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공부를 하는 이유

2023-03-16     안혜성 기자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에 ‘일타스캔들’이라는 드라마가 꽤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남기고 종영했다. 초반의 높은 완성도에 비해 뒤로 갈수록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에 실망했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시청률은 마지막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을 하자면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 출신의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과 1조 원의 남자라고 불리는 1타 수학 강사 최치열의 스캔들을 중심으로 그 주변 사람들과 대한민국 입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의 연애가 스캔들이 된 이유는 대한민국 입시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과 막대한 부를 모두 갖춘 일타 강사와 월세에 전전긍긍하는 작은 반찬가게 사장이라는 두 사람의 사회적·경제적 위치 때문만은 아니다.

대외적으로 남행선은 최치열의 강의를 듣는 여고생 남해이의 엄마로 알려져 있었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려진 해이를 이모인 행선이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라는 커리어까지 포기하며 거둬 키웠고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가 필요했던 해이의 눈물 어린 요청에 의해 행선은 해이에게 이모가 아닌 엄마가 되어줬다.

시간이 흘러 중학생이 되어 사춘기를 맞은 해이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가정사를 이야기했는데 그 친구는 해이의 사정을 떠벌리고 다녔다. 이에 크게 상처받은 해이는 전학을 가게 됐고 새로 자리 잡은 동네에서 남다른 가족 구성에 대한 주변의 관심을 피하려다 보니 행선은 해외에서 태권도 사업을 하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로 알려지게 됐다. 그래서 행선과 치열의 사랑은 불륜이고 스캔들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입시계의 여러 문제점들이 부각된다. 소수 정예로 운영하며 일단 합격만 하면 의대 합격까지 쭉 이어진다는 입시학원 올케어반 시험에서 실력으로 당당하게 합격한 해이는 자신의 아이를 올케어반에 넣으려는 한 엄마와 자신의 딸 수아가 불편해하는 해이를 올케어반에서 쫓아내고 싶었던 또 다른 엄마로 인해 부당하게 밀려나게 된다.

해이의 사정이 안타까웠던 치열은 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해이에게 무상으로 과외를 해주게 된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 가지 못했다. 해이의 과외 교재를 본 수아가 이를 엄마인 수아임당에게 말했고 수아임당은 올케어반 엄마들을 선동해 치열에게 과외를 그만둘 것을 종용했다. 치열이 받아들이지 않자 이번에는 행선과 치열이 불륜관계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며 궁지로 몰아넣었고 결국 치열은 해이의 과외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여기 또 다른 엄마가 있다. 입시에 실패한 큰아들 대신 둘째 선재만이라도 좋은 대학에 보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장서진 변호사는 자신이 도왔던 교무부장을 통해 선재가 약한 독서 과목의 시험지를 입수한다. 이를 모른 선재는 친구 해이에게도 자료를 줬고 시험 문제가 같은 것을 의아하게 여긴 해이는 시험을 백지로 냈지만 선재는 100점을 받아 전교 1등을 차지하게 된다.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선재는 결국 선생님에게 시험지 유출 사실을 고백하고 이를 알게 된 엄마들은 선재의 성적을 모두 전수 조사하는 등의 조처를 하라고 요구하며 교정에서 확성기를 들고 선재를 퇴학시키라는 집회를 벌이기도 한다.

사랑하는 내 아이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오로지 공부와 경쟁, 심지어 불법적인 행위까지 강요하며 사실상 아이들을 학대하는 부모들로 인해 아이들은 오히려 망가져 가고 있었다.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환각을 보기도 하고, 히키코모리가 되기도 했다. 범죄자가 된 아이도 있었고 효과도 없는 약을 집중력을 높여준다며 먹다가 쓰러지기도 한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선재의 질문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엄마는 행복해요?” 법률저널의 독자들은 일타스캔들 속 아이들 못지 않게 열심히, 또 많이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다. 모쪼록 독자들의 공부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것이기를, 그리하여 진정한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