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법전 밑줄 허용’에 응시생들 ‘밀봉’으로 항의

2021-01-09     안혜성 기자

응시생들 “밑줄 치지 않고 시험 치렀다는 것 증명”
“법무부의 조치는 비상식의 상식화 만들어” 비판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변호사시험이 치러지는 중간에 법무부가 방침을 바꿔 시험용 법전에 밑줄 긋기를 허용한 것에 대해 응시생들이 ‘법전 밀봉’으로 항의했다.

변호사시험은 논술형으로 치러지는 사례형과 기록형시험에서 법전을 참고할 수 있도록 허용되고 있으며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통상 매 교시가 종료되면 법전을 수거하고 다음 교시에 재교부하는 형태로 법전이 제공됐다. 변호사시험 외에도 과거 사법시험, 노무사시험 등 시험용 법전을 제공하는 다른 시험들도 법전에 메모나 밑줄 등 표기를 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치러진 제10회 변호사시험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제공된 법전에 본인의 성명을 기재하고 각자 책상 위에 보관해 시험기간 중 계속 사용하도록 변경됐다. 법무부는 지난 2일 이같은 내용을 알리며 법전에 메모를 하거나 시험실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것은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부정행위자로 간주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제10회

그런데 일부 고사장의 일부 감독관들이 시험시간에 법전에 형광펜 등을 사용해 밑줄을 그어도 괜찮다고 허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을 빚었다.

한정된 시간 내에 최대한 빨리 필요한 법조문을 찾고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 사례형, 기록형 시험에서 주요 조문에 밑줄 등의 표기가 있는지 여부는 시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법전을 쉬는 시간에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메모와 밑줄 등을 허용함으로써 해당 밑줄 등이 시험시간에 표기된 것인지 쉬는 시간에 표기된 것인지 식별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일부 수험생들은 법무부에 항의를 했고 법무부는 7일 13시 30분경 ‘법전에 밑줄 가능, 형광펜도 가능’이라는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응시생들은 법무부가 실수를 덮기 위해 부정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비상식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서울대 인문관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른 응시생들은 법무부의 조치에 대한 항의의 의미와 향후 발생할 형평성 문제 등에 대해 대처하기 위해 시험이 끝나면 응시생들이 가지고 가던 법전을 밀봉해 수거하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번 단체행동에 참여한 응시생 A씨는 “비상식의 상식화를 만든 법무부의 조치에 대해 소극적으로나마 항의하는 의미”라며 이번 단체행동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번 지침은 부정행위로 쉽게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인데 법무부가 실수를 덮고자 부정행위를 부추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우리는 법전에 밑줄을 치지 않고 시험을 치렀다는 것을 법전 밀봉을 통해 증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관이 시험을 치르기 전에 응시생이 법전을 훑어 넘기는 것을 보는 식으로 확인은 하는데 그런 식으로 밑줄이나 메모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부조리하다”고 비판했다.

응시생들은 각자 불투명한 봉투에 법전을 한 권씩 넣어 밀봉을 하고 봉투 외부에 이름을 기입해 박스에 담아 수거했고 이는 서울대 로스쿨 학생회로 보내 보관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단체행동은 서울대 로스쿨이나 학생회와 관계없이 제10회 변호사시험 응시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으며 수거한 법전의 향후 사용 방안 등에 대해서는 응시생들의 의견을 취합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코로나19 확진자의 응시 허용 여부 및 법전 밑줄 허용, 공법 기록형 문제 중 일부가 모 로스쿨의 모의고사 자료와 매우 유사하게 출제됐다는 의혹 등 여러 논란 속에서 치러진 이번 변호사시험의 결과는 오는 4월 23일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