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태 칼럼 - 공무원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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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태 칼럼 - 공무원이나 할까?
  • 법률저널
  • 승인 2008.04.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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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우량주!!
 
노량진은 강사들의 천국(天國)임과 동시에 강사들의 지옥(地獄)이기도 하다. 필자도 가방모지(가방을 들고 다니는 강사)이므로 강사가 강사를 평가하기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교사들이 동료교사를 평가하기 보다 더 어렵고 무서운 것이 없다. 정치인이 동료정치인을 평가하기 보다도 더 고통스럽다. 수많은 강사들과 만나서 대화하고 그들의 과거 속에 들어가고 현재를 보아왔다.
 
필자는 그분들을 사랑한다. 실력은 그리 없어 보이는데 인기 있는 강사가 있는가 하면, 그냥 입속에 넣고 강의하는 것 같은데 스타강사라고 대접 받는 경우도 있다.

 노량진의 강사군은 크게 5가지 유형이다. 첫째는 처음부터 아예 고시학원 강사의 길을 선택한 분들의 경우이고, 두 번째가, 현재 대학에서 주로 시간강사를 하면서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노량진으로 유입되는 케이스, 세 번째는 다른 직장을 다니다가 적성에 맡지 않거나, 투잡(tow job)을 하다가 이쪽이 경제적으로 유리할 것 같아 노량진의 진로를 바꾸는 경우, 네 번째는 안간힘을 다해서 고시공부(행정고시, 사법고시, 외무고시, 기술고시 등)를 하다가 고배를 마시고는 공부한 것이 억울하여 진입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사무관시험(5급)에 합격하였으나 적성에 맡지 않아 노량진으로 급선회 한 분들이 노량진의 강사 군(群)을 이루고 있다.
     
 이들 많은 강사들 중에서 이 시대 노량진 강사의 표본을 보인 분을 찾으려고 수소문을 하였고, 참 많은 분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였다. 어느 분을 평가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강사들의 애환과 현실도 어엿한 노량진의 문화이기에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친한 지인강사들의 도움으로 필자가 평가하기 보다는 수험생의 눈을 통하여 바라보는 입장을 취하기로 하였다. 다음은 노량진에서 15년간 영어를 강의하시고 계시는 S교수님의 추천으로, 2년간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한 남자 수험생 P군이 가장 존경하는 행정법의 K교수에 대한 사연을 담아본다.

노량진에 발을 들여 놓은 지 2007년 8월로 25개월 째이다.

 

여러 강사님과 교분을 가져오고 있다. 그 중에서 유독 행정법의 K강사를 나는 큰형처럼 존경한다. 행정고시를 합격하신 분이라,대단한 자부심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명강사라고 불러도 하등 손색이 없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주식으로 비유하자면 "저평가 우량주"라는 표현이 적당할 듯 싶다.

 

행정법이라는 과목에서 E학원 H교수님의 명성이 워낙 높아서

다른 강사님들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K교수님은 물밑에서 노량진 수강생들을 중심으로 점점 그 명성을 높여가고 있다.

 

워낙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다방면으로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고 책 볼 시간을 벌기 위해서 자가용 대신 일부러 대중교통(서울메트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분이다. 특히 역사(한국역사와 세계사)에 관심이 많아서 행정고시패스 후에 문화관광부나 통일부 같은 상대적으로 기피하는 부서를 원하였다고 한다.

 

특히, 삼봉 정도전 선생님을 존경하신다고 한다. 행정법 기본서도 <S행정법>이다. 교수님 개인 카페 이름도 「삼봉 정도전」으로 운영하고 있다. (참고로 S행정법에서 삼봉은 정도전 선생 호이기도 하지만 법령과 학설과 판례라는 행정법의 세 봉우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 지적호기심을 학교가 충족시키지 못해 자퇴를 하

셨다고 한다. 예를 들면, 수학에 굉장한 흥미를 가지고 거기에만 전념하기를 원하는 데 당시 공교육기관의 대표인 학교에서는 정해진 커리큘럼(curriculum)을 따라야 했다. 그런 점에서 충돌이 있었다. 와중에 존당(尊堂)께서 그 때 돌아가셔서 정신적인 충격도 받았다고 한다. 자퇴 후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면서 대입준비를 하다가 학원 역시 본인 스타일과 맞지 않아 그만 두고 독학(獨學)으로 공부해서 K대학교 법학과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을 한다.

