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은 미국인들에게 공산주의에 대한 두려움을 일깨워 주었다. '거대한 공포(Great Fear)'라 불리는 격렬한 반공 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1946년 영국과 캐나다의 공산주의자들이 소련 간첩으로 활동했던 사건들이 폭로되면서 반공주의는 더욱 심화된다. 미국 국민들은 공산주의자들이 소련의 도움을 받으면서 미국을 무너뜨릴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믿게 된다.
미국 전역에서 반역자 색출을 외치는 소리가 높아지게 된다. 공산주의에 호의적이었던 민 주당 출신의 트루먼 행정부도 조치를 강구하게 되었다. 1947년 충성 심사 위원회(Loyalty Review Board)를 설치하여 공산주의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조사하였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도'신원조회'라는 형태로 잔존한다.
의회도 비애국적인 행위를 조사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부 안의 공산주의자들이 벌였던 간첩 행위가 드러나게 된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경우가 알저 히스(Alger Hiss) 사건이었다. 히스는 국무부의 고위 관리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미국의 대외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히스는 국가 기밀을 소련에 넘겨준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을 살았다. 1949년에서 1950년에 걸쳐 진행된 히스의 재판 과정에서 미국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공산주의자들의 영향이 그처럼 컸다는 사실에 놀랐다. 1950년에는 연방 수사국(FBI)이 미국의 간첩들이 1945년과 1946년에 원자폭탄 관련 자료를 소련에 넘겨준 사실을 발표하였다. 이 사건으로 여러 사람이 기소되었는데, 그 가운데에 줄리어스 로젠버그 부부는 1953년에 사형 당하였다.
미국 사회에 공산주의가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의회는 '비애국적인'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1951년에 국가 보안법(Internal Security Act), 즉 매캐런법을 제정하였다. 트루먼 대통령은 반대했지만, 결국 이 법은 공화당이 우세한 의회를 통과하였다.
이 법의 목표는 '비미국적인'요소들을 밝혀내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공산주의 단체들은 정부에 의무적으로 등록을 해야 하고, 우편물과 글에는 반드시 공산주의자들임을 밝히도록 하였다.
반공 운동은 '매카시즘(McCarthyism)'의 출현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매카시는 위스콘신 출신의 공화당 상원 의원으로서, 사회주의에 물든 민주당 행정부와 동부 지역 도시들에 맞서 서부 농촌 지역의 전통적인 가치를 대변하려고 하였다. 즉, 그는 미국의 청교도적 윤리와 자유 방임주의 이론을 대변하려고 하였다.
1950년 2월 그는 웨스트버지니아 주 필링에서의 연설에서 국무 장관 딘 애치슨이 이끄는 국무부 안에는 57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중국 대륙이 공산주의자들의 손에 넘어가게 된 것도 결국은 국무부의 용공적인 전문가들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매카시는 트루먼 행정부 전체를 용공적이라고 비난하였다. 정권은 공화당 출신의 아이젠하우어에게 넘어갔다. 심지어 그는 조지 마셜 장군을 용공주의자라고 매도함으로써 군부와도 충돌하였다. 특히 이것이 육군 대장 출신의 아이젠하우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매카시의 과격한 반공 운동은 반발을 일으켜, 1954년 말에 67명의 상원 의원이 그를 규탄하였다. 그 때부터 매카시의 영향력은 약해지기 시작하였다. 그가 간질환으로 사망하면서 반공 운동도 사라졌다.
필자가 매카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라디오에서는 한나라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있다라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좌파정부라고 계속 불러왔다. 이제 의회의 다수당이 되는 한나라당에서 어떠한 정치적 행태를 보일지가 궁금하다. 매카시와 같은 인물이 몇몇 보이기 때문이다.
<그림은 매카시를 주제로 한 영화 포스트이다. 주인공은 러셀 크로우이다.>
저작권자 © 법률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