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노무현 예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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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노무현 예찬론
  • 법률저널
  • 승인 2008.01.0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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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한다. 신문과 방송은 온통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2008년에 집중되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관심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이다. 그의 새해 아침은 무척 쓸쓸할 것이다. 그를 지지하는 국민이 몇 되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 국민이 자기 충정을 몰라준다는 사실 앞에 무척 슬플 것도 같다. 나는 그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낸다. 그는 5년 동안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으니까.


오늘 아침, 나는 “노무현 예찬론”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제목만 보고서 지면을 덮을지도 모르고, 심한 반격을 가해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굳이 제목을 그렇게 정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그를 끝없이 공격했던 주요이슈는 “코드”였고, “대통령 못해 먹겠다.”라는 말에 대한 비난이 아니었을까? 나는 저 두 말을 참 좋아한다. 아주 자연적인 심성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한 말이기 때문이다. 나는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과 이야기하기 싫고 밥도 함께 먹기 싫다. 그게 솔직한 심정이다.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할 경우에는 얼굴에 생글생글 미소를 띠고 있지만 속으로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어서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고 어서 빨리 헤어지고 싶다. 그가 싫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혹시 맞지 않은 당신은 그와 함께 앉아 즐겁게 담소하며 밥을 먹고 싶은가? 먹고 싶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와 코드가 맞지 않아 여러 가지로 불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코드를 비난하는 당신 역시 코드주의자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쪽의 코드주의자가 다른 쪽의 코드주의자를 비난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한 모든 인사에 대하여 한나라당은 팥죽 끓듯이 들고 일어나 코드인사라고 열 올려 비난하였다. 장관을 한 명 써도, 공기업에 임원을 한 명 뽑아도, 청와대 인사에 대하여도, 경찰이나 검찰 인사에 대하여도 모두 코드, 코드, 코드라는 것이었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언론도 덩달아 함께 뛰었다. 마치 망둥이처럼......


지금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실시한 인수위원회의 멤버 면면 역시 그와 코드가 맞다. 하나같이 코드인사이다. 코드인사 면면은 모두 이명박 당선자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싱크탱크들이고 정치 브레인들이다. 모두가 이명박 당선자의 코드에 맞춰 있는 코드인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민주신당은 이를 두고 코드인사라고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대선 패배 후 무기력상태에 빠져있기도 하지만 그들의 의식에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도 코드인사라는 말을 아예 잊은 듯 전혀 코드인사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마치 로맨스와 불륜의 언어적 차이를 보는 듯 하다. 모든 공직은 선거의 전리품이다. 민주주의에서 그렇지 않다고 교과서에서 가르치지만 미국 역시 대통령이 교체되면 3만 명 이상의 인사가 워싱턴을 떠나고 새로이 입성하는 코드인사가 전개된다. 그게 오히려 민주주의이고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는데도, 지난 5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당연한 권한 행사에 대하여 끊임없이 비판을 받았고, 그것이 국민에 은연중 참여정부에 대해 등을 돌리게 만든, 언론의 여론조작 프로그램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궁금해진다.   


나는 오십 넘게 살아오면서 수없이 “더럽고 아니꼽고 치사해서 못해 먹겠다, 못살겠다, 죽겠다.”라는 말을 하고 살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어떻게든 해먹었고, 살았고, 죽지 않았다. 그리고 신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어떻게든 해먹고, 죽지 않고 살 것이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 역시 평범한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당신은 살면서 아내의 바가지에 남편 노릇 못해먹겠다고 불평하고, 자식들의 사고치는 것이나 지나친 요구에 애비노릇 못해먹겠다고 푸념해 본 적이 없는가? 근로자들의 무절제한 파업에 사장 노릇 못해먹겠다고 푸념하고, 사장의 지나친 임금삭감에 노동자 노릇 못해먹겠다고 머리에 띠 두르고 높이 손을 치켜들며 고함을 질러대지 않았던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고? 나는 대통령인데도 그런 푸념을 서슴없이 하는 그의 솔직함이 좋다. 물론 그의 말하는 행태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어쩔 때는 정제되지 못한 그의 말에, 그로 인해 여론이 분열되는 것을 보며 화가 날 때도 많았다. 하지 않았으면 괜찮았을 말을 괜히 하여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을 보며 왜 저러지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계산되지 않는 솔직함이 더 좋을 때가 많았다. 계산될 대로 계산된 무미건조한 말, 진실을 감춘 채 현란한 외교적 수사로 치장된 부정직한 말보다는 그의 진솔함과 담백함이 좋다. 대통령직 못해 먹겠다라는 저 말이야말로 얼마나 대통령을 잘해보고 싶다는 말인가? 우리말이 가지고 있는 반어법의 묘미가, 바로 저 한 문장 속에 녹아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도 모든 언론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저 말을 물고 늘어졌고, 그의 힘을 뺐다. 그의 허리춤을 붙잡았고, 앞으로 나가려는 그의 행보를 차단시켰다. 벌써 공무원 감축문제에서 한 발 빼기, 경제성장율 하향 수정,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 시기 문제 등 당선되자마자 수없이 말을 바꾸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보다 우직하게 밀고 나간 노무현 대통령의 바보스러움에 도덕적 점수를 높이 주고 싶은 것은 억지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외국순방을 다녔다. 더러는 외화낭비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외국 원수들을 자주 만나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점을 과소평가하려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수출입액이 7천 억 달러를 돌파하였다. 어마어마한 무역거래 실적 아닌가? 치솟던 물가를 잡았고, 국민소득 20000불 시대를 열었다. 환율을 930원대로 안정시켰고, 2007년 4분기에는 실질국민총소득이 실질국내총생산을 앞질렀다. 쉽게 말해 국민의 호주머니가 보다 넉넉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이 2600억 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대의 외화보유로 미국경제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권위주의를 탈색시켜 민주주의의 토대를 정착시켰고, 권력기관의 국민 위 군림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다 할 수 있는 자유세상을 만들었다. 기업의 투명화를 유도하였고, 정치자금이 많이 들지 않는 선거혁명을 가져왔다. 정부 시스템을 개선하였고, 남북평화정착에 크게 기여하였다. 더러 정책을 잘못 시행한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지난 5년 국가를 튼튼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온 점은 높이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그를 비난하는 많은 반대세력이 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제 62살에 불과한 젊은 대통령 노무현에게는 퇴임한 후에도 할 일이 많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미 카터 대통령처럼, 클린턴 대통령처럼 퇴임 후 젊다는 것은 정치 아닌 다른 보람 있는 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에 충분한 기회를 주리라 믿는다.


모두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등 돌리는 시점, 나는 그의 우직함과 올바른 방향을 향한 집념에 박수를 보낸다. 미우나 고우나 그는 지난 5년 동안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으니까. 그를 부정하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어쩌랴, 객관화는 언제나 주관화에 밀리고 마는 것을, 그게 현실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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