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는 미국 미주리 주의 컬럼비아 시에서 1894년 11월 26일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유태계였고, 언어학자였다. 어려서부터 천재성이 다분했던 위너는 9세에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14세에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여 18세에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학위를 받은 후에는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에서 러셀(J. Russell)에게 수리철학을 배웠고 하디(G. H. Hardy)에게서 수학을 사사하였으며, 독일의 괴팅겐 대학교에서 형식주의의 주창자로 유명한 수학자 힐버트(D. Hilbert) 아래에서도 공부하였다. 1919년 MIT에서 교편을 잡고서 1960년 은퇴할 때까지 그 곳에서 가르쳤다. 1964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세상을 떠났다.
위너는 수학에서 실함수론, 조화해석, 급수론, 확률론, 추계적 과정 등을 연구하고 물리학, 전기통신공학, 신경생리학, 정신병리학 등의 분야에서도 중요한 공헌을 하였다. 브라운 운동에 대한 엄밀한 수학적 이론을 수립하였고 물리학에 널리 쓰이는 위너 적분론, 통신과 제어공학에서 쓰는 시계열의 평활, 예측과 필터의 이론 등 여러 분야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겼다.
사이버네틱스가 잉태된 것은 이렇게 폭넓은 분야에서의 해박한 지식이 한 사람의 내면세계에 결집한 결과였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한명의 인물을 떠올려야 한다. 바로 H. A. Simon이다. 이 두 사람은 그 지적 호기심의 범위가 엄청나게 넓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많다. 위너의 사이버네틱스 이론이 사이먼의 의사결정 모형에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이버네틱스 이론의 탄생을 살펴보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위너는 편미분을 수행할 수 있는 컴퓨터의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고, 컬럼비아 대학교의 실험실에서 고사포의 자동제어를 위한 연구도 수행하게 되었다. 이즈음의 비행기는 제1차 세계대전 때 보다 빨랐으므로 기존의 조준방법들을 무력화시켰다. 고사포가 사람처럼 느려서는 안 되었으므로 당연히 자동화가 추구되었다.
사람이 조준하여 쏘는 방식을 해석하여 자동화하되 훨씬 빨리 겨냥하고 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비행기의 속도 때문에 미사일은 레이더에 나타난 비행기의 현재 위치가 아니라 비행기의 진행방향으로 멀리 떨어진 저 앞 허공에 대고 겨냥해야 했다.
첫 번째 미사일이 명중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조종사는 더 이상 직선으로 비행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속으로 날고 있는 물체인 비행기가 취할 수 있는 경로는 제한되어 있으므로 과거의 경로정보를 최대한 사용하여 미래 위치를 예측하는 것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위너는 이러한 곡선적 예측에 사용될 조작자(operator)들을 고안했고 이들은 예의 그 편미분 컴퓨터에서 검증되었다.
자동화되지 않은 수동 고사포 경우에는 사수의 움직임도 문제가 된다. 사수는 시스템의 일부로서 조준을 맡아서 비행기의 움직임에 대응하게 된다. 위너는 제어공학자들이 쓰던 단어인 피드백(feedback)이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임을 깨달았다. 피드백이란 목표하는 행동과 실제 행동의 차이를 관찰하여 그에 따라 다음 행동을 보정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이 새로운 학문에 대해서 부를만한 마땅한 이름이 없었다. 위너는 비롯한 연구자들은 그리스어 Kybernetes(영어의 steersmanship, 조타수)에 학문의 어미를 첨가한 cybernetics 라는 개념을 고안해내게 된다. 고사포를 회전시켜 움직이는 비행기를 추적하는 장치에 가장 잘 연상되는 고대의 장치가 바로 배의 키이다.
컴퓨터 과학에서 사이버네틱스의 개념들이 인공지능에 흡수되었다. 여기에서 사이버네틱스이론과 의사결정이론이 접목하게 된다. 사이먼은 그의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라는 개념과 사이버네틱스 이론을 접목시켜 사이버네틱스 모형을 설명하였다. 여기에 대해서는 지면 관계상 이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위너의 사이버네틱스 이론에 관련된 논문들을 읽으면서 필자는 많은 지적 충격을 받았다. 행정학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주변 학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가? 아무리 수험강의라 하지만 암기보다 이해를 하기 위해서 그 근본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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