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군인의 죽음과 순직 유형 구분의 문제

2022-02-25     송기춘
송기춘

순(殉)은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그러니 순직이라 함은 직무수행 과정에서 또는 직무상 목적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 된다. 국가공동체의 목적 수행을 위한 직무수행과정에서 목숨을 바치는 순직은 공동체 구성원을 위한 공로가 되며 구성원 모두가 감사하고 이를 드러내어 명예롭게 하고 모범으로 삼을 일이다.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 등 보훈제도는 그러한 순직 군경과 공무원 등에 대한 예우를 위한 것이다.

군인이 사망하는 경우 각 군과 국방부가 순직 여부를 결정한다. 전쟁을 치르다 돌아가시면 전사, 그 밖의 직무수행 중에 돌아가시면 대체로 순직으로 결정하는데 군인사법상 순직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남에게 귀감이 되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쓴 직무수행 중 사망하면 순직I형, 국가의 수호와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이 사망한 경우는 순직II형이다. 그리고 국가의 수호와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은 순직III형에 해당한다.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일반사망으로 분류한다.

각 군이나 국방부에서 결정한 순직I형 전부와 순직II형의 63% 정도는 국가보훈처에서 국가유공자로 결정되고 순직III형의 75% 정도는 보훈보상대상자가 된다. 군인사법에서는 다 순직이라고 하는데, 보훈처에서는 국방부에서 순직이라고 결정한 경우가 모두 유공자는 아니고 일부는 재해사망한 경우로서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현재 순직III형의 대표적인 예는 자해사망한 경우이다. 2015년 이전까지는 아예 일반사망으로 취급되던 자해사망을 그해 군인사법을 개정하면서 순직으로 편입시켰다. 그렇게 되면서 국가유공자법과 괴리가 발생하게 되었다. 군인사법상의 순직이 언제나 국가유공자법상 순직은 아니다. 자해사망을 순직의 범주에 포함시켰지만 여전히 자살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태도는 바뀌지 않은 탓이다. 국방부는 목숨을 바쳤다고 하는데 국가보훈처는 재해로 사망하였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죽도록 패서 맞아죽은 경우와 죽을 만큼 맞아서 차라리 죽으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뭐가 달리 평가되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국방부 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앞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순직II형, 뒤의 경우는 순직III형으로 판단한다. 여하튼 자살이 맞아죽은 경우보다 낫게 평가되지 못한다. 두 가지 죽음의 결정적 차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느냐 여부이다. 자해사망이 군기를 해치고 전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이유로 이 둘을 구별하는 것이겠지만, 자살이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평가되어야 할 일일까는 의문이다. 죽도록 괴롭힘을 당하면서까지 수치를 당하느니 존엄함을 유지하고자 택한 ‘자결’이라면 그게 왜 군기를 해치고 전력을 약화시키는 것이겠는가? 그러한 군대의 모습이 전력 약화의 원인이 아닌가. 사실 순직자도 스스로 목숨을 바치고자 하는 경우는 드물다. 직무를 수행하다 보니 피할 수 없이 죽게 되었고 순직이란 사후에 죽음에 대한 평가와 예우를 결정하기 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국가의 책임 부담이라는 요소도 반영된다고 생각한다. 직무수행 과정에서 군인이 죽으면 법률이 정한 보상 이외에 달리 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는 게 헌법에서 정한 바이기 때문에 국가유공자로 결정하여 손해를 보전해 주려는 경향도 있다고 보인다.

징병되어 의무복무하는 이들의 경우는 군복무 대부분의 기간 동안 24시간 영내에 ‘대기’ 상태에 있으니 직무와 직접적 관련성이 있는 시간과 장소인지에 따라 순직의 유형을 달리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인지도 의문이다. 국가의 관점이 아니라 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자식이 죽은 시간과 장소나 죽음의 내용보다도 자식이나 형제가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사유로 죽은 것이냐 아니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군인사법상 순직 분류에 관하여 고의, 중과실 또는 위법행위가 없으면 순직으로 추정하는 조항이 신설되었으나 앞에서 말한 순직유형 구분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다른 공무원들과는 달리 의무복무중 사망한 경우는 국가의 책임 부담이라는 요소를 반영하여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고의, 중과실로 인한 죽음이나 위법행위를 수반한 죽음의 경우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순직으로서 국가유공자로 예우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잘못으로 인한 질병사망과 자해사망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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