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니 미국변호사
1학년을 살아남고 2학년 첫 학기가 시작되면 캠퍼스 인터뷰를 준비하는 2, 3학년들로 교내는 떠들석하다. 약 4일에서 5일에 걸쳐 진행되는 미국 로스쿨 캠퍼스 인터뷰는 로펌들 외에도 기업 법무팀, 검찰청, 법원 등 신규 변호사 (또는 검사, 판사보좌관) 채용을 원하는 이들이 면접관을 직접 교내로 보내 면접을 진행한다. 상위 로스쿨의 경우 많게는 800여곳의 업체들이 참가한다. 교내 캠퍼스 인터뷰가 미국 로스쿨 학생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이유는 캠퍼스 인터뷰를 통해서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의 경우 졸업 후 취업, 2학년 학생들의 경우 로펌 인턴십 채용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로스쿨 학생 대상 여름 인턴십은 “summer associate” 또는 “summer clerkship”으로 불리는데 대부분의 대형 로펌의 경우 “summer associate”이라는 표현을, 소형 로펌과 검찰청, 법원은 “summer clerkship”이라는 표현을 쓴다. Summer Associate의 주된 업무는 법률 리서치와 송무 혹은 상거래 중 발생되는 법률상의 문제에 대해 memoranda (사내소견서)를 쓰는 일이다. (미국 로스쿨 1L 과정이 법률 리서치와 법률 작문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8-90년대만해도 여름 인턴십 과정은 상당히 호화스러웠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개념이 더 강했던 이 시절의 인턴들은 주 업무인 파트너 혹은 어소 변호사 법률 업무 보조 외 상당히 많은 시간을 고급 점심/저녁 식사, 콘서트 관람, 크루즈 파티 등으로 보냈다. 하지만 2008년 현재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인턴들에게 등이 휠 정도로 과중한 업무를 맡기지는 않지만 인턴에게 지급되는 보수만큼의 업무는 감당해야 한다. 인턴 보수는 1년 차 어소변호사와 동일한데, 뉴욕의 대형 로펌의 경우 주당 평균 2천5백불 선이다. 여름 인턴은 약 8주에서 10주정도 근무하게 되는 만큼 총 2만불에서 2만5천불 정도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
Summer Associate으로 일하기 위해서 부던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로스쿨이 아무리 실무 위주의 교육을 한다고 해도 1L 교육은 이론에 불과하다. 실무경험이 없는 신입 변호사의 취업이 어려운 현 미국 법률시장에서, 여름 인턴십 경험은 1L때 배웠던 이론들이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경험하는 것 외에도 졸업 후 취업을 위한 필수 요건 중 하나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이유는 여름 인턴십이 채용으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미국 로펌은 Summer Associate으로 근무한 인턴 위주로 신입 어소 변호사 채용을 한다. Summer Associate 중 약 90%가 인턴십 종료와 함께 job offer (최종 고용 제안)을 받게 되는 만큼 인턴으로 근무한 로펌 취업은 어느 정도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
여름 인턴십은 자신에게 맞는 법률 분야, 그것이 가난한 AIDS 환자를 대변하는 일인지 아니면 대형 로펌에 소속돼 기업 법무를 보는 일인지를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일 뿐더러 졸업 후 취업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경력이다. 또한 미국 로스쿨 마지막 해가 채 시작도 되기 전에 job offer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1, 2학년 때와 달리 매우 편안한 마지막 해를 보낼 수 있다. Job offer를 받아둔 후에도 계속적으로 취업 면접을 준비하는 이들의 경우 취업이 확정된 곳이 있다는 점에서 좀 더 편안하게 면접에 임할 수 있고, 인턴으로 근무했던 로펌 변호사들과의 원만한 관계 속에서 만족스러운 근무환경과 연봉이 제시된 이들의 경우 여유롭게 마지막 학기 생활을 즐기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로스쿨 학생들에게 여름 인턴십이란 타 전공들과 달리 선택사항이 아닌 기필코 얻어내야 하는 필수 사항일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