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호사는 자격이지 특권이 아닙니다”

2021-03-19     이성진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2015년 11월 18일, 늦가을비가 축축하게 내리던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대로변. 1천6백여명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들의 “사법시험 존치 반대” 목소리가 빌딩사이를 쩌렁쩌렁 휘저을 때, 한 사법시험 수험생이 ‘외제차, 명품시계 자제로 금수저를 세탁하는 로스쿨을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고 사시존치를 주장하고 있었다. 초췌하고 외로워 보이던 그 모습이 5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집회현장에는 “전관예우 양산하는 사(死)법시험 폐지하라” “로스쿨은 누구나 닿을 수 있는 법률복지를 실현합니다” “로스쿨 깎아내릴 시간에 수임료를 깎읍시다” “희망의 사다리보단 국민과의 어깨동무를 원합니다” “사법시험 병존으로는 사법개혁을 이룰 수 없습니다” 등의 글귀들이 “사시폐지, 사법개혁의 시작입니다”를 호위하며 펼쳐졌다.

집회를 주도한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장은 결의문을 통해 “‘반값 변호사’가 생겨나고, 국가 지원의 ‘마을 변호사’ ‘법률 홈닥터’ 제도로 인해 변호사들이 무변촌과 동네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어 가는 광경은 종래의 사법시험 체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라며 “로스쿨 제도는 높기만 하였던 법률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지고 국민에게 보다 가까이 감으로써 국민 권익의 향상이라는 소임을 다하고 있다”면서 로스쿨 제도를 변호했다. 특히 “사법시험 존치 주장의 모든 논지는 기득권을 공고히 다지기 위한 ‘변호사 수의 감소’로 귀결한다”면서 “과연 ‘변호사 수의 감소’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습니까”라며 신규 변호사 배출 확대를 주장했다.

만능특효약이어야 할 그 제도의 출신자들이 이제 와서 ‘배고픈 사자론’을 펴며 “로스쿨 정원 감축” “신규변호사 배출 축소” 등 밥그릇움키기에 나서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르다고나 하나, 해도 해도 너무한 듯하다. 충분히 예상은 했지만 태도전환이 이렇게들 빠를 줄은, 솔직히 기자는 예상 못했다.

대한민국 건국이래 기득권층 법조계는 연 30명, 60명, 300명, 600명, 800명, 1000명 선발 때도 연례행사처럼 “아사직전”이라며 신규 법조인 배출 확대를 거부해왔다. 공급통제를 통한 특권유지에만 급급했던 탓이다. 법조인력양성을 반세기 넘도록 근간을 지켰던 사법시험 제도에서 현재의 로스쿨 제도로 바꾼 이유 중에는 ‘다양한 전공에 법적소양을 갖춘 변호사를 대량으로 양성해 사회 적재적소에 공급’한다는 취지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법조계로 진출한 로스쿨 출신들은 그게 뭐냐며 딴죽을 걸 듯, 밥그릇과 특권 유지에 곁눈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날 외로이 맞서던 동시대의 한 사시존치 수험생의 절규를 비웃 듯.

▴우리는 시장에서 평가받고 싶습니다 ▴더 많은 변호사, 더 좋은 법률서비스 ▴서민을 위한, 동네 변호사 ▴사회에 봉사하는 법조인, 국민의 변호사 만들기 ▴로스쿨 취지 지켜내어 사법개혁 앞당기자 ▴변호사 수급은 시장에서 결정하게 하자 ▴우리는 국민을 위한 변호사가 되겠습니다 ▴83개 시·군은 아직도 무변촌 ▴변호사는 자격이지 특권이 아닙니다 ▴변호사 정원제한,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동네변호사, 옆집변호사 ▴그들만의 법조인이 아닌 국민들의 변호인이 되겠습니다 ▴법조인의 진입장벽을 허물라는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라 ▴사회에 봉사하는 법조인, 국민의 변호사 만들기 ▴벌써 잊었습니까, 법조카르텔 ▴우리는 ‘용’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국민 곁의 법조인이 되겠습니다 ▴법조귀족 사시 원해, 일반서민 또 속는다 ▴사시존치, 법조특권층 양산! 로스쿨이 답! ▴희망로스쿨, 희망고문 사법시험 등...

2010년 12월 6일 과천정부청사 집회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로스쿨 재학생들이 기수를 이어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를 강조하며 외쳐온 구호들이다. “단언컨대, 자격시험화는 국민을 위한 길입니다”라던 다짐들이, ‘떼쓰기’ 모양을 피하는 합격률 제고, 즉 ‘내가 합격하게끔 변호사를 많이 뽑아 달라’는 우격다짐이 아니었길, 혹여나, 지금도 우려한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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