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호사회, 긴급좌담회 열고 세무사법 개정안 위헌성 주장

2021-03-16     안혜성 기자

양경숙 의원안, 장부작성 및 성실신과 확인 업무 제외
김정욱 회장 “개정안은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 침해”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12일 긴급좌담회를 개최하고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제한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현개 국회 기회재정위원회에는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허용 범위에 관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3건 상정돼 있다. 그 중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변호사가 3개월 이상의 실무교육을 마친 경우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법률사무가 아닌 순수 회계업무에 해당하는 장부작성 대리와 성실신고 확인 업무는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변호사업계는 양경숙 의원안이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취지에 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한 이번 긴급좌담회에서도 개정안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김정욱 회장은 개회사에서 “세금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발생할 경우 개인은 자신을 대리하고 자신의 재산권을 보호해 줄 최적의 전문가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수행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양경숙 의원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축사를 통해 “양경숙 의원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해외 입법례와 비교해도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법무부, 법원행정처, 헌법학회 등 법조계가 모두 한 목소리로 이견 없이 위헌성을 문제 삼고 있다”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축사를 전한 한기정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은 “국회에서 변호사의 세무 업무 수행을 제한하는 법안이 다시 논의되고 있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로스쿨 제도가 정착되어감에 따라 유사 직역의 통폐합이 논의되고 있는 오늘날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진 대담에는 한국헌법학회장을 역임한 고문현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와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 최광선 전남대 로스쿨 교수, 설기석 법무부 법무과 서기관, 차상진 변호사가 참여했다.

고문현 교수는 “개정안은 형식적으로는 세무사의 업무 8가지 영역 중 장부 작성의 대행, 성실신고에 대한 확인 업무 2가지에 한정했지만 장부 작성 업무가 세무사 업무의 출발점이자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등 후속 업무의 연결고리”라며 “이를 배제하도록 한 입법자의 결정은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에게 세무사로서의 직업의 자유를 보장한 취지를 상실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형근 교수는 “양경숙 의원안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서 효력을 상실한 규정을 그대로 존치하겠다는 것으로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1항의 ‘헌법소원의 인용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는 규정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김정욱

최광선 교수는 “현행 법체계에서 포괄적 자격사인 변호사는 교육을 받으면 세무대리를 할 수 있지만 세무사는 포괄적 직무수행권이 없어 별도의 교육을 받아도 소송대리 등 변호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세무사법 개정안 중 일정 기간의 실무교육을 이수하면 세무사와 같은 정도의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안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봤다. 전 의원안을 채택하는 것을 전제로 최 교수는 “실무교육을 대한변협의 로스쿨 졸업자 연수 또는 변호사의 변리사 연수와 균형을 맞춰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설기석 서기관은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에 대해 세무대리 업무에 제한을 두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고 자격제도의 본질과 국민의 이익에도 반할 수 있으므로 변호사의 장부작성 대행 및 선실신고 확인 업무는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어 “변호사의 실무교육 이수를 전제로 세무대리 일체를 허용하는 방안, 2019년에 법무부와 기재부의 협의를 통해 만들어진 정부안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차상진 변호사는 “기장대리를 변호사에게도 허용함으로써 조세 불복 절차에서도 변호사가 장부를 바탕으로 법률적 근거에 기초해 대응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한층 더 고품질의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며 “기존 세무사들이 법률적 분석 없이 신고를 잘못해 막대한 가산세를 물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무영역에서 세무사들이 조세 불복 절차를 대행하면서도 위법성에 관한 논증에서 명확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세무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세무사법이 변호사의 등록 및 세무사 자격 취득에 대한 규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지난 2003년 개정된 세무사법은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제도는 유지하면서 세무사로서 등록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개정법 시행 당시 이미 세무사의 자격을 가진 변호사와 사법연수생, 사법시험 합격자 등은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개정법 시행 이후 사법시험 또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는 세무사 자격은 있지만 세무사 등록을 하지 못하게 됐고 그 결과, 세무대리 업무를 하기 위해 세무사 등록을 요구하는 세무사법에 의해 사실상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나아가 지난 2017년 12월 26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세무사법은 2018년 1월 1일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자부터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지 못하도록 했다.

즉, 개정안의 적용 대상은 2003년 개정법 시행 후부터 2018년 1월 1일 전까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세무사 자격은 보유하고 있지만 등록을 하지 못해 세무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던 변호사들에게 세무업무를 허용할 것인지, 또 허용하는 경우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8년 4월 26일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의 세무 대리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헌재 2018. 4. 26. 2015헌가19)”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다만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제한하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로 하여금 세무사로서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데 있고 이들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의 범위, 대리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와 내용은 입법자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