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다니는데 육아시간 특별휴가 사용’ 문제없다?

2020-10-27     안혜성 기자

경찰청, 관련 감사 요구 “필요성 없다” 거부 답변
사준모 “특별휴가제도 악용하는 선례 남겨” 비판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다니는 경찰관이 육아시간 특별휴가를 악용하는 문제에 대한 감사 요청을 경찰청이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사법시험 준비생 모임(대표 권민식, 이하 사준모)은 지난 25일 경찰청이 감사요청을 거부한 사실을 밝히며 “이것이 선례로 남아 앞으로 경찰뿐만 아니라 다른 공무원들도 로스쿨에 다니는 경찰들처럼 육아시간 특별휴가를 편법으로 악용할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8일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와 관련해 공무원 특별휴가제를 이용해 로스쿨에서 수학하는 경찰관들의 사례를 전하며 이 중에서는 ‘육아시간’을 100회 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사준모는 9일 경찰청에 현직 경찰 신분으로 로스쿨에 입학한 자에 대해 ‘휴직의 목적외 이용 등’의 징계사유가 있는 경우 징계를 하고, 현직 경찰이 로스쿨에 입학해 업무량이 많지 않은 곳에 근무하며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 등에 대한 시정책을 마련해달라는 감사를 청구했다.
 

사법시험

경찰청은 22일 사준모의 감사요청을 거부하며 휴직의 목적 외 사용으로 적발된 사례가 없고, 특별휴가는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부여하는 것이 원칙이며 육아시간은 만 5세 이하의 자녀를 둔 공무원에게 24개월간 1일 2시간의 범위 내에서 부여하는 특별휴가의 한 종류로 공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사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 등을 제시했다.

현직 경찰 신분을 유지하면서 로스쿨에 진학한 이들의 근무지 등에 관해서는 “경찰공무원을 보직할 때는 임용예정 직위의 직무요건과 해당 경찰공무원의 인적요건을 고려해 직무의 전문성과 능력을 적절히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보직하고 있다”며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사준모는 “미혼인 공무원들은 이용하지 못하는 육아시간 특별휴가제도는 말 그대로 아이를 양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해야 하는데 로스쿨에 다니는 경찰들은 이를 편법으로 악용해 제도적 목적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경찰 조직에서 육아시간 특별휴가를 다른 목적으로 악용하더라도 징계도 없고 개선책을 마련하지도 않아 선례로 남게 됐다”며 우려했다.

특히 비공무원 법조지원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준모는 “주간에만 운영되는 현행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생계를 포기해야 하는 일반 직장인들, 취업난에 구직을 포기하고 로스쿨에 진학하는 로스쿨 재학생들, 학자금 대출을 받아 재학하는 로스쿨생들, 군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로스쿨생들 등에 비해 현직 경찰 로스쿨생들은 국가에서 주는 세금으로 금전적으로도 부족함 없이 로스쿨에 진학하는 특혜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야간, 온라인 로스쿨이 없을 뿐 아니라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고 법조인이 될 수 없게끔 설계된 현행 로스쿨 제도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면 로스쿨에 진학하고자 하는 경찰들도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경찰을 그만두고 진학하는 게 로스쿨 입법취지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나아가 현재와 같은 주간 전일제 로스쿨로 법조인 배출 경로의 일원화가 유지될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사준모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로스쿨은 대면 수업을 거의 진행하지 않고 있음에도 등록금을 인하할 의향은 없어 보인다”며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올 로스쿨 등록금 자료를 언급했다.

이들은 “전국 25개 로스쿨의 연평균 등록금은 1424만 7천원으로 전체의 88%인 22곳의 한 해 등록금이 천만 원을 넘었다. 고려대 로스쿨은 한해 등록금이 무려 1950만원에 이른다”며 “학교 강의도 온라인으로, 학원 강의도 온라인으로 듣고 있는 코로나 시대에 과연 이렇게 비싼 학비를 내는 로스쿨 제도가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변호사시험의 석차를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로 사교육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로스쿨의 도입 목적은 점점 더 그 의미를 잃어갈 것”이라며 “코로나19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로스쿨 제도가 아닌 새로운 법조인력양성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로스쿨 문턱을 낮추는 제도적 보완으로 신사법시험이나 예비시험 등의 도입도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