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 오탈자 어머니의 호소

2021-05-07     안혜성 기자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난 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발표 전부터 변호사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합격자 감축 의견을 내며 그 근거 중 하나로 부실 실무수습의 방지를 들었고 실제 합격자 수가 변호사업계가 주장한 1200명을 훌쩍 넘는 1706명으로 결정되자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실시하는 연수 인원을 200명으로 제한한다는 공언을 현실화했다.

‘연수 대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변협은 연수 제한은 부득이한 조치라며 합격자들의 실무수습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회원들에게 법률사무종사기관 등록을 독려하는 메일을 두 차례 보냈다고 하고 법무부는 올해 72명을 선발하는 실무수습 변호사 통합 선발을 진행하고 앞으로 통합 선발에 참여하는 기관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로스쿨협의회는 공공기관의 수습 기회 확대, 지방변호사회의 지역적 기반과 로스쿨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습처 개발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관계 기관의 협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이 당장의 수습처가 필요한 합격자들에게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같은 방안들을 내놓으면서 은근히 서로를 추켜올렸다가 또 책임을 돌렸다가 하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기자뿐일까.

그래도 합격자들의 처지는 낫다. 당면의 실무수습 논란 뒤편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절망과 좌절을 느끼고 있는 이들이 있다. 매년 반복되는, 갈수록 더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의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논쟁 속에서 등이 터지고 있는 수험생들과 불합격자들, 그리고 오탈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번 합격자 발표가 난 며칠 후 국민청원에 한 오탈자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의 서두는 해당 오탈자의 어머니가 직접 썼다는 편지로 시작된다. 어머니는 청각장애를 가진 딸과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들을 뒀다.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아들의 꿈을 지원하기 위해 아버지는 췌장암 말기로 투병을 하면서도 쉬지 못하고 일을 했다. 그 아들도 로스쿨에 들어가 공부를 하면서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엄청난 부채도 떠안게 됐다.

하지만 아들이 변호사가 된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어려운 상황, 힘겨운 나날을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난 후 그 희망은 사라졌다. 오탈자가 된 아들은 이제 다시는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어머니는 지금 그들의 가정에 희망과 용기를 달라고, 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꿈을 빼앗긴 아들은 말한다. 현재의 로스쿨 제도는 한 가족의 비극이 아니라 수많은 청년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고. 최근에만 투신자살을 한 로스쿨생이 3명, 오탈자가 된 후 암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난 이도 있다고 한다. 사법시험보다 사회적·경제적 취약계층의 법조계 진출에 유리하다며 자랑하던 ‘특별전형’은 10%대의 처참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보이며 8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빚만 잔뜩 쌓는 ‘희망 고문’이 되고 있다.

더 이상 피해자가 양산되는 것을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 소모적인 숫자 싸움을 벗어나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기준을 마련해 합격자와 불합격자 모두 승복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고 법률서비스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

로스쿨도 안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미 로스쿨간 교육 수준의 격차가 극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역량이 부족한 곳은 인가를 취소하고 다른 학교에도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나아가 예비시험 등의 우회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로스쿨의 높은 진입장벽에 대한 보완책이자 오탈자에게도 법조인의 꿈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너무도 많다. 이해(利害)는 잠시 내려놓고 시비(是非)를 따르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