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프의 조건반사와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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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프의 조건반사와 적반하장
  • 법률저널
  • 승인 2010.01.25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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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은나라를 세운 탕왕의 반명(盤銘)에는 “日新 日日新 又日新”이라는 말이 기록되어 있다. 날로 새롭게 하며, 나날이 새롭게 하며, 또 날로 새롭게 한다는 말로, 날마다 잘못을 고치어 그 덕을 닦음에 게으르지 말 것을 후손들에게 당부하는 고사성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우일신을 통해 우리 인류는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 티브이 광고를 보고 있으면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해갈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어쩌다 티브이를 켜면, 공짜로 티브이 내용을 보는 대가로 상업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야 하고, 그 광고가 지겨워 채널을 돌리면 또 다른 광고를 접해야 하는 고통은 참으로 심대하다. 일방적 주입을 강제하는 광고에 세뇌당하는 대가로 채널권을 보장받고 있는 우리는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영혼이 고갈되는 엄청난 대가를 치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티브이 광고의 주류는 첫째, 상조회광고, 둘째, 상징적으로 월 1만 원 납입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무차별적인 보험광고, 셋째, 고리 대부업체의 대출광고, 넷째, 대리운전광고, 다섯째, 일반적인 상품광고가 아닐까 싶다.

  본질적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닐지 몰라도 하루에도 몇 번인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보아야 하는 상조회광고를 통해 우리는 고귀한 한 인간의 죽음의 엄숙성보다는, 죽은 뒤 시신을 얼마나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잘못된 가치관에 사로잡히는 것은 아닌지, 월 1만원의 보험료납부로 교통사고를 내더라도 사상당한 이에 대한 미안함과 죄스러움보다는 간단히 보상하면 그만이고 가해자는 모든 민형사책임으로부터 면피될 수 있다는 철면피한 가치관을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리 대부업체의 무차별적인 광고로 소중히 생각해야 할 돈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여 많은 빚을 지는데도 별 생각이 없는 빚쟁이가 되어도 무방하다는 잘못된 경제관념을 학습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리운전광고를 통해 음주만취상태가 되어 이성을 잃더라도 괜찮다는 잘못된 음주습벽을 세뇌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노출이 심한 여성이 남성의 몸을 더듬고, 남성이 공공연히 여성의 몸을 훔치는 도발적인 상업광고에 젖어들어 도착된 성문화에 관대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도통 염려스럽기만 하다.

  몇 해 전 “브레이크 없는 밴츠”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어디에서 멈춰야 할지 모른 채 앞으로만 질주해 나가는 현대인들에 대해 조금은 천천히 쉬어가면서 생각도 하고 살자는 내용의 책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브레이크 없는 불자동차를 타고 과속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스럽다.

  뿐만 아니라 위 광고현상에서 보듯 우리는 몰가치적인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혼자이면서도 티브이의 광고매체 및 국가나 언론에 의해 주입되는 경도된 가치관에 무방비적으로 세뇌당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적 개”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제정 러시아의 생리학자인 이반 파블로프는 100여 년 전 개를 대상으로 한 소화선(消化腺) 생리학을 연구하다가 조건반사현상을 발견하였고, 이 연구를 통해 대뇌 생리학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1904년에 노벨 생리ㆍ의학상을 받았다. 파블로프는 개에게 먹을 것을 주면서 동시에 종을 쳤고, 개는 그 먹을 것을 보고 종소리를 들으면서 침 흘리는 현상을 반복하였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먹을 것을 주지 않은 채 종소리만 들려줘도 개가 침을 흘린다는 현상을 발견해 대뇌가 세뇌되면 얼마나 무서운 증상을 보이는지를 실험해 보인 것이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실험이다.

