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호사시험 선택과목 ‘학점 이수제’ 도입 서둘러야

2022-05-12     법률저널

교육을 통해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가진 이들을 법조인으로 키워내겠다는 야심에 찬 목표로 출범한 로스쿨이 어느새 도입 10년을 훌쩍 넘겼다. 법조계의 순혈주의를 깨고 다양성 확대와 복잡다기해지는 사회 변화상을 법률시장에 반영하겠다며 도입된 게 로스쿨 체제다.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로스쿨 실무교육, 로스쿨 평가, 변호사시험 제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로스쿨 입학정원, 법학의 몰락 등 수많은 과제와 논란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많은 현안 가운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우선 변호사시험에서의 선택과목 문제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줄곧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학점 이수제’ 도입을 통해 선택과목을 둔 취지를 살릴 교육의 정상화를 요구해 왔다. 지난 사법시험에서도 특정 선택과목 쏠림현상으로 인해 선택과목제도의 취지가 몰각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변호사시험 역시 선택과목 편중이 더욱 심화되고, 선택과목 난이도 조절 실패로 합격률 편차도 커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변호사시험에서 로스쿨생들이 선택과목을 결정할 때 전문분야의 특성화 여부를 고려하기보다는 공부량이 적고, 과락의 회피 등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0년간(제1∼제10회) 변호사시험의 선택과목을 보면 응시자의 ‘열의 여덟’ 정도가 국제거래법, 환경법, 노동법 등 소위 ‘빅3’을 선택했다. 국제거래법 선택자가 7개 선택과목 중 40.67%로 압도적이었다. 다음으로 환경법이 ‘빅2’의 자리에 올랐고 이어 노동법이 전체의 13.19%로 ‘빅3’에 들었다. 공부할 양이 많은 노동법은 매년 감소 추세를 보였고 최근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며 올해는 경제법 다음으로 ‘빅3’에서도 밀렸다. 이처럼 특정 과목의 편중이 높은 것은 특성화와 중요성의 문제보다는 학습과 수험부담이 적은 쪽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격률 편차도 여전하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가장 높은 조세법과 가장 낮은 국제법과의 합격률 편차는 17.48%포인트에 달했다. 선택과목 과락률 편차도 클 것이라는 게 수험생들의 주장이다. 법무부가 시험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선택과목 과락률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보면 법무부도 인정하는 셈이다. 선택과목 과락률 공개가 시험업무에 구체적으로 어떤 지장을 주는지 밝히지 않으면서 관련 법령을 내세우는 법무부의 행정편의주의 발상은 변함없다. 법무부가 명색이 시험주관 기관이라면 관련 문제점을 하루빨리 개선하려는 것이 정상이지 그냥 비공개로 묶어놓고 정보 요구를 뭉개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

실제 올해 변호사시험에서 총점이 합격 컷(896.8점)보다 훨씬 웃도는 점수를 받았지만, 선택과목의 과락으로 시험에 불합격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전체 석차가 합격자(1716명) 중에서 상위 30%에 해당하는 성적이지만 과락으로 인해 내년 시험을 기약해야 하는 억울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선택과목은 원점수와 표준점수 모두 일정 미만의 점수를 받아야만 과락이다. 어떤 선택과목은 표준점수 50점대로도 시험에 합격하는 반면 어떤 선택과목은 표준점수 60점을 넘겨도 불합격하기도 한다. 선택과목별 난이도와 채점자별 편차를 보정하기 위해 표준점수 체계를 이용하고 있더라도 원점수를 얼마나 부여하는지에 따라 과락 여부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무부는 시험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위해 하루빨리 선택과목 개선에 나서야 한다. 변호사시험의 난이도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소위 n시생의 숫자는 늘어가 합격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선택과목으로 인해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하게 되는 것은 매우 부당하고 불합리하다. 선택과목의 시험 시행은 도입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문제만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선택과목의 시험은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 대안으로 선택과목을 ‘학점이수제’로 전환하여 전문법률분야에 대한 다양한 탐색 및 각자 전문적인 심화 공부가 가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