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의 감정평가 산책 199 / 보상투기의 역설

2021-03-12     이용훈
이용훈 감정평가사<br>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보상 투기 행태가 뭇매를 맞고 있다. LH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다. 신도시 하나 뚝딱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1기, 2기로 불리는 신도시 작품이 있고 3기 신도시 제작은 진행 중이다. 택지를 만들 수 있는 지역을 고르고 그 경계를 확정하는 실무를 그들 손에 맡겼다.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연일 쏟아낼 때도 하루 이틀 전 대책을 잘 정리한 글이 시중에 돌았다. 그 정보에 접근한 자가 빼내 지인에게 보낸 게 그런 식으로 정보력이 취약한 말단 계층까지 퍼진다. 어느 곳에 언제 택지를 개발한다는 정보의 원 출처는 LH직원일게 뻔하다. 그들이 사심을 드러내 터진 일이다.

정보보호, 보안각서 뭐 이런 것들이 있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책임 추궁하면 되고, 외부적으로는 위법행위로 단죄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수습하려 해도 국민적 공분은 조금 더 지속될 것이다. 정치인, 관료 등에 대한 불신 사유에는 ‘직위를 이용한 축재’가 있다. 국민들은 투기에 동참한 직원과 그 가족을 똑같이 볼 것이다. 그들은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으로 생채기가 난 국민 가슴을 후벼 파는 파렴치한으로까지 욕을 먹을 것이다. 자초한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볼 일이 있다. 감정평가의 영역에서 보면 ‘정당 보상’의 논점이 숨어 있다. 위법행위나 지탄 받을 일을 떠나 그들의 정보 선점과 발 빠른 투자가 성공적이라는 말은, 모든 택지지구에서 최소한 피수용자에게 헐값 보상을 해 주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개발지구로 지정 전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누군가는 자발적으로 그들에게 부동산을 팔았다. 매매는 쌍방의 합의에 기초한다. 조금 양보할 수는 있겠지만 급박한 사정만 없다면 평소 받고 싶었던 가격으로 물건을 내 놨을 것이다. 오히려 다급한 쪽은 투기꾼이다. 매매가 조금만 지체돼도 땅 짚고 헤엄칠 가장 안정적인 고수익 투자를 놓친다. 나 같아도 시세보다 조금 더 얹어주고 산다. 그런데 보상금을 받아 수익이 많이 났다는 말이다.

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땅 값이 올랐으니 수익 나는 건 당연하다고 말할 사람 있을 것이다. 토지보상법으로 보면 그게 아니다. 당해 사업으로 인한 가격의 증감은 반영하지 않는 것이 보상평가의 대원칙이다. 그런데도 최소한 개발지구로 지정 전 정상적으로 매매한 가격 이상에서 보상금이 결정된 게 아닌지. 지구 지정과 보상 시기의 차이로 인한 정상적인 지가변동의 역할도 있다. 최근 본인의 취득금액 이하로 보상금이 나와 헐값 보상을 주장하는 측은, 대부분 비정상적으로 높은 금액에 취득했음이 분명하다. 그게 본인의 오판이든 보상브로커의 펌프질이든 간에.

개발지구 지정 전 보상투기 목적으로 취득한 부동산 매입가격을 그 당시 모든 원주민의 정당한 재산 가치로 본다면, 헐값 보상은 결국 없다. LH직원이 간접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보상금이 취득금액에 몇 년의 이자비용을 더한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더라도 주택입주권, 농업손실보상, 대토 등의 추가 혜택까지 합해 꽤 남았다면 더욱 그렇다.

정당한 보상액은 ‘공익사업이 없었을 경우의 시장가치’여야 한다. 공익사업으로 파생되는 개발이익을 원주민까지 향유할 권리가 있느냐의 논의는 그 다음 일이다. 보상투기자가 의도치 않게 명명백백 밝혀 준 사실 하나는, 모든 공익사업의 보상금은 공익사업이 시작되기 전 자발적으로 팔려 했던 가격 이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필자에겐, 범법자가 ‘현재 토지보상법은 정당 보상을 실현하고 있어요.’ 외쳐 준 걸로 들린다. 이런 시각을 당사자인 감정평가사가 아니라 여러 언론에서 다뤄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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