  조건반사는 어쩌면 무조건반사인지 모른다.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면 이성의 합리적 판단없이 무조건적으로 동일한 반응을 내보이고 있음이다. 보수는 참 좋은 것이다. 아름다운 옛것을 지키어 계승발전시켜 나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보수가 고여서 썩게 되면 보수만큼 해악스러운 것이 없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보수단체들의 행동을 보면 조금은 염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근 일련의 법원 판결들에 대한 반응을 보면, 그들도 파블로프의 개의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그것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이들도 역시 파블로프의 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최근의 법원과 검찰의 갈등, 법원의 판결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무차별적인 비판은 한 마디로 “적반하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검찰은 국가공권력의 주체로서 법질서확립차원에서 무리하게 인터넷과 관련하여 필명 미네르바를 구속기소하였다가 무죄판결에 넉다운되었고, 언론사통제와 관련하여 정연주 케이비에스사장을 구속기소하였다가 역시 무죄판결을 받아 어리벙벙해졌으며, 촛불시위를 하였다며 가정주부 등 시민들을 약식기소하였다가 당사자들의 정식재판청구에 의해 역시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을 뿐만 아니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중 야간집회금지조항에 대하여는 오히려 위헌판결에 준하는 헌법불합치판결을 받아 회복불가능의 패배(?)를 맛보았으며, 시국선언과 관련하여 공무원인 전교조교사들이 집단행동을 하였다며 무리하게 기소하였다가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시켰을 뿐이며, 강기갑 민주노동당대표의 박계동 국회사무처장에 대한 공무집행방해기소에 대하여도 역시 무죄판결이 선고되는 바람에 역시 한 방 된통 당하였고, 더군다나 MBC 피디수첩이 방영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둘러싼 광우병보도에 대하여 허위보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받음에 따라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검찰은 겸손해져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잘못된 법집행이 얼마나 많은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었는지 미안해 하고 반성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도 검찰이 공개적으로 항의성명을 발표하고 법원을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형사사건에 있어서 검찰은 기소권의 주체로서 기소당한 피고인과 대등한 관계에서 판단주체인 법원으로부터 판단을 받아야 하는 일방당사자에 불과하다. 즉 법원과 대등한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방어권의 주체인 피고인과 대등한 관계에 있을 뿐이다. 공격주체인 검찰과 방어주체인 피고인이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법원의 판단을 받을 뿐인데도 마치 자신이 법원과 대등한 위치에서 자신들의 기소가 그대로 유죄판결이 나야 하는 듯이 무죄판결을 선고한 법원과 담당재판부를 향해 서면에 의한 항의를 하고 보수언론이 이에 편승하는 것은 아무래도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면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도 법원에 대해 항의하며 “법원의 판결은 법도 아니다.”라고 무시해도 되겠는가? 되지 않지 않느냐 말이다. 상소와 재심을 통해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는 절차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피고인이 그러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처럼 다른 일방당사자인 검찰도 그런 절차를 밟으면 되고 승복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뿐만 아니라 재개발과 관련된 용산화재참사와 관련하여 기소된 피고인들의 방어권보장을 위해 미제출된 수사기록에 대한 법원의 열람허가에 대하여도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는 검찰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은 피고인을 기소도 해야 하지만, 죄 없는 일반국민이 억울하게 기소당하는 것을 방지할 책무도 있으며, 또 설령 기소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유리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의무도 있다. 대법원 판례 중에는 검사가 피고인을 기소한 후 피고인에게 무죄판결이 날 수 있는 유리한 증거자료를 수집하고서도 이를 법원에 고의로 제출하지 않아 유죄판결을 받도록 하여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한 것에 대하여 국가에 손해배상책임을 지운 판례도 있다. 위 용산화재참사사건의 미제출수사자료도 위와 같은 것일 뿐이다.

  검찰의 위와 같은 일련의 기소내용은 “법질서확립”이라는 하나의 당면목표를 향해 기획적인 기소가 남발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러한 의도가 법원에 의해 원천봉쇄당하자, 이를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것은 그러한 의도가 봉쇄당한 것이 분하고 억울하다는 심리적 공황상태(?)에 이르러 보이는 조건반사적행위가 아닌지 염려스럽다.

  어쩌면 지금의 시국은 “은밀한 계엄상태”인지도 모르겠다. 반대의견을 잠재우는 무서운 공권력의 행사가 위와 같이 무리한 기소로 계속되고 있고, 명백한 현행법을 지키지 말자는 국민홍보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번 심하게 홍역을 앓았던 소위 “비정규직법”에 대한 노동부의 태도였고, 현재 진행 중인 것이 소위 “세종시법”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태도이다. 이미 시행 중인 법을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위반하겠다는 대국민홍보전에 열을 쏟고 있는 정부와 집권여당의 행태를 보면 심히 염려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은 법을 개정한 뒤에 홍보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적반하장이 춤추는 세상은 이제 제발 좀 가라, 가라, 가라. 훠이 물럿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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