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개혁 위한 대안, 야간로스쿨인가 예비시험인가”

2022-09-21     안혜성 기자

‘사법개혁의 시작, 로스쿨 개혁’ 국회 세미나 개최
다양성 확보 방안 및 변호사시험 개선 방안 등 논의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사법개혁의 시작으로서 법조인 양성 및 선발 방식, 즉 현행 로스쿨 제도를 점검하고 보완·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사법개혁의 시작, 로스쿨 개혁’ 국회 세미나가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와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조정훈 의원은 “우리나라의 로스쿨 제도는 다변화된 사회에 필요한 전문변호사 육성과 국민의 법률서비스 체감도 향상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도입돼 2022년 현재 1만 5천 명 이상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로스쿨의 첫 도입 취지와는 달리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며 계층 이동을 위한 사회적 사다리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며 “오늘날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공정을 외치고 있으나 다양한 법조 전문가를 배출하겠다던 로스쿨은 점점 양극화되어 가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사법개혁의

조 의원은 “사법개혁을 통해 더 이상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대한민국이 아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이번 세미나의 취지를 설명했다.

로스쿨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이번 토론회의 주제발표는 신평 변호사와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가 맡아 각각 ‘올바른 사법개혁의 출발점’과 ‘로스쿨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토론자로는 조태진 변호사와 장용근 홍익대 법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변호사시험 개선 방안, 전국 25개 로스쿨과 연간 2000명의 입학생으로 선발 규모를 제안하는 총 입학정원제의 문제점 및 개선책, 로스쿨 체제를 총괄하는 거버넌스 체제의 마련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진 가운데 특히 현행 주간 전일제 방식의 로스쿨 운영 방식과 선발방식으로 인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큰 비중으로 논의됐다.

한상희 교수는 야간·방송통신 로스쿨(이하 야간 로스쿨)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한 교수는 야간 로스쿨을 ①풀타임 직장인이나 가사노동자 등 주간에 학업 이외의 업무에 전적으로 종사해야 하는 사람을 주된 대상으로 하며 ②강의는 새벽, 야간, 주말 또는 통신방식의 강의로 일과 후 시간에 진행하도록 하고 ③학생의 선발도 일반적인 학생과 다른 전형요건과 전형절차에 의해 별도로 선발하는 체제를 갖춘 로스쿨이라고 정의했다.

조정훈

단순히 전일제 수업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선택에 따라 야간에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거나 파트 타임 형태로 90학점의 이수 요건을 4~5년(현행 주간 전일제 로스쿨 3년)에 걸쳐 충족시킬 수 있는 체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야간 로스쿨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한 교수는 현재의 로스쿨이 총 입학정원제를 채택해 로스쿨로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폐쇄하고 있으며 주간 풀타임 교육과정으로 인해 직장인이나 가사 종사자들은 그 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로스쿨에 접근할 수 없는 체제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입학 요건도 LEET나 학부 성적, 외국어 성적 등을 중심으로 선발을 하므로 졸업 후 취업, 가사 등의 이유로 학업을 중단한 사람들에게 진입장벽이 되고 있어 다양성 확보를 위해 야간 로스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야간 로스쿨은 정규적 교육체계가 가지는 생애적 경직성을 완화 또는 보완함으로써 직업 전황 또는 지위 강화에 기여하는 경력조정장치로 기능하는 등 사회적 유연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야간 로스쿨과 함께 현행 로스쿨의 높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사법시험 부활이나 예비시험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한 교수는 “문제의 핵심을 로스쿨 등록금의 과다 문제 및 그 대안으로서의 사법시험 존치론 혹은 예비시험 실시론이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위치에 관계없이 누구나 손쉽게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예비시험이나 사법시험은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에게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는커녕 오히려 숨은 비용 등으로 인해 이들을 배제하는 효과만 야기할 뿐”이라며 “문제로 돼야 할 것은 로스쿨이 요구하는 비용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상실하게 되는 기회비용을 어떻게 줄이는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야간 로스쿨의 구체적인 설치 방안과 관련해서는 충분한 인적·물적 시설과 교육능력을 갖추고도 순위에 밀려 탈락한 대학들에 대한 추가적인 로스쿨 인가를 진행하고, 총 입학정원을 500명 정도 증원해 일부는 야간 로스쿨 설치에, 나머지는 추가 인가를 받은 대학이나 극소규모 로스쿨에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야간 로스쿨이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변호사시험의 경직된 합격률 체제를 해소하고 야간 로스쿨의 사회적 균형발전, 사회적 유동성 확보 등 측면을 고려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태진 변호사도 현행 로스쿨 제도의 높은 진입장벽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시험에 응시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점, 대학 4년 및 로스쿨 3년 과정을 모두 마치기 위해 최소 1억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는 점, 로스쿨 입시를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점 등 경제적 부담을 문제시했다.

로스쿨 커리큘럼이 부실해 장학금을 받아 학비가 면제되는 경우에도 사교육 비용의 부담이 크다며 그 근거로 로스쿨 재학생들이 변호사시험 준비를 위해 매달 170만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사교육에 쏟아붓고 있다는 점도 현행 로스쿨 제도의 경제적 장벽으로 꼽았다.

면접 등 정성적 평가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입시 불공정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주관적 평가가 강하게 작용하는 면접의 특성상 부정이나 청탁, 외압이 작용할 수 있으며 로스쿨마다 학생 선발의 배점 기준이 달라 밀실 입학이 가능한 구조라는 게 조 변호사의 주장이다.

‘사법개혁의

이 외에도 로스쿨의 교원이나 교과목이 기존 법과대학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 실무 교원의 부족, 특성화 강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 전문 분야 종사자의 로스쿨 진입률은 매우 낮고 대부분의 학생이 28세 이하로 구성돼 전문지식을 가진 변호사 배출이라는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조 변호사는 “이럴 바엔 무엇 하러 굳이 큰 문제 없던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로스쿨 제도는 그야말로 로스쿨 교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조 변호사는 사법시험의 부활을 제안했다. 그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국민들의 의사도 사법시험의 존치 또는 부활인데 이를 정치권이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출범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제도라면 오히려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용근 교수는 “획일적인 로스쿨로 전환한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며 예비시험에 무게를 두는 우회로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장 교수는 “국가는 후원자 역할을 해야 하지 지금처럼 진입부터 국가가 개입해 막고 변호사시험조차도 사실상 통제하는 시스템이 민간 중심의 본래 의도했던 로스쿨의 목적이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향후 일정기간 동안 로스쿨과 사시 내지 예비시험을 한시적으로 병치시켜 법조인을 양성해보고 의대처럼 시장에서 선택하도록 국가는 후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미 사법시험이 완전 폐지됐지만 현재의 법학교육을 개선해 저렴한 비용으로 대국민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면 현재의 왜곡된 로스쿨의 현실보다는 더 타당한 대안”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법시험이 폐지된 상태에서 사시 부활보다는 예비시험을 통해 법학 학부 등의 일정 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로스쿨생과 같이 변호사시험을 응시해 정정당당하게 법학 실력을 평가받고 과연 로스쿨 학생이 우수한지 아니면 학부생이 더 나은지를 실증적으로 검증받아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편 같은 날 세미나가 개최된 국회 앞에서는 오탈제의 폐지를 촉구하는 트럭시위가 진행됐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 내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해당 규정을 다시 로스쿨에 입학해 교육 과정을 모두 마쳐도 변호사시험 재응시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부 4년, 로스쿨 3년, 변호사시험 수험 기간 5년 등 최소 12년의 기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탈제로 인해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영구적으로 상실한 수험생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고시낭인에 이은 변시낭인을 양산하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