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의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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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의 마감
  • 법률저널
  • 승인 2010.07.1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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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2일,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이하 재산조사위원회) 4년간의 활동을 공식적으로 마감하였다. 2006년 7월 13일 발족한 위 재산조사위원회는 마지막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 김경진의 땅 7필지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환수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가귀속되었음을 결정하고서 그 공식적 활동을 접은 것이다. 활동시작 당시 새삼스럽게 “지금에 와서 과거를 들춰 무엇 하느냐?”라거나 “국론분열만 조장할 뿐”이라는 반대견해도 없지 않았지만, 재산조사위원회는 4년 동안의 활동을 통해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친일반민족행위를 통해 일본으로부터 하사받은 재산을 몰수하는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작업을 꾸준히, 그러면서도 소리 소문 없이 진행해 왔다. 이상했던 것은 민족정기를 바로세우는 일은 보수세력이 해야 할 지고지순한 과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위원회의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자들의 대부분이 보수세력이었으니, 이게 대한민국의 아이러니가 아닌가 싶다.

  재산을 환수당한 일부 후손들 중에는 자신들의 조상이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환수당한 재산이 친일반민족행위로 취득한 재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많은 반발을 하고 있지만, 재산조사위원회는 지난 4년간 친일반민족인사 168명의 토지 2,359필지(1,113만9,645㎡)에 대해 국고귀속 결정을 내렸다. 이는 여의도 면적 1.3배에 달하는 규모로 공시지가로 959억 원, 시가로 약 2,106억 원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재산조사위원회는 별도로 24명에 대하여 토지 116필지(192만 9,758㎡), 공시지가 152억 원, 시가 약 276억 원 상당에 이르는 재산에 대하여 친일재산확인결정을 내렸다. 그 땅이 현재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이 넘어갔기 때문에 그 재산 자체를 국고귀속시킬 수 없게 되자 친일반민족인사가 땅을 팔아 생긴 소득을 환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더 나아가 320만1,711㎡(공시지가 455억 원) 규모의 일제강점기 일본인 소유 토지를 국가에 귀속시키기도 하였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출범한 재산조사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재산조사 및 친일재산 여부 결정, 일본인 명의로 남아 있는 토지에 대한 조사 및 정리 업무 등을 지난 4년간 처리해왔지만,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작업을 완전히 종결하지 못한 채 미완의 과거사위원회로 남게 되었다. 김창국 위원장은 친일청산작업이 광복 후 60년이 지난 후 시작되는 바람에 친일재산이 이미 처분되어 버려 조사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고, 자료가 없어져 찾지 못한 친일파 후손도 적지 않았다며, 국가가 환수해야 할 친일재산을 환수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재산조사위원회의 활동 종료를 앞두고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조사위 관계자는 “이미 올해 초 예산집행에서부터 정부가 활동시한 연장에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며, “다른 과거사위원회의 활동마감을 보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법에는 그 기간을 조금 더 연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이명박 정부가 이를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 연장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산조사위원회는 과거사진실위원회와 더불어 우리의 현대사에 감추어진 추악한 면들을 밝혀냄으로써 억울한 신원을 풀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데 일조를 한 것은 분명하다. 하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되었지만 이승만 정부에 의해 부당하게 반민특위가 와해된 지 58년 만에 국가기관에 의해 공식적인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대상자 462명 중 36.4%에 대하여만 재산환수가 이루어진 채 재산조사위원회가 종료되게 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위 영포회게이트라고 불리는 청와대, 총리실의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논단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민간인 김종익씨에 대한 부당한 민간인사찰이 문제가 되어 전개되고 있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월권행위가 수사선상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얼마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지, 도마뱀 제 꼬리 자르듯 일부 인사들의 개인적 잘못으로 처리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지켜 볼 일이다. 현재 진행되는 것을 보면, 모르긴 해도 상당 부분에 대하여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종결될 가능성도 보이고 있어 염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언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진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그 방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권력형 비리의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아예 그 문을 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열면 열수록 판도라의 상자처럼 튀어나올 것들이 많을 것이 염려되어 의도적으로 일정한 선을 그어 버리고, 그 쪽문을 열지 않으니, 문밖 세상 이야기만 신나게(?) 펼쳐지다가 결국에는 변죽만 올린 채 용두사미로 끝나버리고 마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라웅찬 신한금융그룹회장의 50억원 사건이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도 있다. 이번에 다시 수사를 한다니 지켜볼 일이다. 진실은 과거사위원회나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환수처럼 60여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도 결국 밝혀질 것은 밝혀질 수밖에 없고, 그러기에 정의는 죽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수행 시인이 “시디신 뒤안길”이라는 시집을 며칠 전 보내왔다. 그 시집에 실린 시 중 “장대비”라는 시가 눈에 띈다. “두들겨 맞아본 지 너무/오래 되었습니다//몸도 마음도 땀띠 투성이고/부스럼 덕지덕지 앉아버린 지금//누군가 장대비가 되어/내 등창이 다 터지도록/후려갈겨 주었으면 좋겠습니다//장대비에 강물 뒤집어 지듯/한번, 갈아엎어지고 싶습니다”(시디신 뒤안길 전문).
  시인의 눈에 비치는 사회는 모순투성이인 모양이다. 그러기에 오히려 두들겨 맞음으로써 자신을 갈아엎어버리고 싶다고 절규하고 있으니 말이다. 누구는 권력을 사유화하여 이권을 챙기고 자리를 챙기고, 그것이 문제가 되어도 그게 무슨 잘못이냐며 다 빠져나가버리는데, 부조리가 장대비 쏟아지듯 다 보이는데, 알 사람은 다 아는데, 힘을 가진 사람들이 그게 무슨 대수냐며,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정상적인 업무처리과정에서 조금 삐져나간 것일 뿐 그것을 위법이라고 볼 수 없지 않느냐고 강변해 버리면, 열리려던 문이 그만 도로 닫혀버리는, 뿐만 아니라 잠겨버리는 현상을 접하는 시인은 힘이 없어 남을 두들겨 팰 수 없으니, 자신의 등짝을 후려쳐서라도 자신만이라도 갈아엎어져 사회개혁의 한 거름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인 듯하다.

