역 역시 마찬가지라니, 권력분립에 따른 상호견제와 감시기능의 약화, 더 나아가서는 담합이 얼마나 무서운 현상을 가져오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권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말이 얼마나 황당한 수사에 불과한지 무섭기조차 하다.

  더더욱 한심한 것은 이러한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감시하고 감독해야 할 중앙정부가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면서까지 지방정부로 하여금 빚을 내도록 조장하고, 그 돈으로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예산의 조기집행”을 지시하고 유도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니 수많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부추김을 등에 업고 지방채를 발행하여 그 돈을 불요불급한 건설공사 등에 사용하고, 지방정부의 빚이 늘어나 지방정부는 만신창이가 되어가는데, 중앙정부로부터는 잘 했다며 고득점을 받아 수억 원 또는 수십억 원의 인센티브를 포상받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진행되어 온 것이다.  

  그러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방의회의 통제를 받지 않은 지방정부가 예산을 흥청망청 쓰면서 건설경기 등을 부양하는 것이 업적으로 평가되는 넌센스 같은 황당함이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2년 반 동안 지속되었다니, 이재명 성남시장처럼 “나, 빚 갚을 수 없다”라는 극단적인 지불유예선언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오래 전 본보를 통해 보수정권은 우선 먹기에 곶감이 달다고 곶감 빼먹기에 여념이 없다는 의미의 자조적인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 국민들은 우선 배가 부르니 그 장단에 맞추어 함께 흥청망청하다가 뒤늦게 빚쟁이에게 시달리게 되면 그때서야 이건 아니구나 싶어 투표를 통해 정권교체에 열을 올리게 되고, 정권을 넘겨받은 진보정권은 그러한 잘못된 관행을 고치겠다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재정을 쓰다 보니 방향성은 옳지만 예전의 흥청망청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잃게 되고, 국민들은 다시 예전의 보수정권을 선택하는 민주주의의 우스꽝스러운 악순환구조를 설명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지난 10년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허리띠 졸라매며 애써서 여러 가지 제도를 정상화시켜 놓았는데, 보수정권이 들어서자마자 그러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예전 흥청망청하는 시대로 역행해 버린 후유증을 2년 반 동안의 이명박정부에서 겪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처럼 이전 시장으로부터 넘겨받은 것이 빈 곳간이다 보니 예산집행을 풍요롭게 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니 그는 자신의 재임기간 내내 허리띠를 졸라매는 재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나라당 안상수 인천시장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발견한 송영길 현 민주당 인천시장이 감사원에 인천시 재정 집행에 대하여 감사의뢰를 한 사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그들은 빈 곳간을 조금이라도 보충하기 위해 긴축재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인데, 문제는 그러한 긴축재정운영이 결국 시민들에게 필연적으로 고통과 불편을 안겨 준다는 점이다. 현명한 시민이라면 그러한 고통이 지난 지방정부의 잘못에서 비롯된 인과관계에서 비롯된 자업자득임을 깨닫고, 그 개선책 마련에 애쓰는 현 지방정권에 계속된 지지를 보내 주겠지만, 필자가 이미 밝힌 바 있듯이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러한 고통의 감내를 싫어하며, “허리띠 졸라매니 배고프고 재미없어 못 살겠다”라는 단견에 사로잡혀 다시 흥청망청 예산집행을 하던 예전 정권에 대한 향수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플라톤도 민주정치가 잘못되면 Ochlocracy, 즉 衆愚政治가 되어 어리석은 다수의 민중이 이끄는 정치가 되고 만다고 설파했을까? 지난 6ㆍ2지방선거를 통해 어느 정도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견제ㆍ감시의 기능을 회복하게 되었지만, 역으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같은 당으로 구성된 상당한 지방자치체가 상존하고 있으니, 여ㆍ야를 가리지 않고 성남시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을 여전히 내포하고 있어서 문제이다.

  하여튼 위와 같은 현상들을 보면서, 왜 제대로 하지 않을까,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억울한 생각이 많이 든다. 어디 필자뿐이겠는가? 원리원칙대로 옳은 방향으로 나가지 않고, 힘을 가진 자들의 개인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왜곡된 방향의 공적 업무 수행이 이루어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수많은 국민들이 “이런 나라를, 이런 지방정부를 믿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절감하며 얼마나 “억울한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을 비롯하여 정치권이 후끈하다. 여자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다 줄 각오를 해야 한다는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이다. 무엇을 다 준다는 것인지, 아나운서들이 위 성희롱 말에 화를 내고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하였다. 물론 강용석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전면부인하며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민주당 역시 여직원에게 누드촬용을 제안한 이강수 고창군수의 성희롱 사건으로 시끄럽다. 한나라당은 발 빠르게 강용석 의원의 제명을 윤리위원회에서 결의하였다. 코앞에 닥친 7ㆍ28재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신속한 행보이다. 하지만 어쩌랴, 정치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의식 저변에 퇴폐적이고 퇴행적인 심리현상이 도도히 흐르고 있음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착하게 삽시다. 꽃도 보고, 새도 보고,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달도 보고, 해도 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옆에 있는 사람도 보고, 앞에 있는 사람도 보고, 뒤에 있는 사람도 보고, 제발 좀 보고 보고 또 보고 삽시다. 남 억울하게 만들지 말고, 사이좋게 삽시다. 그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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