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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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변호사의 형사교실
  • 법률저널
  • 승인 2008.04.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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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300만원과 구류 29일의 차이
 
피고인은 친구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여행을 갔다가 어느 퍼블릭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캐디) 없이 골프를 치게 되었는데, 마침 앞 팀에 재미교포인 피해자와 그 아내 등이 골프를 치고 있었다.


앞 팀의 피해자 일행이 마지막인 18번 홀을 모두 끝마치고 홀에 깃발을 꽂아 홀아웃을 하고 그린을 나가는 것을 본 피고인은 이후 그린을 벗어나 카트길 쪽으로 간 피해자 일행들이 보이지 않았고 피고인의 일행 중에 제일 전방에 있던 50대 남자가 피고인에게 샷을 하라는 표시를 하였다. 당시 18번 홀은 총 길이가 458야드(1야드는 0.9144미터)로 왼쪽으로 굽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약 15도 오르막 지형이었고 양쪽으로 나무가 심어져 있었으며 피고인은 원샷을 한 상태에서 약 230야드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투샷을 할 차례였다.


그래서 피고인이 투샷을 하려고 준비를 하게 되었는데 투샷 위치에서는 18번 홀 그린이 오르막이라서 잘 보이지 않아 10야드 정도 앞으로 걸어가서 그린을 잘 살핀 후에 다시 제자리로 와서 2번 정도 스윙 연습을 한 후에 투샷을 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이미 원샷을 가장 장타를 날릴 수 있는 1번 드라이브로 최대한 힘껏 타격하여 220야드까지 날렸기에 7번 우드를 이용하여 잘 맞으면 18번 그린 부근까지 갈 것으로 기대하고 투샷으로 골프공을 쳤는데 마침 강한 바람이 불어 18번 홀 그린 방향이 아닌 피해자 일행들이 간 카트길 방향으로 골프공이 세게 날아가게 되어 순간 너무나 놀라 ‘볼, 볼’하는 소리를 내면서 골프공을 따라 뛰어갔더니 피해자가 이미 머리를 맞아 쓰러져 있고 피해자 일행 3명은 카트에 타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피해자는 바로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며 피고인도 병원에 따라가서 다음날 새벽까지 대기하였으나 피해자의 아내는 피고인이 “보기도 싫다”고 하여 우선 명함을 주고 돌아오게 되었고, 그 다음날에도 병원에 찾아갔으나 피해자의 아내는 역시 피고인에게 화를 내며 “나중에 연락하면 오라”며 핀잔을 주기만 하였고 그 다음날에도 찾아갔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형편이라고 하면서 피해자측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였으나 거절당하고 어쩔 수 없이 귀국하게 되었던 것이다.
    
피고인은 미국에서 같은 한국인을 다치게 하였다는 죄책감에 빠져 있는 상황이었는데 피해자측은 피고인에게 손해배상을 한번 요구하지도 않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살인미수죄’로 고소를 하였으며, 검찰에서는 피해자의 아내와 피고인을 수사한 후 ‘과실치상죄’를 인정하여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를 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벌금 300만원을 납부하기도 하였으나 피해자의 아내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것이 너무 과장되고 사실과 다른 것이 많다는 생각과 함께 자신의 잘못이 형사처벌을 받을 만큼의 잘못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었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해자가 이미 홀아웃을 하고 그린을 나가서 보이지 않았기에 카트를 타고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하였고 7번 우드를 이용하였기에 약 230야드까지 날아갈 상황이 전혀 아니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의 기후조건에 따라 갑작스런 돌개바람으로 인해 본건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피고인에게는 주의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변론을 하게 되었고, 피해자의 증언을 듣기 위하여 피해자의 귀국일자에 맞추려고 재판은 몇차례 추정(기일 추후지정)이 되기도 하였다.


이후 피고인과 변호인은 과실치상죄가 반의사불벌죄이기도 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손해배상사건을 감안하여 피해자와 합의를 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피해자는 ‘자신은 돈 때문에 고소한 것이 아니다’며 피고인의 처벌만을 요구하였고, 피해자가 미국 국적이라 공탁을 할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1심 선고가 내려졌는데, 그만 피고인이 법정구속이 되고 말았다. 선고시에 구류 30일이 선고되면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30대 후반의 젊은 사업가인 피고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고 결과에 따라 졸지에 난생처음 구치소에 수감되고 말았고 연말의 바쁜 회사 일정 등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며칠 후에 판결문을 받아보니 구류 30일은 29일로 변경이 되어 있었고(1심 재판장도 구류 선고가 처음이어서 1일 이상 30일 미만으로 하여야 하는 것을 몰랐던 모양이다), 벌금 300만원 대신 구류 선고 이유는 ‘피해자에게 신체 오른쪽 부분의 거동이 어려운 후유증이 남아 피해자가 피고인의 강력한 처벌을 바라고 있으며,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여 거동이 매우 불편한 피해자로 하여금 외국에서부터 이 법정에까지 출석하여 증언하게 한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에게 대하여는 구류형을 선택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형법 제50조 제1항이 ‘형의 경중은 제41조 기재의 순서에 의한다’라고 하고 형법 제41조는 형의 종류를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의 순서로 기재하고 있기에 벌금형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의 경우에 구류형을 선고한 것이 형사소송법 제457조의 2의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대법원 2002.5.28. 선고 2001도5131)의 입장이긴 하나 위 1심 판결이유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벌금 300만원보다 구류 29일이 더 무거운 형벌이라고 보아야하지 않을까. 영미국가에서는 처벌하지도 않는다는 과실치상죄에 대해서 특별히 구류형까지 선고할 수가 있게 한 법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 아닐까.

 

선고 직후에 변호인이 보석청구를 하였으나 1심 재판장에 의해 기각이 되었고, 이에 대해 항고장을 제출하였더니 곧바로 위 사건이 항소심에 배당이 되어 다시 보석청구까지 하였더니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항고와 보석청구 중에 원하는 대로 받아주겠다고 하여 결국 보석허가를 통해 피고인은 12.24. 성탄절 전날 수감된 지 19일 만에 석방되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1심 판결과 피고인의 입장을 절충하였는지 보석허가를 취소하지 않은 상태로 구류 25일을 선고하고 말았다. 구류형이 4일 줄었으니 다행이긴 하나 상고심이 확정되면 피고인은 다시 6일간 수감되어야 할 처지이다. 이게 웬 날벼락인가. 피고인을 이해시키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창현 변호사는...

부산가야고교, 연세대 법대 졸업, 동 경영대학원 졸업(경영학 석사), 연세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형사법 전공) 
육군 법무관(9사단, 101여단), 국방정신교육원 법률교관, 서울북부지검 검사, 청주지검 제천지청 검사, 부산지검 검사, 수원지검 검사, 수원지방변호사회 회원이사, 이용호 사건 특검팀 특별수사관, 경기대 겸임교수, 강남대, 동의대, 수원과학대, 연세대, 법무연수원 강사, 현 법무법인 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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