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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9.07.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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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흡혈귀와 따뜻한 부자 중 어느 쪽?

 

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지난 7월 15일, 청주 12개 재래시장 4,500여 가게가 하루 문을 닫았다. 대형마트의 습격에 이대로 죽을 수 없다며 항의성 파업을 한 것이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홈플러스 청주점의 24시간 영업철회, 기업형 슈퍼의 무차별 확산방지 및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였다고 한다. 이두영 충북경실련사무처장의 “대형 마트에 기업형 슈퍼까지 대기업 자본의 대규모 점포들은 동네 상권을 빨아 삼키는 흡혈귀 같다”는 인터뷰 기사가 유독 눈길을 끈다.


같은 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6월 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2조1316억 달러에 달한 사실을 자랑스레 발표하였다. 지난 해 연말 1조 9460억 달러이던 외환보유액이 지난 6개월 동안의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직접투자에 힘입어 드디어 2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미국의 재정적자가 사상 처음 1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보도와 맞물려 양국의 극명한 경제상황의 대조를 본다.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올 들어 74% 증가했다니 중국의 부의 급속한 팽창이 어디까지 이를지 모를 지경이다.


“흡혈귀”라는 말이 등골을 서늘케 한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는, 공포 영화 속에서나 나옴직한 흡혈귀가 우리 주변에 참으로 많이 널려 있구나 하는 두려운 마음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MB정부는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이 아주 나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 점에 있어서는 일반 국민들의 평가와 맞아떨어진 듯하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복잡한 경제구조에서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겠지만, 가장 큰 원인을 들라면 대형 자본가들의 흘혈귀 경제정책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의 유동성 확보액이 수백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들은 설비투자 및 고용증대를 끈질기게 요구하는 MB정부에 대하여 “장래의 경기전망 불투명”이라는 불투명한 이유를 내세우며 설비투자를 꺼리고 고용을 늘리려고 하지 않고 있다. 물론 그들은 지난 10여 년 전 IMF사태를 겪으면서 유동성을 확보해 두지 않으면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 몸소 체험을 했을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한 기업투자를 하느니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는지 모른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렇게 유동성을 확보해 둠으로써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에서 재테크를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구태여 골치 아픈 굴뚝산업에 투자하여 골머리를 앓으려고 하지 않으려거나 강경한 노동시장과 맞닥뜨리려 하지 않으려는지도 모른다. 내부자 정부를 이용한 동아일보사의 주식불공정거래사건이 며칠 전 금융 당국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사건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과 대형 언론사 등이 유동성을 확보해 두고서 언제든지 내부 정보 등을 이용한 주식거래를 악용함으로써 단기 주식차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들이 여기 저기 산재해 있고, 유동성을 가진 기업들은 힘 들이지 않고 엄청난 자본이익을 얻고 있다. 거기에 죽어나는 것은 뒤늦게 막차를 타거나 상투를 잡은 일반 서민들뿐이지 않겠는가? 개미투자자들이 일부는 그 이익에 편승하여 이익을 챙기기도 하겠지만, 결국에는 쪽박을 차는 비율이 80% 이상 되기 때문에 흡혈귀에게 피 빨려 죽듯 서민들의 호주머니는 거덜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경제문제는 대기업들이 지나치게 많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데에서 비롯되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치게 한 곳만을 강조한다며 편중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한 비판을 무릅쓰고서라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강하게 비판적 논조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플 뿐이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를 들어보고 싶다고 한다면 몇 마디 대꾸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들이 그렇게 많은 유동성을 확보하여 현금이 넘쳐나게 한 것은 기업가들이 사업을 잘 했기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첫째, 대기업들이 하청업체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흡혈귀 같은 잉여이익”이 포함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은 대기업들이 시장에 내어놓는 상품의 가격 인상율과 하청업체에 지급한 부품원자재가격 인상율을 몇 년간 비교해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의 대기업의 상품시장가격 평균인상율을 100으로 친다면 하청업체의 부품 인상원자재구입가격 평균 인상율은 약 60% 정도에도 미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달리 말해 하청업체야 죽든 말든 하청업체에 돌아갈 정당한 이윤을 무단히 깍아내림으로써 대기업들이 배를 불려온 것이다. 이에 대해 항의하는 하청업체에 대해서는 거래단절을 통해 아예 숨통을 막아놓으니, 하청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부품가격 인하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하청업체에 고용된 수많은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이 억제될 수밖에 없으니 가난한 서민들이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삼성이나 엘지 등 국내 대기업체 직원들의 평균 퇴근 시간이 늦어도 너무 늦다는 점이다. 거의 밤 열 시 이전에 퇴근이 불가능한 직원들이 너무나 많이 상존하고 있다. 물론 시간외근무수당이라고 하여 그 직원들에 대하여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겠지만, 그들과 사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거의 사생활이 없을 정도로 업무에 치여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자정이 가까워 퇴근하는 직원이 많다는 것은 업무량이 현재의 직원에 비해 폭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기업가라면 당연히 근무하는 직원수를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현재 고용된 근로자들에게 무리하게 야간작업을 시킬 것이 아니라 인원수를 늘리는 고용정책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고용증대정책에 일조를 해야겠다는 쪽으로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업들은 전산화를 핑계로 인원수를 늘리지 않음으로써 국가 전체의 고용구조를 왜곡시키고 있다.


셋째, 비정규직의 비대화로부터의 부당한 이득이다. 정부와 기업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내세우며 외국 투자 자본의 유치를 위해서도 비정규직은 필요하다고 강변하지만, 똑 같은 일을 하면 똑 같은 월급을 주는 것이 상식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정부는 가급적이면 정규직이 늘어나도록 고용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함으로써 서민들의 가계수입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하여, 그들의 구매력을 보장해 줌으로써 국가 전체의 경제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노동부장관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팽개치는 반대방향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넷째, 이러한 유동성의 거대 축적에는 정부의 부자들에 대한 감세정책 및 고환율정책이 크게 기여하였다는 점이다. 수출주도형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환율이 인상되는 것은 기업들의 현금보유율을 높여주는 최고의 선심성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수출기업의 대외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기본정책이 깔려 있기는 하지만 너무 쉽고 안이하게 고환율정책을 취함으로써 기업체에 너무 많은 이익을 안겨주었고, 수입품의 가격인상 등으로 서민들의 가계 수익 구조를 왜곡하였음 또한 사실이다. 삼성의 경우 불과 30억 정도의 증여세를 내는 것만으로 삼성의 지배권을 이재용 상무에게 넘겨줄 수 있었던 것도 크게 보면 자본구조의 왜곡을 가져온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섯째, 앞서의 대형마트의 진출과 같이 대기업들이 지나치게 염치없는 마녀사냥식, 문어발식 기업확장정책을 씀으로써 소형 재래식 시장상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대기업들은 하청업체, 근로자,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당한 몫의 상당부분을 돌려주지 않음으로써 거대한 유동성을 축적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분배구조의 왜곡이 빈익빈부익부의 왜곡된 현재의 경제구조를 가져온 근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거대한 자본은 이제 마지막으로 언론시장까지 장악하려고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그들에게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장해줄 소위 미디어법안의 통과를 놓고 여야간에 극렬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거대해질 대로 거대해진 자본시장 구조를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흡혈귀에게 피빨려 모두 죽을지도 모를 상황이 가속화될지도 모른다.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세상은 참으로 비극적이고 슬픈 세상이다.


당신, 따뜻한 가슴을 가진 겸손한 부자일 수는 정녕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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