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숨바꼭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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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숨바꼭질 중
  • 법률저널
  • 승인 2010.06.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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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6월 10일 현재, 대한민국은 숨바꼭질 중이다. 머리카락 보인다, 꼭꼭 숨어라, 어렸었을 때 즐겨했던 놀이 중의 하나다. 술래가 전봇대에 기대어 눈을 감고 열을 셀 동안 우리들은 어디론가 뛰어가 숨어야 했다. 술래는 하나, 둘, 셋 하고 열을 세어야 했지만, 이를 줄여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외쳤다. 그 글 수가 열 자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른바 생략셈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래도 하나, 둘, 하고 열까지 세면 시간이 좀 있지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셀 경우에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술래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우리는 일단 골목길이 되었든 굴뚝항아리 옆이 되었든 지형지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열심히 뛰어가 숨어야 했다.

  우리가 숨은 뒤 눈을 뜬 술래는 온 동네를 뒤지며 우리를 찾으러 다녔고, 우리는 눈에 띄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숨어 다녔다. 신통망통하게 숨어 있는 우리를 다 찾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더러는 찾다 찾다 못 찾겠다며 포기하는 술래가 있기도 하였다. 그러면 숨어 있는 우리는 “나 잡아봐라.”하는 식으로 나타나 손뼉을 치며 좋아했고, 그 술래는 벌칙으로 다시 한 번 술래를 해야 했었다.

  이처럼 어렸을 때 술래잡기 놀이를 종종 하였는데, 어느 날엔가 친구 중 한 명이 술래가 되어 숨어 있는 꼭지들을 찾던 중 몇 명을 못 찾게 되자 혼자 화를 내면서 친구들에게 말도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가 버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숨어 있는 꼭지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계속하여 컴컴한 은닉처(?)에 숨어 술래의 항복선언만을 기다리면서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으나 가버린 술래가 꼭지를 찾으러 나타날 리 만무한 터, 꼭지들은 들키지 않을 욕심에 온 몸을 웅크리고 오랫동안 숨어 있다가, 결국에는 기다리다 지쳐 하나 둘 제 스스로 몸을 나타내고 말았다. 술래가 항복을 한 것이 아니라 꼭지들이 저절로 항복을 해 버린 것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본다. 숨바꼭질놀이에서 술래와 꼭지 중 누가 힘이 센 자였을까? 그때 술래는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자가 맡았었다. 술래는 권력자인 것처럼 보였지만 숨어 있는 꼭지들을 찾아내어야 하는 “사명”을 띠고 열심히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채무자여야 했고, 꼭지들은 들키는 위험을 감내하면서도 술래를 골탕 먹일 수 있는 힘을 가진, “나 잡아봐라.” 할 수 있는 권력자였다. 그런데 그 채무자인 술래가 저 혼자 화를 내고 “나 안 할 거야.” 하면서 홀로 무단귀가를 해버린 사태가 발생했을 때, 숨어 있던 권력자들, 꼭지들은 아연할 수밖에 없었고,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날, 채무자인 술래가 내보인 “꼭지찾기포기”라는 부작위항변은 권력자라고 스스로 행복해 했던 수많은 꼭지들을 무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 찾기를 포기했던 술래담당 친구는 그 이후 다른 친구들에게 신의 없는 녀석이라고 왕따를 당해야 했다. 

  6ㆍ2지방선거결과가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민심은 숨어 있다 들킨 꼭지들처럼, 하나 둘 제 모습을 드러내고, 꼭지를 찾던 술래는 놀라 졸도할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여태까지 권력자라고 자신을 착각하고 있었음이 만천하에 밝혀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발견하지 않은 많은 꼭지들이 있는 것 같은데, 놀란 가슴을 아직 제대로 추스르지 못했을 것 같은 그 술래가 “꼭지찾기포기”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하여 그냥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은 수많은 꼭지들을 아연실색하게 한다. 도무지 메아리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막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온통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성접대 의혹의 스폰서 검사사건”에 대해 어제 진상규명위원회는 수많은 검사들에 대한 접대ㆍ청탁 등을 확인하고서도 대가성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고작 몇 명에게 징계를 권고하거나 성접대받은 1명에게만 형사처벌을 권하는 정도로 충분하다는 진상규명결과를 밝혔다.

