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법치주의와 법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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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법치주의와 법률가”
  • 정영철
  • 승인 2008.04.1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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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철 연세대 법대교수, M&A·법조실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한국정치의 정점이라면 우리는 이제 그 정점을 지나서 내리막길을 가고 있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직장에서, 집안에서 한국정치의 앞날을 예측하던 즐거움이 지나가고 이제 우리는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정치의 어떤 측면이, 정치가들의 어떤 말과 행동이 왜 법률가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역시 새로운 정당이 생기고 기존의 정당이 없어졌다.  시대에 맞는 하나의 이념이 정립되었으면 이를 중심으로 시간을 더하여 가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하여 변형하고 유지하여 가는 전통은 아직도 요원하고 언제나 사람을 중심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인물중심의 정치가 반복되었다.  지역중심의 정치가들의 이합집산도  반복되었다.  이러한 정치가들의 행태는 법률가들을 불안하게 한다.  인물보다는 이념과 이상이, 지역보다도 정책능력이 보다 안정적이고 믿을 만하기 때문이다.  


많은 정치가들은 여전히 왜 정치를 하는지에 대하여 단순한 이분법적 사고를 하고 있다.  말로는 국민을 섬기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권력을 잡은 후에는 아무 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당선자들은 선거에 이겼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더욱 광범위하고 절대적인 권력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는 권력을 잡기 위한 것만도, 국민을 섬기기 위한 것만도 아니고 국민들의 공공선을 찾아 이를 국민들에게 베풀음으로써 국민들을 다스리기 위한 것이다.  일단 선거에 이긴 이상 국민들의 뜻을 물어보거나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정치가들이 법률가들을 불안하게 한다. 


많은 정치가들이 정치는 법과 별개인 것처럼, 또는 정치는 법에 우선하는 것처럼 처신한다.  정치과정이 가치를 창조하는 중요하고 힘든 것이기는 하지만, 이를 통하여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구체적인 정책목표를 정하였다면 결국 이를 집행하는 수단은 법이다. 집행수단을 고려하지 아니하는 정책목표는 책상위의 종이에 그려진 가능성이고 정책이 아니다.  또한, 법에 기초하지 아니하고 지위나 기관에 기초한 사실상의 권력이나 행정적인 재량의 활용을 통한 집행은 모래위의 성과 같아서 자리에 있는 자들이 바뀌면 그 순간 바로 허물어져 버린다. 법 이외의 사실상 권력을 통하여 정책을 집행하려는 정치가들이 법률가들을 불안하게 한다.


새로운 행정부는 경제를 살리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했다. 행정부의 관리들은 자신들의 업적과 경륜을 저버리고 민간주도의 경제 살리기에 목표를 같이 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부처의 의사결정자를 반드시 기업인 출신을 앉힐 필요는 없으며 정부가 운용, 관리하던 공기업의 수장에 민간 사업가를 앉힐 필요는 더더욱 없다. 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임용된 공기업의 최고경영자를 행정부의 최고책임자가 바뀌었다고 무조건 사표를 내라고 하는 것은 법에 근거한 결정이 아니다. 앞으로 행정부의 수반에게 그러한 권력을 주고 싶으면 앞으로 그렇게 하자고 법으로 정하면 된다. 언론을 이용한 권력의 행사가 법률가들을 불안하게 한다.   


혁신과 개혁의 가장 중요한 수단은 법이다.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변화를 법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구체화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모든 사회의 구성원이 법은 또 다른 법이 제정되기까지는 지키기로 약속해야 한다.   법초안을 작성, 개정, 폐지하는 절차에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이들이 법률가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가지 불안에도 불구하고 법률가들이 국정의 현황을 논의하고 이의 방향을 잡아나가기 위한 법률을 논의하는 자리인 국회에 과거에 비하여 보다 많이 진출한 것은 희망적인 발전이다.  앞으로 이들이 기존의 인물정치를 탈피하여 한국정치에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과정을 위한 일꾼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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