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권’ 산자위 소위 통과

2022-05-06     안혜성 기자

한법협 “변호사·재판제도 체계에 위반…폐기하라” 촉구
‘유사법조직역 폐지’ 등 로스쿨 취지대로 정책 설계하라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에 대해 변호사와의 공동대리권을 인정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소송실무교육을 이수한 변리사가 특허권 등의 침해에 관한 민사소송에서 변호사와 공동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고 변호사와 공동으로 재판에 출석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변리사법 제8조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변리사법 제8조가 규정하는 소송대리권은 심결취소소송에 한정될 뿐 민사상 손해배상에 관한 특허침해소송에 대해서는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특허분쟁이 급증하고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 소송 역시 증가하는 상황에서 보다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권리구제를 위해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이 인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산자위 소위에서 의결된 개정안도 이 같은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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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이 의결되자 변호사업계에서는 즉각 반발하며 법안의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기원, 이하 한법협)는 6일 “변호사·재판제도의 체계에 위반되는 위헌적 변리사법을 폐기하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한법협은 개정안에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변호사소송대리 원칙 및 개별대리 원칙과 충돌한다고 봤다. 한법협은 “민사소송법의 변호사소송대리 원칙은 보수를 받고 타인의 사건을 대리하는 것을 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변호사뿐이라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논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하는 법적 사고능력을 훈련시키기는 어려운 반면 정교한 법적 사고능력을 가진 법조인에게 전문적 사실관계를 단기간에 이해시키고 이를 법과 논리학의 문법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은 수월하며 체계에 맞는다”는 게 한법협의 주장이다.

이어 “법관과 동등한 교육을 받은 법조인이 법정에서 당사자를 대리해야 절차적·실질적인 구조상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진다는 법조일원화의 정신은 변호사소송대리 원칙에서도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개별대리 원칙에 대해서는 “소송대리인이 2인 이상인 경우 각자가 당사자를 대리하며 이에 반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원칙”이라고 설명하며 “재판제도는 소송대리권을 변호사거나 당사자의 친족 등 당사자를 배신하지 않을만한 신뢰가 있는 자에게만 주는데 이는 변리사 같은 비변호사가 직업적으로 변호사와의 (공동)소송대리를 업무로 하는 제도의 존재 가능성을 상정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전문지식이 법정에 진술될 필요성’의 문제를 ‘공동소송대리’로 해결하는 것은 재판제도가 상정한 체계에 어긋난다는 점을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제시했다. 한법협은 “변호사가 아닌 전문가의 지식이 소송과정에서 진술돼야 할 수 있지만 이는 감정, 전문심리위원 제도 등을 확대·내실화하며 해결할 일”이라며 “공공소송대리 제도는 재판제도가 상정한 체계에 맞지 않는 위헌적 대안을 ‘변리사의 이익을 위해’ 궁색하게 끼워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스쿨 제도 도입 당시 ‘유사법조직역 통폐합·변호사의 직역 확대’를 약속한 국회의 기조에 어긋난다는 의견도 내놨다. 변호사 공급을 기존 수요 이상으로 증가시키되 변리사, 세무사 등 유사법조직역을 통폐합하는 등으로 대처할 계획을 제시했고 이를 위해 법무부는 2010년 유사법조직역 통폐합과 관련된 연구용역도 시행했다는 것.

한법협은 “유사법조직역을 통폐합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궁색한 근거로 오히려 변리사의 이익을 위해 위헌적 공동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은 현재의 로스쿨이 가진 정책 방향성과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공공소송대리는 허울뿐이며 실제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변호사들을 장식처럼 끼워 실질적으로는 소송진행을 주도하도록 허용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며 한법협은 “변리사, 특허청, 국회 산자위가 한 식구처럼 변호사제도와 재판제도의 근간을 무시하는 법률 개정을 통해 이권을 추구하는 행태를 중단하고 로스쿨 제도의 취지에 따라 변호사들이 점차 변리사의 업무를 수행해 나가는 방향의 정책을 설계해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