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는 것이 아름답다-유재복 판사의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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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것이 아름답다-유재복 판사의 세상보기
  • 법률저널
  • 승인 2008.10.3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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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복 판사의 세상 보기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아니하는 것이나 멀리 있는 것이 아름답다. 밤하늘의 별이나 전망 좋은 곳에서 바라보는 전경이나 높고 험한 절벽에 피어 있는 꽃이나 시간이 흐른 오래 전의 추억이나 이루어지지 아니한 사랑이나 모두가 다다를 수 없거나 되돌릴 수 없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다.

 

  아무리 잘 그린 그림도 가까이에서 보면 거칠고 볼품이 없다. 지평선을 경계로 이루는 첩첩산중의 멋진 풍경이나 굽이굽이 맑고 깨끗해 보이는 강물도 가까이 가보면 쓰레기나 오물로 뒤덮이고 오염되어 지저분하고 불결하다. 꽃도 가까이에서보다는 거리를 두고 멀찌감치 바라보아야 더 예쁘게 보이는 법. 밤하늘의 밝은 달이나 반짝이는 별도 우주선을 타고 실지로 가보면 전혀 다른 모습일 게 틀림없다.

 

  추억도 그렇다. 그렇게 고생스럽고 고통스럽고 지겹던 어릴 적 기억이나 피 눈물 흘려가며 이를 악물고 이겨냈던 역경도 지나고 나면 다 낭만이요 아름다운 추억거리다. 볼 꼴 못 볼 꼴 다 보고 권태기니 뭐니 하며 질리고 실망하거나 아예 사네 못 사네 다투며 겨우겨우 동거하는 이루어진 사랑보다는 적당히 사귀다가 아쉽게 헤어진 사랑이 훨씬 더 아름답다 여겨지게 마련이다.

 

  사람이 인정받고 존경받기 위해서라도 다 까발리어 속살까지 드러내 보이거나 너무 바싹 붙어 있는 것보다는 적당히 감추고 적당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같이 혹은 가깝게 지내는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기란 참으로 어렵다. 오죽하면 예수께서도 “어디서나 존경받는 예언자도 제 고향과 제 집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마태오 13장 57절)고 하였겠는가.

 

  가까이 있을 적에는 그 진가를 깨닫지 못한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이나 가까이 있는 것보다는 남의 것이나 멀리 있는 것이 더 셈나고 탐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가질 수 없거나 돌이킬 수 없거나 다다를 수 없는 것일수록 더 좋거나 더 낭만적이거나 더 아름답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멀어지면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부부든, 자식과 부모간이든, 친구간이나 동료 간에도 때로는 적당히 떨어져 있는 것도 서로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방법이다. 부부도 파탄지경에 이르면 별거하면서 상대를 다시 바라볼 기회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고, 악화된 인간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때로는 멀리서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너무 근시안이 되기보다는 가끔은 원시안이 되어 멀리 바라보아야 한다. 사물이나 인생살이나 가까이 볼 때와 멀리 떨어져 볼 적에는 그 모습이 확연히 달라진다. 가까이에서 작은 것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멀찍이 물러서서 나이가 주는 시력을 한계로 보이는 대로 그렇게만 보아야 한다. 그래야 인생이 아름다워지고 세상살이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유재복 판사는...

現 대전 지방법원 금산군법원 판사
「늦깎이 시골판사의 세상보기」
「시골판사 유재복, 더불어 행복을 찾는 지혜」저자
·대전에서 소위 '잘 나가던'변호사였던 그는 2001년 시골판사 생활을 자청해 현재까지 대전지방법원 금산군법원 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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