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수사·소추권, 검사 고유권한 아냐”

법무부장관·일부검사 청구한 ‘검수완박법’ 권한쟁의 각하 5인 재판관 “검찰·공수처·경찰 등 분배, 입법행위 결과물” “헌법 ‘영장신청권’ 조항, ‘검사=수사권’ 논리필연 어려워” 4인 재판관 “검사 수사·소추권은 헌법상 권한” 반대의견

2023-03-24     이성진 기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국회가 검사의 수사관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으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소위 검수완박법)을 개정한 데 대해 법무부장관과 일부 검사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침해 및 무효확인을 구했지만 각하됐다.

국회는 숱한 논란 속에서 지난해 4월 30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를 기존 6개 범죄에서 부패범죄 및 경제범죄 등 2개로 축소 ▲검사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한 공소 제한 ▲검찰총장의 수사 개시 직제 및 소속 검사와 공무원, 파견 내역 등 현황 분기별 국회 보고 등을 담은 개정 검찰청법안을 가결했다.

또 5월 3일에는 ▲검사의 별건수사금지 조항 신설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 범위 축소 ▲경찰의 불송치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박탈 등 내용을 담은 개정 형사소송법안을 가결했다.

두 개정법률안은 같은 해 5월 9일 공포, 4개월이 지난 9월 10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한동훈 법무부장관, 6명의 검사는 이러한 개정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부여된 검사들의 수사‧소추권 및 법무부장관이 관장하는 검사에 관한 사무 권한을 침해한다”며 6월 27일 권한침해확인 및 무효확인을 구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정부 기관이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한 것은 1990년 첫 권한쟁의심판 청구 이래 이 사건이 처음이었다.
 

지난해 9월 27일 헌법재판소가 연 공개 변론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은 검수완박 법안을 “국민을 위한 기본권 보호 기능을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평가한 반면 국회측 대리인들은 “수사권은 행정권의 일부이고 입법자는 입법 당시의 시대 상황과 국민 법의식 등을 고려해 수사 주체와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맞선 바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23일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법무부장관에는 “청구인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6인의 검사에는 “검사의 수사소추권은 헌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청구를 각하했다.

다수 의견(유남석 소장·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우선 국가기관의 ‘헌법상 권한’은 국회 입법행위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기관의 행위로 침해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법률상 권한’은 다른 국가기관의 행위로 침해될 수 있을지언정, 국회의 입법행위로는 침해될 수 없다고 명확히 했다. 국회가 입법행위를 통해 국가기관의 ‘법률상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 권한을 만들어 준 게 국회이니, 국회에 역으로 ‘권한 침해’를 따질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관들은 이러한 대전제 아래 검사들이 ‘검수완박법’ 때문에 침해당했다는 수사권·소추권이 ‘헌법상 권한’인지 ‘법률상 권한’인지를 따져 들어갔다.

다수 재판관은 ‘검사의 수사·소추권’은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관들은 일단 수사·소추 자체는 원칙적으로 입법·사법권에 포함되지 않는 국가기능으로서,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부여된 ‘헌법상 권한’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헌법이 이 권한을 특정 국가기관에 독점적·배타적으로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행정부 내에서 수사·소추권을 어느 기관에 둘지는 입법절차를 통해 결정할 일이라는 것이다.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 등 여러 수사기관에 수사권이 분배된 건 국회 입법행위의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헌법 12조 3항과 16조가 부여한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토대로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이 도출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 재판관은 헌법에 영장신청권 조항을 둔 것은 수사 과정에서 남용될 수 있는 강제수사를 법률전문인 검사가 합리적으로 통제하라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헌법상 검사의 영장신청권 조항에서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까지 논리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수 재판관은 이런 판단에 근거해 ‘검수완박법’이 검사의 영장신청권 자체를 제한하는 건 아니니 검사의 ‘헌법상 권한’이 침해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청구인에 함께 이름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수사권·소추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기에 청구인 자격 자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검사의 권한침해 가능성을 인정하며 ‘검수완박’ 법 개정 절차를 취소해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검사가 가진 수사·소추권은 ‘헌법상 권한’이라고 판단했다. ‘소추기능’은 법률로써 폐지할 수 없는 ‘국가기능’이므로, 국가기관의 소추권은 헌법상 권한이라는 것이다. 헌법상 이런 기능을 하는 국가기관이 ‘검사’라는 것도 명백하다는 게 이들 재판관 의견이다.

