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변호사 73.5%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수사지연 등 경험”

2022-05-03     안혜성 기자

대한변협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현직 변호사들이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경찰 수사단계에서 수사지연 등의 어려움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지난달 6일부터 17일까지 전국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1일 공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후 변호사들이 대리한 형사고소 사건이 경찰 수사단계에서 수사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개선 대책 등을 강구하기 위해 실시됐다.

온라인 방식(이메일)으로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회원 1155명이 회신했으며 객관식과 주관식이 병행된 20개의 문항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5%가 경찰 단계에서 수사지연 사례를 경험했으며 응답자 57%는 수사지연과 관련된 경찰의 안내, 설명,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여파가 아직 잔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어도 일선 경찰의 수사 인력과 제반 여건은 민생범죄에 관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건 처리와 법리적 적용 면에서 변호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민의 기본권과 권리 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형사사법체계의 변화는 법률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그 진행 과정에서 형사사법 기능의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대비를 갖춰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번 변경된 후에는 제도가 충실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면밀하게 분석해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등의 후속 조치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협은 “앞으로도 국민의 권리 보호에 조금이라도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현재의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개선을 촉구하는 등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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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설문조사의 주요 항목별 응답 결과를 살펴보면 ‘경찰에 고소(고발 포함, 이하 동일)사건 접수 시 또는 고소인 조사 과정 등에서 사실상 접수 거부 또는 취하 종용 등 소극적이었던 사례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있다’가 46.8%, ‘없다’가 53.2%의 분포를 보였다.

‘경찰의 수사 지연을 경험한 경우 그 빈도(고소건수 대비%)’를 묻는 질문에서는 ‘50% 이상’이라는 응답이 2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30% 이상’ 14%, ‘20% 이상’ 13%, ‘10% 이상’ 10%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80% 이상’이었다는 응답도 9%로 큰 비중을 보였으며 고소건수 대비 수사 지연의 빈도가 ‘100%’라는 응답도 8%에 달했다.

‘고소장 접수 후 경찰 수사가 종결되기까지의 기간’을 묻는 질문에는 ‘1년 내’가 44.1%로 가장 많았고 ‘6개월 내’ 22.1%, ‘1년 6개월 내’ 19.1%, ‘1년 6개월 이상’ 13.2%, ‘3개월 내’ 1.5% 등의 비율을 나타냈으며 관련 질문으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의 형사 고소 사건이 적정한 기간 내에 적절하게 처리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는 부정적인 대답이 82.5%로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고소사건의 조사가 지연된 이유에 대한 경찰의 답변’은 ‘사건 및 업무 과다로 인한 지연’이 54%, ‘피고소인 측 사정(일정조율, 소재불명 등)’이 13%, ‘검토, 조사 및 보완 처리 중’이 11%, ‘담당자 변경 및 관할 이전’과 ‘코로나로 인한 지연’이 각각 8%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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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불송치 결정시 결정 이유가 어느 정도로 구체적이고 명확했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불명확했다’가 58.9%, ‘대체로 구체적이었다’가 23.3%, ‘매우 불명확했다’가 16.9%, ‘매우 구체적이었다’가 1%였다.

‘경찰의 고소사건 수사 지연 등의 주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 허용)에는 72.5%의 응답자가 ‘경찰의 수사 역량 부족’을 꼽았다. 다음으로 ‘경찰의 과도한 사건 부담’이 62%, ‘검사의 수사지휘 폐지’가 34.8%, ‘검찰의 직접수사 폐지’가 29.7% 등으로 분포했다.

응답자의 66.1%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 비해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보고 있으며 ‘보통’이라는 의견은 28.2%, ‘문제될 게 없다’는 5.6%의 비율을 나타냈다. 수사지연에 대한 보완책으로는 ‘인력확충, 교육 등을 통한 경찰역량 강화’(34%), ‘검찰의 수사권을 이전으로 복귀하거나 회복’(25%), ‘검경 수사권의 재조정’(13%), ‘기한 명시, 인사, 평가 등의 제도 개선’(11%) 등이 제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