  이수행 시인의 또 다른 시 한 편을 본다. 앙천(仰天)이라는 제목의 시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다/불혹을 한참을 넘기고서도 치욕뿐/아득하고 참담하다//문자에 갇혀 비겁하게 사는 동안/소리를 잃어버렸다/목울대 꺾으며 분출하는 생 이전의 소리/그 울부짖음 -//고철덩어리처럼 살아온 명줄 한 중심을 향해/북을 치듯 무릎을 꿇는 순간, 비로소/척추가 꺽이고 동공에서는 납덩이같은/핏물이 쏟아진다//목뼈 접어 우러를 때마다/남은 생이 그악스러워지는 요즈음.”(앙천 전문).

  왜, 시인은 세상 모든 것을 바라보며 고뇌하는 것일까?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살다 보니 불혹이 지났음에도 자기 자신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문자에 갇혀 장난질하다 보니 진정으로 내어야 할 소리를 잃어버린 세상, 그 세상에서 그래도 올바른 소리를 내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다짐을 해보지만, 여전히 남은 생이 그악스러워지기만 하는 소시민인 시인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울 뿐이다. 권력을 가지고, 부를 가진 많은 사람들은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고 실리를 취하며 이익을 꾀하는데, 왜 시인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목울대 꺾으며 분출하는 생 이전의 소리, 그 울부짖음에 사로잡혀 고통스러워해야 하는지, 그러기에 가난한 시인이 오히려 진짜 부자 아닐까? 불의를 저지르지 않았기에 빼앗길 재산이 없어 평화롭고,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았으니 수사기관에 불려가 거짓 변명을 늘어놓지 않아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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