이들 재판관은 검사가 영장을 신청하는 것도 그 자체가 ‘국가의 수사 기능’을 실현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수사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의 영장신청권 조항은 ‘헌법상 검사’에게 ‘헌법상 수사권’을 부여한 조항이라는 것이다.

이런 판단 아래 네 재판관은 ‘검수완박법’이 검사의 수사권과 소추권 행사 범위를 제한해 권한을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나아가 검사들의 침해된 권한을 즉시 회복할 필요도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개정법이 이미 적용된 경우에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도록 ‘법률 무효’가 아닌 ‘취소’ 결정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헌재 판단 이후 시점부터 검수완박법 이전 법률로 돌아가자는 취지다.

이들 재판관은 법무부 장관의 적격성도 인정했다. 검수완박법이 장관이 가진 ‘검사에 대한 일반적 지휘·감독권’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논란이 됐던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배제는 검찰의 소추권이 차단돼, 법무부 장관의 검사 사무 관장 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헌법재판소는 이미 헌재 1997. 8. 21. 94헌바2 결정, 헌재 2008. 1. 10. 2007헌마1468 결정, 헌재 2019. 2. 28. 2017헌바196 결정, 헌재 2021. 1. 28. 2020헌마264 등 결정을 통해, 행정부 내에서 수사권 및 소추권의 구체적인 조정·배분은 헌법사항이 아닌 ‘입법사항’이므로, 헌법이 수사권 및 소추권을 행정부 내의 특정 국가기관에 독점적·배타적으로 부여한 것이 아님을 반복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개정‧신설된 법률조항들]

검찰청법(2022. 5. 9. 법률 제18861호로 개정된 것)

제4조(검사의 직무) ①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

1.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다만,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다음 각 목과 같다.

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나. 경찰공무원(다른 법률에 따라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하는 자를 포함한다)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파견공무원을 포함한다)이 범한 범죄

※ 다목은 개정되지 않음.

※ 제2호 이하는 개정되지 않음.

②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4조(부장검사) ④ 검찰총장은 제4조 제1항 제1호 가목의 범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부의 직제 및 해당 부에 근무하고 있는 소속 검사와 공무원, 파견 내역 등의 현황을 분기별로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검찰청법 부칙(2022. 5. 9. 법률 제18861호)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4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검사의 직무에 관한 적용례) 제4조 제2항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이후 공소를 제기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

제3조(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에 관한 경과조치) 이 법 시행 당시 종전의 제4조 제1항 제1호 가목에 따른 선거범죄에 관하여는 2022년 12월 31일까지는 제4조 제1항 제1호 가목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

제4조(다른 법률의 개정) 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47조 중 “제4조 제1항 제2호, 제4호, 제5호는”을 “제4조 제1항 제2호ㆍ제4호ㆍ제5호 및 같은 조 제2항은”으로 한다.

②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6조 제6항 중 “「검찰청법」”을 “「검찰청법」(제4조 제2항은 제외한다)”으로 한다.

③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일부를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7조 제7항 중 “「검찰청법」”을 “「검찰청법」(제4조 제2항은 제외한다)”으로 한다.
 

형사소송법(2022. 5. 9. 법률 제18862호로 개정된 것)

제196조(검사의 수사) ② 검사는 제197조의3 제6항, 제198조의2 제2항 및 제245조의7 제2항에 따라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관하여는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

제198조(준수사항) ④ 수사기관은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인 근거 없이 별개의 사건을 부당하게 수사하여서는 아니 되고, 다른 사건의 수사를 통하여 확보된 증거 또는 자료를 내세워 관련 없는 사건에 대한 자백이나 진술을 강요하여서도 아니 된다.

제245조의7(고소인 등의 이의신청) ① 제245조의6의 통지를 받은 사람(고발인을 제외한다)은 해당 사법경찰관의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부칙(2022. 5. 9. 법률 제18862호)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4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이의신청에 관한 적용례) 제245조의7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해당 개정규정에 따른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