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법시험 부활 논란 속에 잊히고 가려진 것들

2021-12-08     이성진 기자

최근 여당 대선후보가 현재 법조인양성제도에 일부 사법시험 시스템을 도입하여 고졸 등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러한 주장을 한 이유는 공정, 기회의 보장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의 표심을 공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로스쿨측은 즉각 반박하는 성명서를 내었고 사법시험을 지지하는 쪽은 찬성의견을 제시하였다.

지금 상황을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이자 로스쿨 졸업생인 필자로서는 씁쓸한 마음만 가득하다. 현재의 로스쿨제도가 과거의 사법시험제도보다 좋은 점이 있는가. 따져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서다.

사법시험 부활 반대 측은 다양한 전공을 가진 이들이 법조인으로 배출되고 있고 특별전형과 장학금 제공 등으로 소위 취약계층의 법조계 진출이 크게 늘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실상은 그와 정반대다.

취약계층(특별전형)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어떻게 될까? 특별전형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2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5회 변호사시험 기준, 이후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음). 제대로 된 수험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장학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학자금대출을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휴학을 하고 안정적인 수험생활을 위한 자금을 모아야 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변호사시험법에 졸업 후 5년이 지나면 더 이상 변호사시험을 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어 취약계층은 등 떠밀리듯이 시험에 응시하고 많은 이들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반면에 사법시험은 장학금은 없지만 응시제한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서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사법시험이 부활하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유리하다는 주장은 현 로스쿨 제도에도 그대로 통용될 수 있고 오히려 로스쿨에서는 취약계층이 낮은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에 따른 희생양이 되고 있다.

그리고 로스쿨을 통해 배출된 법조인 중 상당수는 로스쿨 재학시절 ‘사법시험 출신과 로스쿨 출신은 다르다면서 우리나라 전국에 무변촌이 없게 하겠다.’ ‘공익활동을 하는 법조인들이 되겠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 주장이 무색할 정도다.

올해 초, 대한변호사협회 집행부는 법무부 앞에서 공익은 버거운 짐에 불과하다고 말했고 변호사 숫자를 줄이지 않으면 법무부에 화염병을 던지겠다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최근, 한 로스쿨출신 변호사단체의 장은 소위 오탈자(로스쿨 졸업 후 5년이 지나 더 이상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 오탈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역겹고 이기적인 주장이라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숫자가 2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공익활동을 전담하는 변호사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이며 한 지방자치단체의 6급 공무원 채용에 변호사 지원자가 없어 수차례 재공고를 내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로스쿨제도, 로스쿨 출신이 사법시험제도, 사시출신보다 낫다고 볼 수 있을까? 문제는 로스쿨제도가 도입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고 각종 문제점들이 속출하면서 그 해결책을 내달라는 요구들이 빗발치고 있지만 정부, 정치권, 사회는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 논의 끝에 사법시험 제도를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지만 도입 이후에 이를 제대로 운영하려는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할 때만 잠깐 관심 두지 말고 로스쿨제도든 사법시험제도든 외형만 보지 말고 “가려지고, 잊힌 것들”을 찾아보고 제대로 운영되길 기원한다.

최상원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 회장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본지는 법조인력양성제도와 관련한 어떠한 의견에도 열려 있음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