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합 “몰카 설치 위해 음식점 들어가도 허락받았다면 무죄”

2022-04-05     안혜성 기자

도청기 설치 위한 출입에 주거침입 인정한 ‘초원복집 사건’ 판례 변경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들어간 경우 영업주가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로 유명한 ‘초원복집 사건’의 판결도 변경됐다. 초원복집 사건은 음식점에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출입한 경우 영업주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본 판결(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2674 판결)이다.

이번 사건은 도청기가 아닌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음식점에 들어간 사안으로 1심은 기존 판례의 견해와 같이 영업주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출입으로 보고 주거침입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원심은 피고인들이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음식점에 들어갔고 몰래 카메라를 설치할 목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의 출입행위가 영업주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고 봤다.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이에 해당하는지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과 같이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으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됐는지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설령 영업주가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 상태가 침해됐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재형, 안철상 대법관은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은 같지만 근거를 달리 제시했다. 이들 대법관은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이라는 의미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며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됐는지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하더라도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로 삼아 주거침입죄의 성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내놨다.

이어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영업주의 현실적 승낙을 받아 음식점에 들어갔으므로 기본적으로 영업주의 의사에 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9월 9일 선고된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따라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됐는지를 기준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면서 이에 관한 구체적인 고려 요소를 제시한 의의가 있다.

당시 대법원은 부부의 거주지에 부부 중 일방이 교제하던 타인이 교제자의 승낙을 얻어 들어간 사안에서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인 ‘침입’은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했다.

해당 판결이 선고됨에 따라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출입에 대해 주거침입죄를 인정한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이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