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관련법에 관한 헌재 결정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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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관련법에 관한 헌재 결정을 지켜보며
  • 법률저널
  • 승인 2009.11.0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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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법 제2조 제4호는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상호 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을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장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법 제61조 제2항은 피청구인(국회의장)의 처분 또는 부작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야당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하였거나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는 때에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고 있고, 동법 제66조 제1항은 심판의 대상이 된 국가기관(국회, 국회의원)의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판단하도록 하고 있고, 동조 제2항은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를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동법은 헌법재판소로 하여금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에 대하여 “처분을 취소”할 수도 있고, “무효를 확인”할 수도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동법 제67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라고 하여 국가기관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법 제39조는 “헌법재판소는 이미 심판을 거친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는 다시 심판할 수 없다.”고 하여 일사부재리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9년 10월 29일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등 간의 권한쟁의 사건에서, 피청구인 국회의장이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 전부개정법률안”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에 대하여는 7:2의 의견으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에 대하여는 6:3의 의견으로, 위 각 가결선포행위가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한을 침해하였음을 확인하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그러면서도 “신문법안의 무효확인청구”에 대하여는 6:3의 의견으로, “방송법안의 무효확인청구”에 대하여는 7:2의 의견으로 기각, 즉 무효확인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여, 판결이유와 판결결과가 모순되는 선고를 하였다. 법안가결절차는 위법하지만 가결선포된 법률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많은 국민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은 “적법절차”를 지킬 것을 규정하고 있고, 제49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제50조 제1항은 “국회의 회의는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생명은 적법절차의 준수에 있다. 아무리 결과가 좋더라도 절차가 적법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 그러기에 형사 피의자의 범죄 증거를 얻을 목적으로 고문하지 못하도록 고문금지를 규정하고 있고, 묵비권의 행사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를 사전에 고지하도록 하는 미란다 원칙을 확립하고 있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여러 가지 많은 비능률성을 안고 있으면서도 다른 정치체제에 비애 우월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적법절차”가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절차에 의해 대우받고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믿음이 사회적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제39조는 이미 심판을 거친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다시 심판할 수 없다고 일사부재리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일사부재리원칙은 모든 회의체에서 일반적으로 지켜지는 일반원칙이고, 그러한 원리는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켜져야 한다. 따라서 국회의장이 일단 법안에 대한 투표가 끝났다고 종료선언을 하였다면, 그 법안은 가결되었든지 부결되었든지 불문하고 다시 재투표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다시 “재의결해야 할 대상법안”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리는 소송을 진행하다 원고가 스스로 소를 취하해 버린 경우, 그 취소한 소를 다시 취소하여 소송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즉 재판할 대상이 일단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그 소송절차는 종료되어 버렸으므로 다시 이를 부활시켜 소송을 진행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사적 행위와 달리 공적 행위의 경우는 한 번 행위가 완료된 후에는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없는 것이 불문율이다. 투표함에 선거용지를 투함한 이후 이를 다시 꺼내 정정할 수가 있겠는가? 아니면 한 번 투표한 것을 다시 정정하겠다며 투표용지를 다시 재교부해 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국회법 제111조 제2항도 “의원은 표결에 있어서 표시한 의사를 변경할 수 없다.”라고 하여 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회관련법도 일단 그 회기 중에 부결된 의안은 그 회기 중에 다시 재상정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만일 이를 허용하게 되면, 한 번 부결된 안건이더라도 의결될 때까지 계속하여 반복상정하여 국회 의사일정을 방해하는 우스꽝스러운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그 가결선포 역시 무효라고 선고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상법이 규율하는 회사관련소송과 관련하여 절차가 위법하더라도 내용이 위법하지 않은 경우 아주 예외적이지만 유효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고, 행정소송에서도 “사정판결”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절차상의 하자가 있더라도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무효화시킬 경우 사회적 혼란이 더 크게 발생할 개연성이 있을 경우, 그 제도를 그대로 존치시키는 제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경우는 그런 사정판결을 할 수 없다고 해야 한다. 그러기에 수십 년 동안 시행되어 온 수많은 법률들을 위헌이라는 이유로 소급무효판결을 하여 왔고, 거기에 모든 국민은 승복하였던 것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앞서 보았듯이 헌법재판소법 제67조 제1항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에 구속된다고 하였다. 권한쟁의심판이라는 것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일정한 기관끼리 서로의 권한을 침해해서는 안 되고, 그러한 침해가 있을 경우 위법함을 밝혀 위법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함과 동시에 이미 저질러진 위법이 있다면 이를 자율적으로 시정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장은 헌법재판소가 위 결정을 통해 이번 법안 통과가 야당 국회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하였고, 그러한 것이 위법한 것임을 확인한 이상, 그 부산물인 법률의 내용이 위헌사유가 아니라고 확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절차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므로 야당 국회의원들의 권한행사를 보장하여 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 법에 대한 여야합의 또는 새로운 표결절차를 밟는 절차를 이행해야 하는 것이 옳다. 그게 헌법재판소법 제67조의 취지에 부합하다.
 
따라서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을 존중하여 야당과 새로운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고, 야당 또한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할 것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에 의한 대안제시를 통해 새로운 협상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을 너무 급히 서둔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나만의 생각일까? 오랜 대기업 시이오 경험을 통해 속도전의 장점을 잘 알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능률 위주로만, 성과지상주의로만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브레이크를 밟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 결과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하지만, 그 결과가 얻어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상처가 있고, 마음 상하는 아픔이 있고, 마음속에 쌓이는 신원이 있음을 항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놓고 시중에 회자되는 수많은 패러디들을 차마 언급하기 힘들지만, 여야 간의 정치가 이번 사건을 통해 조금 고급스러워지기를 바라는 것은 역시 헛기대가 될 공산이 크다. 하여튼 위법하지만 결과가 좋으면 매부 좋고 누이 좋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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