  내가 제자들에게 가장 철저하게 가르치는 교훈 중의 하나는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사실이다. 무상으로 받는 사랑조차도 빚을 지게 마련이다. 그 사랑을 저버리면 배신자라는 비난이 돌아오게 된다. 세상에 어디 공짜가 있는가? 그런데도 그렇게 많은 술대접과 향응을,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온 일에 아무런 대가가 없었다는 발표에 삼척동자라도 웃지 않겠는가? 수사권을 행사해 오던 검찰 주체가 스스로 객체가 되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꼭지찾기포기의 술래의 행태를 본다. 아, 숨바꼭질은 어린 아이들의 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로구나.

  일부언론보도에 따르면 “천안함 침몰에 대한 조사결과를 검증한 러시아 전문가팀이 북한의 관여를 입증할 만한 확정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이 지난 8일 발표하였다고 한다. 러시아 일간지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도 조사에 참여한 러시아전문가의 의견을 빌어 “합동조사단의 결론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고,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하였다고 한다. 북한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는 정부발표 이후 이와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에 대하여는 유언비어 날포라는 이유로 겁박을 주는 듯한 태도를 정부가 보이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심각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6ㆍ2지방선거에 참패하였다고 스스로 평가를 내리면서도, 자진하여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정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는 해야겠다는 듯한 사표제출이라는 쑈(?)만 벌어지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전히 4대강사업은 강행되어야 한다고 오히려 속도에 박차가 가해지고 있고, 세종시수정여부도 법안이 제출되었으니 국회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정부나 청와대는 관여할 일 아니라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정권, 그렇게 여론조사결과와 다른 선거민심이 표출되었음을 확인하고서도 언론홍보라인에 있는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천안함사태가 발생해도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는 국방과 군인사라인 하며, 하여튼 이상하기는 참으로 이상하다.

  숨바꼭질놀이에서는 누구라도 술래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술래가 되는 것이 당연하고, 꼭지가 되는 것도 당연한 것이 숨바꼭질에서의 기본원칙이다. 잡히는 자도, 잡는 자도 모두 함께 전봇대를 향해 찜하기 위해 달린다. 먼저 달려가 찜함으로써 들키더라도 술래가 되지 않을 권리가 숨바꼭질놀이에서는 보장되어 있다. 그러면서 함께 손뼉치며 즐거워한다. 승자와 패자가 모두 즐거운 놀이, 그게 숨바꼭질이다. 모든 아이들은 그 페어플레이정신을 숨바꼭질놀이에서 배우고 자란다. 그렇지만 숨바꼭질놀이에서 혼자 유유히 집으로 돌아가버렸던 직무태만의 술래도 있다. 그 채무자일 수밖에 없는 술래는 자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직무유기를 하고, 자꾸만 그러한 직무유기의 술래들이 늘어나는 세상은 결코 건강하지 못하다.

  지난 9일, 제2차 나로호 발사가 또 다시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소화장치의 오작동이 발생한 것이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있겠는가마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왜 저렇게 불완전한 발사를 서둘러 하는지 궁금증이 늘어날 뿐이다. 우주강국(?)을 꿈꾸는 첫발이라 어렵고 힘들겠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지만,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모든 것을 완벽히 한 다음에 차분하게 할 일이지 왜 저리 서두는지 염려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혹간이라도 몇몇의 공명심이 무리하게 작동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면전환을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숨어 있는 꼭지를 국민들로 하여금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하는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나는 올 여름 비가 많이 오지 않기를 기도한다. 적당량이 적정하게 나누어져 내리기만을 기도한다. 혹시라도 졸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4대강공사현장에서 쏟아지는 폭우로 홍수피해가 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오늘 개막되는 2010년 남아공의 월드컵축제에서 우리 팀이 많은 골을 넣어 승리의 기쁜 소식을 전해오기를 바란다.

  어른님들, 아직도 숨바꼭질 중이십니까? 전봇대가 웃습니다. 아이들에게 전봇대와 숨바꼭질은 넘겨주시고 이제 어른들은 대명천지에서 옳은 일만 좀 하고 삽시다. 어, 저기 그리스 골대로 골 들어간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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