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73)-대공무사(大公無私)

2022-08-05     강신업
강신업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욕심을 버린 사람이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 구할 것도 없는 사람만큼 강한 사람은 없다. 욕심이 없는 곳엔 용기가 있고, 욕심이 있는 곳엔 비겁이 있다. 사람은 욕심이 약한 만큼 강하고 욕심이 강한 만큼 약하다. 욕심이 약한 곳엔 흥(興)이 있고 욕심이 강한 곳엔 망(亡)이 있다. 욕심이 강한 곳엔 사(私)가 살고 욕심이 약한 곳엔 공(公)이 산다. 공은 욕심과 동행하지 못하고 사는 욕심과 나란히 걷는다.

욕심에서 벗어난 사람은 상대가 누구든 해야 할 말은 분명히 직언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그는 판단의 기준을 외적 상황이 아닌 자기 양심에 둔다. 오직 자기 양심에 호소하고 그 양심에 충실하다. 욕심에서 벗어난 사람은 상대가 누구든 나아갈 길을 명확히 제시하고 성공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반면 돈이나 사회적 지위를 얻으려 하는 사람은 자신의 본심을 위장하고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아첨을 떤다. 이미 욕심이 가득 차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자는 아첨이 습관화되어 굴욕감조차 느끼지 못한다. 얻은 지위와 명예를 지키기에 급급할 뿐이다.

사람이 공을 취하고 사를 버리기 위해서는 목석같은 무심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만일 부귀영화를 부러워하는 마음이 생기면 그 순간 곧 탐욕에 빠져들게 된다. 나라를 경륜하고 세상을 제도하기 위해서는 담담한 취향을 지녀야 하니, 한 번 탐욕에 집착하면 위기에 빠지기 쉽다. 이 때문에 대의라는 공을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마음과 싸워 이겨야 한다. 그때 어떤 유혹도 퇴치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조절할 수 있으면, 어떤 외부의 훼방도 이길 수 있다. 유혹은 마음 밖이 아닌 자기 마음속에서 싹튼다. 대(大)를 구하는 마음은 비어 있지 않으면 안 되니 소(小)로 마음을 채우면 대가 들어설 곳이 없다. 공을 구하는 마음 역시 비어 있지 않으면 안 되니 비어야 비로소 공이 들어선다. 마음을 의(義)로 채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마음이 의로 차 있으면 물욕이 들어오지 못한다. 사람이 한번 탐욕스러우면 강한 기백도 약해지고 슬기도 혼미해지며 결백한 마음도 더러움에 물들어 한평생의 인품을 깨뜨리고 만다. 그러므로 옛사람은 탐욕스럽지 않음을 보배로 삼는다고 했으니 일세 초월의 기초가 여기에 있다.

세상의 일은 오늘의 영웅이 내일의 독재자가 되고 오늘의 호걸이 내일의 간신이 되는 법이니 변하지 않기 위해서는,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겸손하고 자중해야 한다. 오만해지거나 해이해지는 것은 너무도 쉽다. 따라서 참된 인간이라면 비록 역경에 처하더라도 그것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고 안일한 때일수록 닥쳐올지도 모를 위기에 대비할 줄 알아야 한다.

공을 위하는 사람은 마음 깊은 지조를 굳게 할 줄 알아야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세태 속에서 의리를 지키며 살아가려면 냉철한 판단력으로 주시하고 경거망동을 삼가야 한다. 세상을 살기 위해 때로는 절개를 굽히지 않을 수 없는 때도 있지만 그 경우에는 적어도 스스로 부끄러움을 고백해야 한다. 사욕을 버리고 매사에 대국적인 견지에서 말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명분은 그럴 듯 내세우지만, 그것은 가면에 불과할 뿐 그 가면의 이면에서는 사리사욕을 취하기에 급급한 사람이 많다. 국가와 국민을 사랑한다는 핑계로 도리어 매국적인 행동을 한 자가 얼마나 많았던가?

작금 정치인들의 행태는 대공무사가 아니라 대사무공(大私無公)이다. 이들은 자신의 안위와 영달에만 관심이 있을 뿐 나라와 국민에 대한 걱정은 없다. 그러나 자신을 보존하는 길은 대공무사의 길이다. 대사무공의 길은 잠시 위험을 피하고 영달을 구하는 길은 될지 모르나 그것은 찰나의 순간을 보장할 뿐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도 이런저런 말로 국민을 혹세무민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정치의 목적을 생각하고 가장 좋은 정치 방법을 구현해야 한다. 지금은 바야흐로 혼란의 시대다. 그러나 충신과 영웅은 바로 이 혼란의 시대에 나는 법이다. 대공무사의 정신으로 이 혼란한 시대를 비추는 등대가 될 참 정치인의 출현을 기다린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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