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변호사시험 응시 금지 법무부 공고는 위헌”

2023-02-24     안혜성 기자

“오탈제에 질병 등 예외 없어 확진자의 불이익 중대”
대리인단 “오탈제 자체의 위헌성에 대한 재고 필요”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코로나19 확진자의 변호사시험 응시를 금지하고 자가격리자와 고위험자의 응시를 제한한 제10회 변호사시험 공고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3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변호사시험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의 응시를 금지하고 자가격리자 및 고위험자의 응시를 제한한 제10회 변호사시험의 법무부 공고 등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하는 위헌 확인 결정을 선고(2020헌마1736)했다.

법무부는 지난 2020년 11월 20일 ‘제10회 변호사시험 일시·장소 및 응시자 준수사항 공고’와 ‘코로나19 관련 제10회 변호사시험 응시자 유의사항 알림’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의 응시를 금지하고 자가격리자와 고위험자의 경우 2020년 12월 22일에서 1월 3일 18시까지 사전 신청을 한 경우에만 별도의 장소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음을 공지했다.

코로나19

이에 대해 변호사시험 수험생인 청구인들은 해당 공고와 알림이 직업선택의 자유와 건강권, 생명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동시에 해당 공고와 알림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여 2021년 1월 4일 확진자의 응시 금지 및 자가격리자 등에 대한 응시 제한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했다. 하지만 그 결정이 제10회 변호사시험 시작일을 하루 앞두고 내려져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응시 기회를 잃은 수험생들이 생겼다.

이 같은 피해를 초래한 법무부 공고 등에 대해 헌재는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시험장 이외에 의료기관이나 생활치료센터 등 입원 치료를 받거나 격리 중인 곳에서 이 사건 변호사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한다면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목적을 동일하게 달성하면서도 확진환자의 시험 응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가격리자와 고위험자의 응시 제한에 대해서는 이미 자가격리자를 위한 별도의 시험장과 감독관 등의 인원이 준비된 이상 신청 기한 후에 발생한 자가격리자를 이미 마련된 별도의 시험장에서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처럼 시험의 운영이나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음에도 시험 운영 및 관리의 편의만을 이유로 신청 기한 이후에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사람의 응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시험장 출입 시나 시험 중에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경우 일반 시험실과 분리된 예비 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증상이 악화된 응시자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시험을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이송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 시험장이 기존 전국 9곳에서 25곳으로 확대되고 시험장 내 마스크 착용으로 감염 전파의 위험성이 최소화된 점 등도 고려됐다.

대리인단은

헌재는 “감염병의 유행은 일률적이고 광범위한 기본권 제한을 허용하는 면죄부가 될 수 없고 감염병의 확산으로 의료자원이 부족할 수 있다는 막연한 우려를 이유로 확진환자 등의 시험 응시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봤다.

특히 변호사시험의 응시 기회가 로스쿨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 내 5회로 제한되고 질병 등으로 인한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헌재는 “이 사건 응시 제한으로 인해 확진환자 등은 적어도 1년간 변호사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게 되므로 그에 따라 입게 되는 불이익은 매우 중대하다”며 “그러므로 이 사건 응시 제한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헌법소원의 대리인단 김정환, 방효경, 박은선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결정으로 인해 제10회 변호사시험 당시 코로나19에 확진됐거나 관련 사유로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면 응시 횟수와 기간에 제한이 있는 변호사시험에서 예외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나아가 변호사시험의 응시 기회를 제한하는 오탈제 자체의 위헌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대리인단은 “현재 변호사시험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시행되고 있음에도 5년 내 5회로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고 질병 및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한 예외도 인정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이번 결정에서 인정한 것과 같이 변호사시험에 있어서 1회의 응시 기회는 다른 어느 시험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고 소중한 권리”라며 “중대 질병으로 투병하거나 임신 및 출산 등으로 수험생활이 어려운 이들은 변호사시험에 물리적으로 응시할 수 있다고 해도 상대평가로 운영되고 있는 변호사시험에서 그 기회는 실질적으로 보장된 기회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리인단은 “헌법재판소는 이제 코로나19가 아니라 백혈병, 암 등 생명에 지장을 주는 중대한 질병을 얻은 수험생들에 대해 응시 금지 예외 사유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다시 한 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