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태 칼럼 - 노량진 과거(科擧)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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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태 칼럼 - 노량진 과거(科擧)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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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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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태 칼럼 - 노량진 과거(科擧) 시험
 
공무원이나 할래?
 
 우리나라의 전통교육은 모두 과거(科擧)시험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과거급제가 곧 출세의 관건이었기 때문에 과거시험 과목들이 교육의 중심일 수 밖에 없었다. 조선시대의 과거는 양민에게 응시의 기회가 부여된 것만은 사실이나 고려과거 보다 그 응시의 기회의 폭이 좁았다.  
 
 ‘금오산이남 사람과는 혼인이야기도 꺼내지 마라’. ‘물가 사람들과는 혼인도 금기다’는 말이 있다. 당시 과거시험은 국가직 밖에 없는 없었던 관계로 전국의 학도(學徒)들이 한양(서울)으로 가서 과거에 응시하여야 했다. 당시는 이동수단이 오로지 걷기와 말(馬)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금오산이남 지역 즉, 부산, 포항, 울산, 남해, 해남, 목포, 광주, 진해, 진주, 함흥, 신의주 등지의 유생(儒生)들은 응시한다 하여도 합격의 길은 요원(遙遠)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양민들에게는 하늘에 별 따기였을 것이다. 한 번의 시험을 보기위해 한 달여를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가는 도중에 비(雨)라도 오면 여간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뒤에 진 개나리 봇짐은 비에 범먹이 되고, 가져간 붓글씨로 써여진 서책(書冊)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된다. 공무원 수험생이라면 누구라도 일주일 전, 아니 하루 전날이 중요하므로 그동안 숙지했던 지식을 정리하고, 심지어 시험장 앞에서 나누어 주는 고시학원들의 선전문구가 들어있는 파이널 정리 집도 하나 빠뜨리지 않고 외우고 왼다. 조선시대처럼 시험장소가 한양으로 제한되었다면, 과거합격은 그야말로 지방 양민들의 일부 천재들을 제외하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물가 사람들과는 혼인도 않는다’ 는 것이다. 즉, 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시험을 응시하여도 불합격은 명약관화(明若觀火)이고, 당연히 관직(官職)에 나서기는 불가(不可)했다. 관직에 나서지 못함은 양반이라고 하는 상류사회로의 진입을 어렵게 하였으니, 영원히 양민이나 상민으로 살아야 했던 것이다.
 
 조선시대의 문과(文科)는 소과(小科)와 대과(大科)로 나누어 치루어 졌다. 소과는 생진사과(생원시·진사시)라 하였다. 합격자들은 성균관(成均館)에 입학을 하거나  일부는 하급관료로 근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성균관에 입학하여 수학을 한 뒤 대과(大科)를 보거나 또는 낙향하여 대과를 응시하려고 서원(書院)등에서 수학(受學)을 계속하게 된다. 소과는 초시와 복시의 2차로 치루어 지는 시험이었고, 대과는 초시, 복시, 전시의 3층제 였다(고려시대는 처음에는 단층제였다가 고려 말에 3층제를 채택함), 소과는 요즘의 9급, 7급 시험이고, 대과는 고등고시에 해당한다. 과거의 과목은 주로 유교(儒敎)경서(經書)들이었음으로 이들 과목이 교육의 핵심일 수 밖에 없었다.

 현재의 9급 시험은 당시에 비하면 소과에 해당한다. 시험의 필수과목이 국어, 영어, 국사이고 선택과목이 행정직은 행정법과 행정학, 교육직은 행정학 대신 교육학을, 사회복지직은 사회복지학을, 소방직은 행정법 대신 소방학을, 교정직은 교정학을, 세무직은 세법과 회계학을, 경찰직은 영어, 경찰학, 수사, 형법, 형소법 (기타 공안직군 및 기술직은 직렬에 따른 전공과목을 본다) 즉, 공직자가 되려는 수험생들은 오로지 이들 과목에만 목숨을 건다. 참여정부 들어 공직자의 전체수가 약 95만명(2006년 12월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 수 ; 93만3천663명)이라고 한다. 남한인구(2006년 기준 4,900만명)의 약 2%(이에는 비정규직, 일용직, 사립학교 교원 등은 제외한 수이다)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과거시험은 3년마다 치루어 지는 정기과거의 식년시(式年試)와 임시과거인 증광시(나라에 큰 경사가 있을 때 보는 과거), 알성시(왕이 성균관 문묘에 알성 제례를 드리고 난 뒤 보는 과거), 별시(병년이 돌아오거나 나라에 작은 경사가 있을 때 보는 과거), 백일장(지방유생들의 학문장려로 치루어 지는 시험) 등으로 나누어져 치루어 졌다.

 현재의 공무원 시험은 국가직(중앙인사위)이 9급, 7급이 있고, 국회사무처 시험, 16개 시·도에 치루어 지는 시험,  16개 시·도 교육청에서 치루어 지는 교육직 시험, 경찰직, 소방직, 교정직(교도행정), 세무직, 관세직, 외무직, 검찰직, 법원직, 기술직 등 다양하다. 이는 마음만 먹으면 1년에 10번 이상의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시 말해, 실력만 갖추어지면 누구도 공직(公職)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반국민들이 유일하게, 신분, 성(性). 학벌, 외모, 출신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가장 공정하게 완전경쟁으로 치루어지는 시험은 공무원과 교원임용시험 뿐이다.

이 시대 가장 객관적인 시험인 것이다. 이제 공직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문제는 자신이 어떤 직종을 선택하여 가는가에 달린 것이다. 당신이 공직의 길로 들어서려고 마음먹는 순간 당신은 이미 공직자가 된 것이다. 
 
 노량진의 동량(棟梁)들은 예비 공직자이다. 어쩌면 합격을 위한 마지막 관문의 의식을 치루는 곳이다. 9급 시험을 합격하면 부모들은 ‘얼~쑤’ 좋다고 덩실덩실 춤을 출 것이다. 합격하는 순간 여러분들은 인력시장으로 내보내질 것이다. 급기야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가 있는 당신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변화가 당신 주변에서 일어날 것이다. 그럴진데 당신의 부모님은 소(牛)라도 못 잡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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