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만족 못한 ‘변호사시험 합격자 1706명’…비판 이어져

2021-04-22     안혜성 기자

대한변협·법실련 등 연이어 법무부 규탄 성명 발표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1706명으로 결정된 가운데 합격자 증가와 감축 의견으로 대립한 양측 모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1일 법무부는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170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54.06%를 기록했다. 규모 면에서는 지난해(1768명)보다 62명 줄었고 합격률(53.32%)은 0.74%p 높아졌다.

당초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 등 변호사업계는 원칙적으로 1000명 이하를 합격시키되 급격한 감축이 어려운 상황이라도 1200명 이하로 합격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반대로 로스쿨협의회는 응시생 대비 60% 이상, 로스쿨원우협의회는 제1회 변호사시험 수준으로 응시생 대비 87% 이상 합격시켜야 한다며 맞섰다. 결국 이번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는 양측의 주장과 모두 큰 격차를 보인 셈이다.

제10회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22일 “정부가 또 다시 법조계의 절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법조 시장의 수용한계를 뛰어넘는 1706명으로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결정한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규탄 성명을 냈다.

대한변협은 “지난 3월 26일과 4월 8일 두 번에 걸쳐 법무부에 법조 시장이 수용 가능한 적정 변호사시험 합격 인원에 대한 의견서를 전달하고 이번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업계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인원 1200명 이내로 결정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연수비용 및 지도감독관 수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변협의 수용 가능한 연수 인원이 단 200명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객관적인 자료와 함께 공개적으로 밝혀왔음에도 법무부는 로스쿨의 부실한 학사관리로 인한 문제점, 폭증한 법조인접직역 인원과 법조 시장의 암담한 현실 등을 외면하고 또 다시 법조 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협은 “전국 변호사단체가 수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로스쿨 제도 도입 후 12년간 변호사 수가 3배 이상 폭증해 3만 명 이상 되는 동안 법조인접직역 정비나 행정고시의 폐지 등 제도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가 또 다시 합격자 수를 대량 배출 결정한 것은 변호사들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함과 동시에 부실한 학사관리로 인해 검증되지 않는 법률가를 양산한 것으로 법치의 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은 “법무부의 이번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을 규탄하고 향후 발생하는 일련의 법률시장 혼란에 대해 모든 책임이 법무부와 정부 당국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향후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 구성을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 중 대한변협 측 위원은 3명, 로스쿨협의회는 5명으로 이뤄진 부분에 대해 “공급자 중심의 인적 구성”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바꿔 대한변협 측 5명, 로스쿨협의회 측 3명으로 “수요자 중심”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정부는 매해 발표 당일 소모적인 합격자 수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후진적이고 자의적인 변호사시험 시스템을 철폐하고 시험공고 시 합격자 수, 합격자 결정 방법, 최소 합격 점수를 규정해 먼저 공고하는 등 변호사시험 선발제도를 시급히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도 “법무부의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대폭 감축 결정을 규탄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결정에 대해 법실련은 “법무부는 정부기관으로서 모든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합격자 수를 결정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국민의 이익을 저버리고 또 다시 일개 이익단체의 손을 들어줬다”고 평가했다. 대한변협의 주장과 달리 법실련은 법무부가 대한변협의 입장에 섰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법실련은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고 로스쿨의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할 법무부가 이미 변호사가 된 자만 위하는 것을 보니 과거 큰 아들을 위해 다른 온 자식들이 희생되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박범계 장관은 로스쿨의 어머니라더니 로스쿨은 어찌되든 관심 없고 변호사가 된 큰형만 사랑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제10회 변호사시험에서 공법 기록형 문제 유출, 법전 밑줄 허용, 선택형 시험 조기 종료 사태 등 운영·관리상의 부실을 드러낸 점을 지적하며 “출제 관리, 시험관리는 개판이고 로스쿨은 죽을 판인데 변협만 살 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