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면접자에게 면접관이 기대하는 것

2022-03-17     김용욱
<strong>김용욱

“이번 면접이 처음인가요?” 면접을 진행하면서 한 번씩 물어보기도 하는 질문이다. 초보 면접자들은 대개 잔뜩 긴장한 얼굴로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양복 차림 내지 검은 스커트 차림으로 들어온다. 굉장히 경직된 모습으로 열심히 암기해온 답변을 내뱉는 경우도 종종 있다. 초보 면접자들은 혹시나 말실수는 하지 않을지, 떨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과연 그 긴 면접 시간 동안 잘 버텨낼 수 있을지를 걱정한다.

그런데 면접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끝난다. 언젠가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과 면접관이 보고 싶어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면접을 처음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세련된 말투, 긍정적인 미소, 멋진 1분 자기소개 등에 신경을 쓰지만, 생각과 달리 준비한 것들을 면접장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채 끝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예전에 전산 분야 선발 면접을 진행할 때 일이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잘 못하는 지원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면접관들에게 눈길이 가지 않는 지원자였고, 게다가 답변이나 말투도 엉성하였다. 다만, 본인은 수학을 좋아한다는 점을 적극 피력하였다. ‘수학을 너무 너무 좋아한다고? 그러면...’ 수학을 너무 좋아한다는 그 면접자의 답변을 신뢰하고 간단한 질문을 한번 던져보았다.

“수학을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원주율 파이를 아는 숫자까지 한번 말씀해보세요...”

내가 생각해도 참 고약한 질문이었지만, 어눌한 말투로 수학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 면접자의 진면목을 그 질문이라면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던진 질문이었는데, 그 다음 장면에서 면접관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5028841971693....” 질문을 하고 나서도 놀라, 중간에 그만두게 하였다. 그냥 놔두었으면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것을 기억하느냐 물으니, 원주율을 100자리 단위까지는 확실히 외워 보았다 한다. 면접관들의 많은 고민은 사라졌고, 그 면접자를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되었다. 아나운서를 뽑는 것이 아니라, 기술 분야 인력을 뽑는데 굳이 달변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면접관들은 면접 과정에서 그 사람의 본 모습을 보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한다. 10개의 질문을 던졌을 때 객관식처럼 10개의 답변을 잘했다고 그 사람을 반드시 합격시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러 질문은 면접자의 진면목을 알아보고, 확인·재확인하려는 시도들이다. 10개의 질문에 설령 딱 맞는 답변을 못했다 하더라도 면접관은 전체적으로 보아 긍정적 평가를 할 수도 있다. 때로는 면접 학원에서 가르친다고 하는 공식(?)에 어긋나는 답변을 하더라도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면접자 입장에서는 내가 지원하는 분야의 인재상에 부합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가 만든 나의 모습에 부합하는 공부를 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면접의 준비과정은 진정 나다운 내가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김용욱 인바스켓(IB) 대표, 변호사 / citiz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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