 

대학생활의 대부분은 운동권에 투신하였다. 정통 386년이다.운동권의 선두에서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였다. 그 와중에 좋은 여인(?)이 생겼고 그 여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행정고시를 시작해서 불과 단 석달 만에 1차를 패스했다고 한다. 이어진 3차 면접에서 운동권 출신이라는 이유로 탈락하자 오기가 생겨 다시 도전해서 다음해(0000년) 행정고시에 최종 합격하게 된다.

 

국방부 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율곡사업 등을 담당했다고 한다.

워낙 성격이 대쪽같아 불의(不義)를 보면 절대 그냥 넘어가는

성격이 아니라 공직생활을 십년도 못하고 스스로 접고 만다.

 

결혼도 당시 고시합격자라 좋은 자리에서 선자리 많이 들어 왔는데 다 거절하고 본인이 원하는 상대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둘만이 조촐하게 결혼식 올렸다고 한다.

 

공직생활 청산 후 4년 정도 화려한 백수생활을 하였다. 인생의쓴맛을 본 순간이었다. 강사생활은 신림동의 모 법학원에서 행정법 강의를 하면서였다. 신림동에서 입지(立地)가 다져질 무렵에 노량진 H고시학원에서 스카웃 제의가 오면서 본격적으로 노량진 진입에 성공한다. H학원에서 2년 간 강의를 한 후 현재의 NH고시학원으로 옮기게 된다.

 

「S행정법」교재를 보면 그 정성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시중

에 있는 대다수 행정법 책을 다 비교하면서 보지만 정말 그만한 책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이다. 언젠가 K교수님 연구실에 면담을 하러 찾아간 적이 있는데 온통 책으로 쌓여 있어 그 분위기에 놀랐다. 그냥 책만 전시해 놓은 게 아니라 수많은 책을 읽고 또 읽고 찾아서면서 공부하신 모습이 인상 깊다. 책 속에 파묻혀 산다는 현장을 실제로 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행정법이라는 과목은 법령이 워낙 자주 바뀌고 변화무쌍하다.매 시험마다 적중시키기가 타 과목에 비해 많이 힘들지만 S행정법이 특히 적중률이 높다고 평가한다. K교수님은 제도권 내의 대학교수님들의 모든 교과서를 끼고 살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그것을 교재에 반영 하고 있다.

 

행정법은 내용이 워낙 많아서 다른 과목보다 시간이 더 많이소요된다. 현재 노량진 시스템으로 감당이 안되는 게 현실이다.  

 

다른 행정법 강사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분은 본인 성격상 대충을 용납을 하지 않는다. 항상 강의시간보다 보강시간이 더 많기도 하다.

 

법과목이라 좀 딱딱하고 지루하기도 하지만 수업시간은 웃음

바다이다. 사례 하나를 설명하면서 알기 쉬운 비유를 들어주는데 그 박학다식(博學多識)에 놀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등 정말 모르는 분야가 없을 정도의 지식을 총 동원하여 행정법에 접목시켜서 강의를 진행한다. 강의 중간 중간에 학생들의 용기를 복 돋우어 주는 주옥같은 격려도 빼놓을 수 없는 그 분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K교수님은 마니아(mania)층이 많다.

 

열정팬들이 많아서 수업 후에는 학생들과 어울려서 술자리를 자주 가지면서 인생의 선배 역할도 잘 해 준다. 고단한 수험생의 고뇌를 마음으로 대해주는 모습에서 언제나 자상한 큰형이다.

  

공무원 열풍이 불면서 노량진에 엄청난 수험생이 몰리고 학원규모도 커지고 있다. 진정한 교육보다는 상업적인 운영과 이기적인 일부강사가 공존하는 양면적인 현실 속에서 몇 안되는 휴머니스트적인 열혈강사가 K교수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 분의 진심이 점점 확산되면서 "저평가 우량주"에서 "노량진 블루칩"이 될 날도 멀지 않았을 것이다.

 

노량진 생활에서 삶의 바닥을 흐느끼는 동료들의 마음이 모두 나와 같다고는 할 수 없다. 우리가 힘들어 할 때 우리곁을 지켜 주는 교수님들의 사랑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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