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사격, 그 슬프디 슬픈 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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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사격, 그 슬프디 슬픈 총성!
  • 법률저널
  • 승인 2009.11.1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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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사격이 울렸다. 많은 사람들이 경고사격이라는 단어에 현혹된다. 경고사격이 말 그대로 경고사격인 줄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경고사격이 있는 곳에 어김없이 전쟁이 발발하고 있음을 말이다. 경고사격이 비극의 시작임을 말이다.
 
지난 11월 10일, 오전 11시 36분 남쪽의 고속정이 서해북방한계선(NLL)을 월선한 북쪽의 경비정 한 척을 향해 경고사격을 하였고, 그 1분 후 북쪽 경비정이 우리 측 고속정을 향해 약 50여발의 함포사격을 가하였고, 곧바로 우리 측 고속정에서 함포대응사격을 하였다. 그로 인해 우리 측 고속정 좌현 함교에서 조타실 사이의 외부 격벽이 15발 남짓의 총탄세례를 받았으나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던 데 비해, 북한군은 1명이 죽고 3명 정도가 부상을 당한 채 북방한계선을 넘어갔다고 한다. 그 시간이 11시 40분경이었다고 하니, 약 4분 정도의 짧다면 짧을, 그러나 숨 막혔을 그 4분 동안에 경고사격에서부터 북한군 4명의 사상에 이루는 순간전투가 남북 간에 벌어진 셈이다.
 
북한은 NLL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방적으로 북한 측에 불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NLL을 그어놓은 선을 지도로 보면, 북한 측이 반발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육지는 적당히(?) 북위 38도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반듯하게 그어져 있고, 동해북방한계선도 대충 맞는데, 유독 서해 북방한계선만 일방적으로 북한쪽으로 밀려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6ㆍ25한국전 당시 해군의 열세에 놓여 있던 북한이 일방적으로 해상봉쇄를 당한 상태에서 남북전쟁휴전이 이루어진 결과이기도 하지만, 하여튼 북한은 심심하면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오곤 했고, 그것이 이번 제3차 서해교전을 빚게 된 직접원인이기도 하다.
 
우리 국방부는 이번 제3차교전에서는 새롭게 작성된 교전규칙에 따라, 경고방송 후 북한의 NLL 월선에 대해 경고사격을 가했고, 북한의 공격에 대해 대응사격으로 물리쳐, 승전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군 발표에 따르면 2004년에 교전규칙이 변경된 이후 북쪽 경비정 월선에 대응해 해마다 3~6차례씩 서해상 경고사격이 이뤄졌으며, 올해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정옥근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6월15일 “적이 우리의 손끝 하나를 건드리면 적의 손목을 자르겠다는 각오로 적과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선언한 이후 “확전 방지”보다는 “초전박살”에 무게 중심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보복대응으로 확전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러나 졸지에 목숨을 잃은 그 북한군의 가족이 오열하고 있을 그날 저녁의 북한의 어느 한 집안의 영상이 떠오른다. 남한 해군이 조금만 더 참고 경고사격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병사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측 해군은 우리는 경고사격을 했을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는 경고사격을 했을 뿐인데, 북한에서 조준사격으로 공격해 와 대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전쟁의 결과였을 뿐이라고, 전쟁에서는 이겨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지만 경고사격, 그래 우리가 하기 좋은 말로 경고사격인 그 사격을 상대방으로서는 경고사격인지 여부를 알 수 없는 것이 현실 아닐까? 문득 우리는 장난으로 연못에 돌을 던지지만, 그 돌에 맞아죽는 개구리는 결코 장난이 아니라는 우스갯소리가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망망대해에서 피아가 마주하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을 향해 총성이 울려오면 그것을 경고사격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태연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제2차서해교전의 기억이 생생한 북한으로서는 이거 또 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남북 간에 교전이 벌어지던 날, 미국이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을 연내 방문할 것이라고 공식으로 발표하는 경고사격하였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문제를 협상하기 위한 방북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제 북미 간에 본격적인 대화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멀지 않아, 북미 간에 국교정상화를 비롯한 많은 문제들이 일괄타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북한 또 교전”이라는, 서해3차교전의 긴급뉴스가 AP통신을 통해 전세계에 타전되던 순간, 바로 그 날 독일 베를린에서는 베를린 장벽 붕괴 20돌 기념행사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하여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 수많은 정치인들과 10만여명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그들은 통일 독일의 자유를 만끽했으며, 자랑스러워했으며, 행복해 했다.
 
