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시험 특혜 의혹 해명하라” 수험생 집단행동 이어져

2021-12-13     안혜성 기자

세무공무원 면제되는 ‘세법학 1부’ 과락률 등 논란
트럭시위·집단시위·근조화환시위 등 적극적 움직임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세무공무원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올 세무사 2차시험의 해명을 요구하는 수험생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합격자가 발표된 제58회 세무사 2차시험에서 세무공무원 등 경력자에게 면제되는 과목인 세법학 1부에서 82.3%가 넘는 높은 과락률이 형성됐다. 이에 따라 45.5점의 합격선을 훨씬 웃도는 점수를 넘어 평균기준인 60점 이상을 획득하고도 세법학 1부에서 40점 미만의 과목 과락을 받아 불합격한 수험생이 다수 발생했다.

이에 반해 세법학 1, 2부를 면제받은 경력 합격자는 지난해 17명에서 151명으로 대폭 증가했고 전체 합격생 대비 비율도 2.39%에서 21.39%로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1차시험을 면제받은 경력자도 지난해 30명(4.22%)에서 86명(12.18%)로 크게 늘면서 전체 합격자 중 경력에 의한 면제 혜택을 받은 이들은 무려 33.6%에 달했다.

제58회

이 같은 결과는 ‘세무공무원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이어졌다. 세무공무원에게 면제되는 과목에서 대량의 과락자를 내 결과적으로 합격선을 낮추고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됐다는 것. 무엇보다 세법학시험의 경우 회계학과 달리 채점자의 재량에 의해 점수에 편차가 크게 발생할 수 있는 유형이라는 점에서 의혹은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수험생들은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세법학 과목의 모범답안과 과목별 채점 근거, 개인별 득점 근거, 세법학 1부 상증세법의 채점 근거 등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집단 소송 준비 및 국민청원에 이어 집단행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국회 앞에서 트럭시위를 시작한 수험생들은 11일에는 집단 시위도 개최했다. 이날 시위에는 수험생 50여 명이 참여해 이번 세무사 2차시험의 불공정채점을 규탄하며 채점기준표 등의 공개를 촉구했다.

트럭시위 등을 추진한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이하 세시연)는 “50, 60대 고위직 세무공무원은 작년 대비 9배 대거 합격했으며 20년 이상 근속 공무원 면제 과목은 과락률이 무려 82%에 달했다”며 “12월 1일 200여명 청년들의 꿈은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세시연은 “공정한 경쟁 속에서 합격을 기대하던 청년 수험생들은 자신의 점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수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모범답안을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수험생들은

이어 “공정해야 할 전문직 국가고시의 공정성은 어디로 갔으며 이 나라에서 공정 경쟁을 떳떳이 말할 수 있나, 이 시험을 믿고 한 해 더 준비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세시연은 오는 14일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국세청, 기획재정부에 근조화환을 보내는 ‘근조화환시위’도 진행한다. 공단 5개, 국세청 4개, 기재부 4개 등 총 13개의 화환에 ‘제58회 세무사 2차시험 채점 기준 공개하라’, ‘세무사시험은 죽었다. 삼가 공정성의 명복을 빕니다’, ‘세무공무원에 압사 당한 청년 공정, 청년 수험생 짓밟고 편히 쉬소서’, ‘5060 국세청 공무원을 위한 몰아주기,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의 문구를 넣을 예정이다.

같은 날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수험생이 작성한 답안지를 열람하고 함께 이를 복기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한편 공무원 경력자에 대한 자격시험 면제 제도는 이미 지난 2014년 입법조사처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고 시험에 따라 과목 면제 범위를 축소하거나 중요 과목은 필수적으로 응시하도록 하는 등 혜택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시도되고 있다. 이는 공정경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반영되고 있는 추세로 같은 관점에서 노력과 실력에 합당한 결과를 요구하는 세무사 수험생들의 뜻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