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형사증거법에서의 최근 중요 판례(2)

2021-11-15     이창현

2. 국선변호인에게 참여통지를 누락한 압수수색과 증거능력
(대법원 2020.11.26.선고 202010729 판결)

(1) 사 안

<strong>이창현 </strong>한국외국어대학교

() 피고인은 2013년경부터 2019년경까지 피시방, 노래방 등의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여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으로 기소되었다.

() 수사과정에서 사법경찰관 A2019.10.25. 09:00경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판사가 발부한 2019.10.24.자 압수·수색·검증영장(이하 이 사건 영장’)에 기초하여 피고인 소유의 본체 1(이하 이 사건 컴퓨터’), 갤럭시 노트8 휴대전화 1(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를 경찰서로 반출하는 방식으로 압수하였다. 당시 피고인은 이 사건 컴퓨터 및 휴대전화에 대한 각 원본반출확인서 중 본인은 디지털기기, 저장매체 봉인 과정에 참여하여 봉인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였고, 봉인 해제, 복제본 획득, 디지털기기·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 대한 탐색·복제·출력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음을 고지받았으며, 위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기재된 부분에 자필로 ‘V’표시를 하고 서명·무인을 하였다.

그 직후 시행된 제1회 경찰 피의자신문에서 피고인은 ‘4~5년 전부터 피시방, 노래방 등 화장실 쓰레기통에 인터넷으로 구매한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여 여성의 음부 등을 촬영하였고, 그 영상을 이 사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해 두었다고 진술하였고, 사법경찰관 B2019.10.25. 이 사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탐색하여 피고인이 몰래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다수의 동영상 파일 등을 발견한 후 그 취지 등을 담은 수사보고를 작성하고, 거기에 동영상 파일이 저장된 폴더 화면을 촬영한 사진을 첨부하였다.

검사는 2019.10.25.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판사는 2019.10.26.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으로 J 변호사를 선정한 다음 피고인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을 거쳐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피고인은 2019.10.29. 2회 경찰 피의자신문에서 ‘2011년경부터 2019년까지 이 사건 쟁점 공소사실 기재 각 범행 장소를 포함하여 피시방, 병원, 노래방 등 총 6곳의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여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였다라고 진술하면서 연도별 범행 장소를 특정하였다.

사법경찰관 A, BC2019.10.30. 경찰서 사무실에서 이 사건 컴퓨터에 내장된 3개의 하드디스크를 1개씩 맡아 탐색한 후에 각자 자신이 찾은 불법촬영 동영상의 재생장면(각 동영상 파일별로 1개의 장면)을 캡처하여 해당 동영상 파일 정보를 캡처한 이미지와 함께 출력하였다(위 출력물을 모두 합하여 이하 이 사건출력물’). 그런데 수사기관은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에 대하여 이 사건 컴퓨터의 탐색·복제 및 이 사건 출력물의 생성절차에 관한 사전통지를 하지 않았고, 피고인이나 국선변호인이 위 절차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 원심은 수사기관이 국선변호인에게 미리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지 않은 채 2019.10.30. 이 사건 컴퓨터를 탐색·복제·출력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여 적법절차를 위반하였고, 당시 피고인이 구속상태였던 점과 형사소송법 제219, 121조에서 정한 참여절차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그 위반의 정도가 무겁기에 위법한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된 이 사건 출력물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피고인의 자백 또한 위 증거들에 터잡은 결과물이거나 공소사실의 유일한 증거여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또는 제310조에 따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

