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우 샘과 함께하는 행정법판례산책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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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우 샘과 함께하는 행정법판례산책 - (12)
  • 법률저널
  • 승인 2008.05.2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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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의 성희롱결정과 처분성
-대판2007.6.14. 2005두6461-

Ⅰ. 사건의 개요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들의 회식 자리에서 A교감은 B교장 및 교무부장이 함께 참석하여 학생지도, 전국 초등학교 3학년 기초학력평가 및 1학기 영어 선도수업 등 학습에 관한 대화를 하던 중 B교장이 3학년 담임교사 중 여자교사 3명에게는 소주잔에 맥주를 따라 주었고, 남자교사 3명에게는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 주었는데, 남자교사 3명만 B교장에게 답례로 술을 권하고, 여자교사 3명은 술을 권하지 않자 두 차례에 걸쳐 여자교사들에게 교장선생님께 술 한 잔씩 따라 줄 것을 권유한 사실이 있었다.

위 회식에 참석하였던 甲여자교사는 위 회식에 참석하였던 여교사 3인에게 2회에 걸쳐 B교장에게 술을 따르라는 취지의 말을 한 후 특히 자신을 지목하여 "최선생은 교장선생님께 필히 한 잔 따르지"라고 말하고, B교장은 A교감의 위와 같은 행위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묵시적으로 동조한 채 여자교사들이 따르는 술을 받아 마시는 행위를 하여 각 성희롱을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여성부의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 A교감과 B교장을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2003. 5. 29. 법률 제6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남녀차별금지법'이라 한다)에 의한 시정신청을 하였다.
이에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위 회식장소에서 A교감이 甲에 대하여 B교장에게 술을 따르라는 취지의 말을 하여 성희롱을 하였다는 이유로 남녀차별금지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 2003. 4. 28. A교장에 대하여는 '甲에 대하여 B교장에게 술을 따르라고 한 행위는 성희롱으로 결정한다'는 의결을, B교장에 대하여는 '성희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의결을, 위 초등학교에 대하여는 '향후 교직원들의 회식문화를 개선하고, 전교직원을 대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의결을 하고, 같은 해 5. 6. 이를 A 등에게 통지하였다.
 
이에 A교감은 위 회식장소에서 여자교사들에게 "교장선생님이 술을 한 잔씩 권하였으니 여선생님들께서도 교장선생님에게 한잔 권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취지로 2회에 걸쳐 말함으로써 여자교사들에 대하여 교장에게 술을 권할 것을 권유하였을 뿐 여자교사들에게 술을 따르라고 강요한 사실이 없고, 위 회식 당시 교장인 B가 여자교사들에게 술을 한 잔씩 따라 주었는데 교장의 술잔이 비었음에도 여자교사들이 교장에게 술을 권하지 않았는바, 아랫사람이 윗사람으로부터 술을 받았으면 답례로 윗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것이 술자리에서 지켜야 할 예절이라고 생각한 A가 교장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여자교사들에 대하여 교장에게 술을 권하도록 하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인데, 그와 같은 A의 언동에는 성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설령 성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여성부의 성희롱결정의 취소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본 사건의 논점은 여성부의 성희롱결정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성이 인정될 것인가이다.

Ⅱ. 성희롱결정의 처분성
1. 여성부의 주장
여성부는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상의 남녀차별결정 및 시정조치권고는 상대방에게 자발적으로 시정할 것을 권고하는 행정지도로서 상대방 기타 관계자들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여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2. 법원의 판단
인격권은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기본권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로부터 유래되어 인정되는 권리로서, 그 내용에는 소극적으로 일반 국민은 누구나 사회적 명예나 가치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국가는 일반 국민에 대하여 그의 사회적 명예나 가치를 보장해 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포함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에서와 같이 만약 성희롱 행위자로 지목된 자가 자신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피고와는 다른 판단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그의 언동을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면, 그와 같은 결정에 의하여 위와 같이 헌법에 의하여 보장받고 있는 그의 인격권이 직접적으로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원고의 언동을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피고의 결정은 원고의 인격권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공공기관의 장 또는 사용자에 대한 피고의 시정조치권고는 권고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그 상대방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법률적 변동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행정지도의 일종으로 보여질 수 있으나, 그와 같은 형식에도 불구하고 법은 당해 공공기관의 장 또는 사용자에게 특별한 사유를 소명하지 못하는 한 이를 이행하여야 할 법적 의무와 그 처리결과의 내용을 여성부에게 통보하여야 할 법적 의무를 동시에 부여하고 있으므로, 여성부의 시정조치권고는 그 실질에 있어서 상대방에게 법적 의무를 부담시키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것이다.
결국 여성부의 성희롱 결정은 국민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으로 변동을 초래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Ⅲ. 결론
구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2003. 5. 29. 법률 제69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2호에서는 “성희롱이라 함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기타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성희롱의 전제요건인 ‘성적 언동 등’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위 법 규정상의 성희롱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가 아닌 이상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이 성립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위 회식 장소에서의 대화 내용, A교감이 위와 같은 말을 하게 된 정황 등에 비추어 A교감이 성적 의도를 가지고 위와 같은 언행을 하였다기보다 직장 상사인 교장으로부터 술을 받았으면 답례로 술을 권하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한 것으로 보여지는 점, 회식에 참석한 여자교사 3명 중 2명이 원고의 언행으로 인하여 성적인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회식의 성격, 참석자들의 관계, 장소 및 A교감이 이 사건 언행을 할 당시의 상황, 성적 동기 또는 의도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A교감의 이 사건 언행이 우리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없는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참고로 위 사건에서 2심까지는 성희롱결정의 권한이 여성부에게 있었으나, 그 후 여성부로부터 국가인권위원회로 그 권한이 이관되었기에 대법원에서의 피고는 여성부의 권한을 승계한 국가인권위원회였던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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