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질 저하는 법조계 신뢰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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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질 저하는 법조계 신뢰 갉아먹는다
  • 법률저널
  • 승인 2010.07.0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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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법학적성시험(LEET)의 올해 응시자 수가 지난해의 수준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오후 6시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총 8515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8428명보다 87명이 늘어난 수치이지만 환불 등을 고려하면 지난해 숫자보다 밑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법학적성시험 응시자는 7천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 입학정원이 총 2000명이므로 시험 응시생을 기준으로 한 실질 경쟁률도 극히 낮아질 전망이다. 이 정도의 경쟁률에서는 지방로스쿨의 경우 미달 사태의 우려마저 감지된다. 설령 여러 차례의 추가합격 조치로 입학정원은 채운다 하더라도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뻔한 것이다.

로스쿨은 사회 각 분야의 다양한 인재를 선발해 교육을 통한 경쟁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것이지만 이같은 저조한 경쟁률에서는 '무늬만 법조인'을 양산할 공산이 크다. '줄만 서면 들어가는 로스쿨'이라는 인식에서 정부의 당초 방침대로 70∼80%의 합격률을 보장할 경우 법조인의 질을 낮추고 법조계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게다가 법률시장의 개방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법조인의 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는 시점에 우수한 인재의 로스쿨 입학은 필수조건이다. 현재 일본의 로스쿨이 위기를 맞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도 학생 수준 저하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탓이다.

법대생들의 상당수가 로스쿨로 전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지원자가 저조한 이유는 뭘까. 우선 로스쿨제도 전반에 대한 회의를 주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변호사시험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나와 있지 않고, 합격자 수 내지 합격비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분명하지 않다. 또한 현재 로스쿨에서도 교육을 통한 법률가 양성이라는 원래의 로스쿨 도입취지는 사라지고 사법시험 시대로 되돌아가는 형국이다. 변호사 시험과목도 무늬만 공법, 사법, 형사법으로 줄어들었을 뿐이고 실상은 사법시험 과목인 7법을 전부 공부해야 한다. 오히려 전과목에 걸쳐서 객관식 1차시험을 거쳐야 하니까 부담이 더 늘어난 셈이다. 다양한 학부 전공생들이 전문적인 영역에서 공부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기는커녕 로스쿨들은 변호사시험에 합격 가능성이 높은 인재를 우선적으로 뽑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졸업후의 불확실성을 들 수 있다. 작년 신입생이 반환점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변호사 등 법조인 자격부여에 대한 법령이 정비되지 않았다. 특히 실무수습, 판·검사 임용 여부 등이 아직 불투명하다. 로스쿨 3년간 2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지만 기존의 '법률서비스'라는 주어진 수요 안에서는 앞길이 막막하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대량 배출되면 로펌들은 '인턴', '수습'이라는 딱지를 붙여 턱없이 낮은 보수로 노동을 착취할 태세다. 결국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이른바 블루 오션(Blue Ocean)에 해당하는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로스쿨의 고비용 구조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애초부터 학부로스쿨로도 충분할 것을 대학원과정으로 잘못 설계한 탓이다. 법과대학이나 로스쿨의 교육 내용은 사실상 큰 차이가 없음에도 로스쿨생들이 배 가까이 많은 등록금을 내는 기형적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서민들에게는 로스쿨이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한정된 특별전형과 장학금제도가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인 양 강변하지만 과연 가난한 학생들이 처음부터 그러한 수혜를 받는다는 확신 하에 장래의 직업으로 변호사, 판·검사를 선택할 수 있을까. '돈스쿨', '귀족 로스쿨'이라 비난을 받는 현 고비용 구조의 로스쿨 문제는 시급히 보완되어야 한다.

건설적인 논의와 명확한 해결책 없이 단순히 개혁과 혁신이라는 정치적 명분으로 로스쿨을 밀어붙인 대단히 모험적이고 포퓰리즘(populism)적인 발상이 아직까지 로스쿨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더 이상 로스쿨이 '사법시험 실패자들의 집합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정부와 법조계 그리고 대학당국이 지혜를 모아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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