(2) 판결요지

()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피압수자 또는 변호인은 그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9, 121).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범위를 정하여 출력·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어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 하드카피나 이미징(imaging) 등 형태(이하 복제본이라 한다)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에도,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만일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피압수자측이 위와 같은 절차나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절차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의 성질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압수자에게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수색이 적법하다고 할 수 없다. 이는 수사기관이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복제·출력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형사소송법 제219, 121조가 규정한 변호인의 참여권은 피압수자의 보호를 위하여 변호인에게 주어진 고유권이다. 따라서 설령 피압수자가 수사기관에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하였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변호인에게는 형사소송법 제219, 122조에 따라 미리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는 등으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기회를 별도로 보장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위법한 압수·수색을 비롯한 수사과정의 위법행위를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함으로써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장이라는 헌법이념을 실현하고자 위법수집증거배제 원칙을 명시한 것이다. 헌법 제12조는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압수·수색에 관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고, 형사소송법은 이를 이어받아 실체적 진실 규명과 개인의 권리보호 이념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절차에 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규범력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수사과정의 위법행위를 억제할 필요가 있으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또한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확보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정당한 형벌권의 실현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절차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중요한 목표이자 이념이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의 절차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사법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지는 수사기관의 증거수집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 위반 내용과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나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이러한 권리나 법익과 피고인 사이의 관련성, 절차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관련성,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 절차에 따르지 않은 증거수집과 2차적 증거수집 사이 인과관계의 희석이나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 수사기관은 2019.10.25. 당시 피압수자로서 유일한 참여권자이던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컴퓨터의 탐색·복제·출력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한 후 이 사건 컴퓨터에 대한 탐색을 시작하였고, 위 탐색 당시 이 사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불법촬영 영상물이 저장되어 있다는 피고인의 진술도 나온 상태였던 점, 그 후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이 선정될 무렵에는 이미 수사기관이 이 사건 컴퓨터에 대한 탐색을 어느 정도 진행하여 압수 대상 전자정보가 저장된 폴더의 위치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이 수사기관에 이 사건 영장의 집행 상황을 문의하거나 그 과정에의 참여를 요구한 바 없었던, 이 사건 영장집행 당시 피압수자의 참여포기 또는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절차 개시 후 선임 또는 선정된 그 변호인에게 별도의 사전통지를 하여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 판례나 수사기관 내부의 지침이 확립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 점, 수사기관은 이 사건 영장의 집행과정에서 피고인이 2011년경부터 피시방, 노래방 등의 화장실에 설치해 둔 몰래카메라를 통해 수백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촬영해 둔 영상물을 압수하였고, 그 중 296건에 대한 범행을 기소하였는데,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위 범행을 모두 자백한 점 등을 종합하면 수사기관의 절차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이 사건 영장의 집행을 통해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사법정의를 실현하려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1)

3. 전문증거에 해당하는 여부 (대법원 2021.2.25.선고 202017109 판결)

(1) 사 안

피고인이 강제추행으로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서 피해자가 제1심에 이어 원심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하여 범행 전후의 상황 및 범행 당시 피고인의 언행 등에 관하여 진술하였고, 1심과 원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하였다.

증인 A가 제1심 법정진술 중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이 추행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부분에 대해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의 존부에 대한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전문증거에 해당하나 피해자가 A에게 위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에 대한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A가 경험한 사실에 관한 진술에 해당하여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않고, 나아가 위 A의 진술도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한다고 판단하였다.

(2) 판결요지

() 다른 사람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는 요증사실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해진다. 다른 사람의 진술, 즉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전문증거이지만,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본래증거이지 전문증거가 아니다. 어떤 진술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가 되지만,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 또는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에 그 진술은 전문증거에 해당한다. 그 진술에 포함된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을 증명하는 데 사용되어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11조부터 제316조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증거능력이 없다(대법원 2019.8.29.선고 2018137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 원심의 판단은 피해자가 A에게 피고인이 추행했다는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에 대한 증거로 사용된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이나, 원심은 위와 같이 판단한 다음 A의 위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한다고 보아 A의 위 진술을 피해자의 진술 내용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였으므로 위 A의 진술은 전문증거에 해당하고,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316조 제2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각주)-----------------

1)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예외를 인정한 사례 ① 유류물과 임의제출물에 대해서는 영장없이 압수할 수가 있으므로 적법하게 압수한 후에 압수조서의 작성 및 압수목록의 작성·교부절차만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 대법원 2011.5.26.선고 2011도1902 판결, ?강판조각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규정된 유류물에, 차량에서 탈거 또는 채취된 보강용 강판과 페인트는 차량의 보관자가 감정을 위하여 임의로 제출한 물건에 각 해당한다. 따라서 강판조각과 보강용 강판 및 차량에서 채취된 페인트는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 위 각 증거의 수집과정에 영장주의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 할 수 없고, 나아가 공소사실과 각 증거와의 관련성 및 그 내용 기타 수사의 개시 및 진행 과정 등에 비추어 각 증거의 압수 후 압수조서의 작성 및 압수목록의 작성·교부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거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비추어 그 증거능력의 배제가 요구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② 압수·수색영장에 피의자의 성명과 죄명 등을 모두 기재하고 야간집행을 허가하는 판사의 수기와 날인, 그 아래 서명날인란에 판사 서명, 영장 앞면과 별지 사이에 판사의 간인이 되어있는 등 형사소송법상 영장의 방식을 대부분 충족하면서 판사의 서명날인란에 서명은 있으나 날인만이 없었던 경우(대법원 2019.7.11.선고 2018도20504 판결).

■ 이창현 교수는...
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전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및 변호사시험 시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