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채점기준표 공개하고 비판도 활성화해야”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 논문 통해 변시 개선 주장 형소 분리 출제‧문항수 축소 및 배점 상향‧기재례 공유 등 판례 소수의견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평가방식 전환 필요

2021-08-12     이성진 기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한지 13년, 변호사시험 시행 10년을 맞고 있지만 교육을 통한 새로운 시대의 법조인 양성이라는 제도 도입 목적 달성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변호사시험에서 채점기준표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비판도 활성화하는 등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양성과 전문성 제고까지 염두한 로스쿨 교육이 요약암기식 학습, 기초법학 궤멸, 선택과목 소외 등으로 화폐화하고 있고 여기에는 교육과 연계하지 않는 변호사시험 출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일반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더 큰 원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이치다.

3년의 짧은 교육 과정으로 법 전반을 꿰뚫으며 이론과 실무까지 습득하고 기본 7과목에 대한 선택형, 사례형, 기록형과 법률선택과목 사례형의 변호사시험을 통과해야만 하는 학생들은 그들 나름의 항변도 있기 마련이다.

이창현

이에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이창현 교수(사진)는 최근 형사소송법학회의 ‘형사소송의 이론과 실무’(2021년 제2호)에 게재한 「10년간 변호사시험 형사소송법 사례형시험의 분석과 개선방안」 논문에서 필연적 개선사항을 제시해 주목된다.

이 교수는 “변호사시험이 로스쿨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전제하며 지난 10년간의 형사소송법 분야 사례형시험에 대해 세밀하게 조사하고 진단했다. 특히 심혈을 기울여 배점, 문항수, 출제범위 추이를 분석했고 표준판례를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한지 여부도 검토했다.

이를 토대로 이 교수는 먼저 형법, 형사소송법 통합형 출제에서 각 분리한 독립 출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형법과 형소법적 쟁점이 혼합되는 사례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에도 이를 고집하다보니 억지의 비현실적 사례가 등장하고 또 1, 2문의 출제위원이 달라 쟁점이 겹치는 경우도 발생해 출제과정에서 서로 조정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통합형 출제는 기록형시험에서 충분히 발휘되도록 하고, 서로간의 차별성을 위해서도 사례형시험에서는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분리 출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형사법 사례형에서 제1회 변호사시험 제1문과 제2문에 배점이 20점인 문제를 2개씩 출제한 이후에 보통 6개 내지 7개의 문항이 출제됐고 제10회 변호사시험에서는 8문제가 출제됐다. 문항수가 는다는 것은 변호사시험이 단순 판례암기 테스트가 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로스쿨 학생들의 공부방법도 이에 따르게 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이창현

이 교수는 문항수를 줄여 배점을 최소 10점 이상으로 유지하자는 견해다. 관련 학설을 간단하게라도 논거를 들어 기재하고 이에 따른 판례의 입장이 무엇이며, 자신은 어떤 이유에서 어느 입장을 따른다는 검토 내용을 밝힌 후에 그 입장에 따라 사례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만일 판례와 입장이 다른 경우에는 판례 입장에 따른 해결방안도 제시하는 식의 논리적인 답안이 고득점을 할 수 있도록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판례의 소수의견의 논거와 결론까지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표준판례집을 고려한 출제가 이뤄지더라도 전원합의체 판례의 경우에는 당연히 소수의견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변호사시험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채점기준표의 공개도 절실하다고 했다. “시험문제의 채점기준을 공식적으로 할 수가 없으니 제대로 된 비판을 할 수도 없다”면서 “논쟁의 여지를 없애려고 채점기준표를 채점위원들만 한정해 공유하고 다른 교육관계자나 수험생들에게 비공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행정편의주의를 꼬집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변호사시험의 발전은 더욱 어렵고 로스쿨의 교육 개선을 위해서도 매우 부적절하다는 소신이다. 특히 시중의 일부 잘못된 내용의 기출문제집으로 인해 학생들은 효율적인 공부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 교수는 지난 4월 한 달간 이 논문에만 매달렸다 한다.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변호사시험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과 비판을 하고 계속 개선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는 논문 마지막 구절에서 그 간절함이 묻어난다.

참고로 이창현 교수의 이 논문은 한국형사소송법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험생들에게 지난 10회까지의 형소법 출제 흐름을 파악함으로써 학습 효율성을 올릴 수 있고 교육관계자들에게 공론적 가치로써 하나의 지향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