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헌재소장 내정과 대법원장의 사과

2006-08-18     법률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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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1988년 위헌법률 심판과 탄핵 심판 등을 통해 헌법을 수호하는 기관으로 창설됐다. 헌재는 헌법재판권을 행사함으로써 헌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국가 근본법인 헌법을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다. 3권분립 아래 행정, 입법, 사법행위가 헌법의 기본 원리와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최종 판단하는 곳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통해 국가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정치세력간 극한 투쟁을 예방, 사회질서를 평화적으로 유지해 나간다. 따라서 헌재소장이나 헌법재판관에게는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의 후임으로 전효숙 헌법재판관이 내정됐다. 헌재소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를 거친 후 대통령이 임명토록 돼있다. 전 내정자는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헌법재판소가 설립된 이래 18년만에 첫 여성 헌재소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전 재판관의 헌재소장 내정은 헌법재판소의 국가적 중요성과 역할, 내정자의 경력과 소신, 여성 헌재소장의 발탁 등으로 국민과 법조 및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코드인사' 공방이 일고 있다. 대한변협은 "헌재의 결정들이 공정성을 의심받거나 정치적 분쟁을 야기해 국민 전체의 불신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전 내정자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반면 헌정사상 첫 여성 헌재소장에 대한 기대와 환영의 분위기도 있다. 참여정부 들어 첫 여성 총리에 이어 헌재소장에 여성이 다시 발탁되자 여성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이를 환영했다.


문제는 전 내정자가 대통령과 국회를 견제, 국가권력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권력 통제기관으로서 기능을 수행하는데 적합인 인물인가에 있다. 헌법수호기관의 수장으로서 정치적 외풍을 막고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지켜낼 경륜과 철학을 겸비하고 있느냐에 있는 것이다. 헌재소장이나 재판관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는 누구에 의해 지명되든 이에 개의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내는 일이다. 그러나 헌재 재판관들의 그간 모습은 그리 만족스러운 것이 못 됐다. 재판관들이 정치·이념이 맞붙은 사건에서 누가 자신을 지명했는지, 누구와 사적 인연이 있는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자신들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새 소장과 새 재판관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요구된다. 3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가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를 통해 국민 기대에 맞게 검증해야 한다.


새 헌재 소장이 공식 내정되던 날 이용훈 대법원장이 법관의 비리행위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법부 수뇌의 대국민 사과 발표는 사상 두번째다. 이 대법원장은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사법에 대한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으며 법관의 판단에 대한 회의의 눈초리가 따갑게 느껴지는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날 법원장회의를 통해 법조비리 근절대책으로 법관재임용 심사강화와 법관징계시효 연장, 법관감찰 강화, 법관징계위 외부인사 참여 등의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런 조처들은 이미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던 사법개혁위원회 등에서 제기됐던 사안들이다. 대법원장의 사과와 자성이 일회성 구호로 그치지 않으려면 철저한 감시 시스템과 적절한 처벌이 뒤따라야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사법부 거듭나기는 실천에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