이 두 극단적 현상을 지켜보며, 비교하며, 나는 경고사격의 의미를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 경고사격이 울리는 곳에는 언제나 실제전쟁이 발발할 개연성이 아주 높다. 경고사격은 우리로 하여금 무엇인가 조심하고, 되돌아보고, 반성할 것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음이다.
 
유엔의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권리위원회가 한국인권위원회의 권한축소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경고사격을 발하였다. 국민들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이 대대적인 토목공사가 지난 11월 10일, 첫 삽질이 이루어졌다. 정부예산 22조원이 들어갈 것이라는, 아마 3년 후 공사가 마무리되고 결산이 이루어지면 적어도 50조원 정도의 실질적인 공사대금이 투입되었다는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이것이 환경재앙을 가져올 것인지, 아니면 수자원관리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 것인지, 하여튼 경고사격이 시작되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8년간의 노력 끝에 4,398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하였다. 그 인명사전에 수록된 사람의 후손들 중에는 조상의 친일행위자 수록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이들이 있다. 특히 동아일보사주였던 김성수씨와 조선일보사주였던 방응모씨의 후손들의 반발이 심한 듯한 보도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아마 다른 이들의 후손들 중에서도 반발하는 이가 있겠지만, 반발의 입소문을 퍼뜨릴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겠지만, 언론이라는 입을 가지고 있는 두 신문사는 사설이나 기사보도 형식을 통해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친일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고, 아니 민족문제연구소가 다른 숨은 속뜻을 가지고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듯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수많은 사람들의 후손들 중 상당수가 소위 보수라는 이름으로 민족을 내세우고 있음을 보면서 아이러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보수의 한계를 보고 있는 듯한 절망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보수는, 진정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옳은 일과 불의한 일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하고, 잘못된 것을 부끄러워하며, 올바른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개인적인 사리사욕이나 일부 집단의 집단이기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면 이건 아니지 싶을 때가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의 발간도 역사에 있어 하나의 경고사격이라고 본다. 60년 전인 1949년, 반민족행위자를 찾아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출범하였던 반민특위가 이승만 정권에 의해 무력화되는 바람에 반민족친일행위자를 제대로 발본색원하지 못하여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한 채 6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뒤늦게나마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친일인명사전에는 친일행위를 증명할 수 있는 각종 객관적 자료가 함께 첨부되어 있기에 그 진실성이 어느 정도 담보되고 있어, 우리가 민족지도자로 알고 있었던 많은 이들의 친일행위에 혼란스러워지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객관적 사실에 대한 기록이 우리 후세에 대한 역사의 경고사격으로 오래오래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경고사격이 있는 곳에는 전쟁이 있게 마련이다. 그 전쟁이 우리를 살리는 전쟁이 될지, 우리를 죽이는 전쟁이 될지, 그것이 문제일 뿐이다. 그 경고사격의 뒤끝에서, 목숨을 잃은 그 북한군 병사의 영혼을 위해 묵념한다. 어떠한 주의를 배격한 채 남북대치상황에서 경고사격에 겁먹고 대응사격을 했다가 더 센 대응에 당했을 뿐인 희생양인, 그 약하디 약한 한 인간의 슬픔 앞에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우리도 저 통일 독일처럼 남북이 통일되어, 더 이상 이 땅에 전쟁의 불안감이 없는 평화를 만끽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불의가 사라지고, 절제와 사랑이 한반도를 휘감아 흐르는 따뜻한 그 날은 언제쯤 도래할 것인가?
 
잠깐 스톱, 당신의 발 앞에 지금 경고사격이 이루어지고 있소이다. 오늘 하루도 부디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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