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은 환자인가, 강도상해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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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환자인가, 강도상해범인가
  • 법률저널
  • 승인 2008.10.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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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세인 이창현 변호사
 
어느 환자가 자신이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에 간호사실과 채혈실에 들어가 계속 두리번거리다가 그만 강도상해죄로 기소된 사건이 있는데, 먼저 공소사실을 통해 검사의 입장부터 살펴보자.


피고인(남, 24세)은 2008.4.13.02:30경 어느 병원 4층에 있는 간호사실에 아무도 없는 틈을 이용하여 절취하기 위하여 그 안으로 들어가 침입하고 절취할 물건을 찾기 위하여 그곳에 있는 옷장 캐비닛을 여는 등 이곳저곳을 뒤지고 있을 때 어느 간호사에게 발각되어 도주함으로써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치고(야간방실침입절도미수죄), 계속해서 같은날 03:30경 위 병원 1층에 있는 임상병리과 내 채혈실에 병원 직원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물건을 절취하기 위하여 그 안으로 들어가 침입한 후 그곳에 있는 캐비닛을 열고 뒤져 그 안에 있던 어느 임상병리사(여, 24세) 소유의 시가 40만원 상당의 휴대폰 1개 및 현금 2만원, 3만원짜리 마사지티켓 1장, 신한카드 1장, 국민카드 1장, 동양종금체크카드 2장, 주민등록증 1장이 들어있는 시가 14만원 상당의 지갑을 꺼내어 주머니에 넣고 계속하여 절취할 물건을 찾고 있던 중 그곳 침대에서 잠을 자던 임상병리사가 잠에서 깨어 피고인을 발견하고 놀라 소리를 지르자 체포를 면탈한 목적으로 손으로 임상병리사의 입을 막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임상병리사가 피고인의 손을 깨물자 임상병리사를 밀어 넘어뜨려 침대에 부딪히게 하여 약3주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좌상 등을 가하였다는 것이다(강도상해죄).

    

이에 대해 피고인은 경찰 조사시부터 일관되게 금품을 훔치려는 생각은 없었고 밤에 잠이 오지 않아 그냥 호기심으로 병원 여러 곳을 돌아다니게 되었을 뿐이라고 하면서, 임상병리사가 갑자기 일어나 뛰어나가면서 소리를 지르기에 순간적으로 놀라서 입을 막았다가 서로 뒤엉켜 넘어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안경이 벗겨지고 임상병리사로부터 손까지 물리게 되었으며 순간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이때 임상병리사가 다시 뛰어나가기에 피고인이 안경을 찾다가 휴대폰이 손에 잡혀서 자신의 휴대폰이 떨어진 것으로 오해하고 들고 나갔다는 것이었다. 그 후 피고인은 병원 마당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들고 나갔던 휴대폰을 확인하다가 자신의 것이 아니어서 순간 당황하여 마당 옆의 화단에 던져버렸다가 곧 주워서 병원측에 건네주었다는 것이었다.

 
병원측에서는 피고인의 손에 물린 자국이 있음을 확인한 후에 바로 절도범으로 경찰에 신고하였고 피고인의 가족은 임상병리사에게 100만원을 주고 곧 합의를 하게 되었다.

 

경찰에서는 피고인을 강도상해범으로 긴급체포하였다가 구속영장을 신청하였으나 수사지휘검사가 ‘죄질은 불량하나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해자의 상해 정도 중하지 않은 점, 물건을 절취하는 도중 피해자가 비명을 지르자 우발적으로 폭행을 가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여 불구속수사토록 지휘를 하게 되어 피고인은 불구속상태에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아 기소되면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강도상해죄는 법정형이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법원에서 작량감경(형법 제53조)을 하여도 징역 3년 6월 이상이 되어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므로 실무상 살인죄보다도 더 무서운 범죄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본건과 같이 준강도에 의해 결과적가중범이 되어 강도상해죄로 의율되는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므로 이에 따른 법개정이 시급한 것이다.


어쨌든 피고인은 현재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게 되었지만 강도상해죄가 인정되면 최소 실형 3년 6월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된 필자가 피고인을 만나서 사건에 대해 상의를 하여보니 피고인이 2008.4.2.경 운전하던 승용차가 폐차가 될 정도로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피고인이 다치게 된 점, 피고인이 입원 당시부터 목이 심하게 아파서 목보호대를 착용하게 되어 행동에 불편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점, 입원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지내다 보니 최근 일주일 동안 변을 전혀 보지 못한 상태가 계속되어 장에 변이 가득 차고 드디어 가스까지 많이 발생하여 배가 탱탱하게 부풀고 심하게 아파서 범행 전날 저녁에 응급실까지 가고 엑스레이 촬영을 할 정도였던 점, 의사는 피고인에게 물을 많이 마시고 계속 걷기운동을 하라는 처방을 내렸고 피고인도 배가 차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좁은 병원을 돌아다니게 된 점 등을 새롭게 확인할 수가 있어서 피고인이 정말 훔칠 생각은 없이 간호사실 등을 돌아다닐 수도 있었겠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병원 CCTV를 통해 피고인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세히 살펴볼 수가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병원 복도에만 설치되어 있어서 실제 피고인이 채혈실 안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없는 아쉬움은 검찰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수사기록을 검토하여보니 피해자인 임상병리사는 지갑을 가방에 넣어 임상병리과 사무실내 첫 번째 책상 옆에 있는 의자에 두었고, 휴대폰은 책상이나 간이침대 머리맡에 두었는데 휴대폰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였기에 캐비닛 안에 들어있었다는 공소사실과는 차이가 있었다. 채혈실은 임상병리과 사무실의 일부인데 채혈실은 불이 켜져 있으나 그 외 부분은 모두 소등이 되어 있어 매우 어두웠다. 물론 임상병리사는 어두운 곳에서 간이침대로 잠을 자다가 갑자기 깨어 밝은 채혈실로 나오게 되어 그쪽에 있던 피고인도 매우 놀랐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또한 피고인이 어두운 임상병리과 사무실에서 찾아낸 가방을 다른 곳으로 가지고 나오지도 않고 그 안에 있던 지갑만 찾아내어 꺼내었다는 주장도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당시 범행 현장이나 피고인으로부터 임상병리사의 지갑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혹시 그 사이에 찾게 되었다면, 더구나 지갑을 찾지 못한 것이 당시 피고인의 행동과 무관하다는 심증만 갖게 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위와 같이 피고인의 치료 내용, 특히 범행 전날 응급실까지 갔던 상황 등에 대해 병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하고, 해당 신용카드사와 관할 동사무소에 신용카드와 주민등록증 분실신고 내지 재발급 여부 등에 대해서도 사실조회를 신청하게 되었다. 재판부에서도 이를 채택하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위 사실조회 결과에 따라 곧 증인으로 출석할 임상병리사에게 잃어버렸다는 지갑을 우연히 어디에서 찾았다는 좋은 답을 얻어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변론준비기일을 거쳐 곧 배심원들 앞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제부터 필자는 피고인이나 그 가족들과 함께 피고인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자료를 찾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아야겠다. 무엇보다도 피고인은 지금까지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고 직장도 분명한 청년이며, 목보호대까지 착용한 상태로 범행 전날 응급실까지 가야 했던 그 병원의 환자였던 사실이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근거가 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피고인에게 징역 3년 6월형을 선고받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지금 이 재판이 피고인에게는 인생이 걸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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