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20)-정치지도자가 반드시 본받아야 할 충무공 리더십

2021-07-09     강신업
강신업

충무공 이순신의 존재감은 역사에 선명하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 외에는 사실 그와 비교 가능한 사람조차 없다. 세종이 왕이라는 특별한 위치에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충무공은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백성의 영웅이다. 『선조수정실록 』은 “우리 군사와 중국 군사들이 순신의 죽음을 듣고 병영마다 통곡하였다. 그의 운구 행렬이 이르는 곳마다 백성들이 모두 제사를 지내고 수레를 붙잡고 울어 수레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실 충무공은 강직한 성품 탓에 3번의 파직과 2번의 백의종군을 겪을 만큼 관직 생활이 순탄치 않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충무공은 세계전쟁사에 으뜸가는 업적을 이루었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무엇보다 충무공이 갖고 있었던 4가지 특별한 리더십 때문이다.

첫째는 소통의 리더십이다. 충무공은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뒤 한산도의 통제영에 ‘운주당’이라는 건물을 지은 뒤 여러 장수와 의논하고, 지위가 낮은 군졸이라도 서슴지 않고 와서 말을 하도록 했다. 전투를 앞두고는 부하 장수들을 모두 불러서 계책을 묻고 전략을 세운 뒤 싸웠다. 그는 부하들과 수시로 전략 전술을 토론했는데, 가령 임진왜란 발발 1달 전에는 유성룡이 보내준 『증손전수방략(增損戰守方略)』이란 책을 전달받고 부하 장수들과 밤새 연구한 결과 그 책이 매우 훌륭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난중일기』에 기록하고 있다.

둘째는 유비무환의 리더십이다. 충무공은 전쟁을 앞두고는 항상 충분한 대비 태세를 갖추었다. 『난중일기』에서도 ‘요행과 만일이란 실로 병가(兵家)의 장구한 계책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듯이 먼저 전쟁을 위해 무엇이 우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따져 상황을 파악한 뒤 전쟁을 철저히 대비했다. 충무공은 조선과 일본의 군사력 차이를 잘 이용했다. 가령 일본 군선은 작고 견고하지 못한 대신 속도가 빠른 반면 조선의 군선은 크고 튼튼하지만 둔중하고 느린 것을 십분 이용하여 적선과 부딪히는 당파(撞破) 전술을 쓰는 동시에 돌격함 거북선을 제작해 조선 수군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했다.

셋째는 관민 통합의 리더십이다. 충무공은 민군 통합전비 태세를 훌륭히 강구했다. 가령 전쟁으로 군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백성들에게 소금 등 생필품을 제공해주고 반대급부로 식량을 얻었다. 『선조실록』에도 이순신이 육지에서 군수품을 공급하기 어려워지자 “일면의 바다와 포구를 부속시켜 주면 양식과 장비를 자급자족하겠다”라며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구워 팔고, 곡식 수만 섬을 비축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 한산도 군영에 생활 비품을 마련하고 백성이 이주해 살도록 하는가 하면 명량대첩에서는 여러 섬에 흩어져 정박한 피난선 100여 척을 수군의 뒤에 벌려 세우도록 해 전선으로 위장하는 등 민간 전력을 전쟁에 십분 이용했다.

넷째는 원칙고수의 리더십이다. 충무공은 ‘도성 밖의 일은 장수가 처결한다’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는 왕명을 받들어 전쟁터에 나가 있는 장수에게 조정이 구체적인 전술을 지시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목숨을 걸고 원칙을 지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가령 1597년 일본군 장수 고니시 유키나가 측이 경상우도 병마절도사 김응서에게 가토 기요마사의 행적을 알려주자 선조는 배를 이끌고 가토 기요마사를 잡도록 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그 정보가 속임수라고 판단해 따르지 않았고 이 때문에 ʻ왜장을 놓아주어 나라를 저버렸다ʼ는 모함으로 파직을 당했다. 하지만 훗날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을 때 이를 따른 원균이 칠천량 해전에서 조선 수군 대부분을 잃고 본인도 전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무공의 원칙 고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바야흐로 대권가도가 시작되었다. 지도자의 리더십은 나라를 구하기도 하고 나라를 파멸로 몰아넣기도 한다. 역사상 잘못된 리더십으로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고 나라를 피폐하게 한 예는 너무도 많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은 심각한 위기다. 충무공의 리더십을 갖춘 정치지도자의 출현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필자는 대한민국 정치지도자들이 앞다투어 충무공의 리더십을 본받을 것을 기대한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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