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90 / 3기 신도시 토지보상(2)

2020-09-18     이용훈
이용훈

국민 특히 수도권에 거주하는 무주택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대규모로 조성한다는 3기 신도시. 1기와 2기 신도시를 거쳐 삼 세 판이다. 후보지역 선택, 조성계획 발표, 보상과 이주, 착공과 분양, 입주와 안정 이런 통상의 절차를 거친다. 현재 보상을 앞두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토지보상평가를 목전에 두고 있어서다. 정부는 집값 안정, 국민은 내 집 마련, 토지소유자는 정당 보상, LH 등은 조속 사업진행을 떠올리고 있다. 동상이몽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속내와 바람이 충돌하는 현장에서, 각자의 시각으로 이 사업장을 바라보면 전체 윤곽이 드러나고 격돌지점이 뚜렷해진다.

개발을 억제하려고 묶어 놓은 개발제한구역을 과감히 풀고, 공공건물의 이전을 추진하고, 골프장을 비롯해 국가 소유의 빈 땅을 서둘러 개발하는 이유는 아파트 공급 때문이다. 이성을 잃은 듯 전 국민이 수도권 아파트를 사겠다고 몰린다.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난 건 아파트 가격이 달음박질해서 이 때라도 잡아야 한다는 절박감이다. ‘기다렸다가 청약으로 구입하세요.’ 달래봤자 소용없다. 눈앞에서 몇 달 사이 작게는 몇 천만 원에서 수 억 오르는 게 다반산데 여유와 이성 운운하는 건 안 먹힌다. 조세정책으로 눌러봤다. 효과는 결국 나타나겠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정부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한다는 분명한 신호, 그게 정부의 신도시 조성 목적이다. 새 아파트를 서울 도심과 외곽 그리고 주변지역에 상당수 제공하겠다는 계획이 구체적일수록 시장은 안정된다. 사전청약을 생각해낸 것도 이런 안정감을 조금이라도 일찍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보상현장의 잡음은 나중 일이다. 이런 청사진 하나로 정부는 만족할 수 있다. 이게 정부의 솔직한 입장이다.

정부의 공식 사업자대행 LH 등은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 개발업체다. 우리 국토의 대부분은 이들 손을 거쳤다. 논밭과 산지를 도시로 변화시키는 마술사다. 개발자에게 이 사업은 ‘저 위험 고 수익’ 상품이다. 국가의 공권력을 등에 업었다. 리스크는 사실상 제로다. 노하우가 쌓였다.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투입비용과 매출은 일찍이 정리돼 있다. 과연 얼마나 고수익일까? 보상금은 논밭과 산지의 가격이고 이게 기본적인 투입비용이다. 도로, 하수도, 공원 등 기반시설 조성하는데 그렇게 큰 돈 안 든다. 목돈 들면 또 어떤가. 상품 가격은 비용 베이스로 결정되므로 원재료와 가공비용은 매각가격에 다 녹아 들어간다. 게다가 토지를 공개매각하면 낙찰가는 공급가격의 2배를 가볍게 웃돈다. 위험이 제어되고 수익이 보장되는 황금알 사업에서 관건은 시간뿐이다. 현장 잡음 없이 무난하게 굴러가면 족하다. 사옥 앞에 와서 붉은 띠 두른 소유자의 집단행동은 애교에 불과하다. 시간 지나면 다 해결될 일. 가장 마음 편하게 이 사업을 바라보고 있는 당사자다. 시달려봤자 실무자만 그렇다.

국민은 중립적이다. 무관심과 동병상련, 야박함과 안타까움이 공존한다. 그 때 그 때다. 정부가 나서서 질 좋은 아파트 공급한다니 일단 박수친다. 청약점수를 살펴보고 가능성 높으면 상품 출시만 기다린다. 내 부모와 친척 땅이 있다는 소식 들으면 갑자기 얼굴색을 바꾼다. 헐값에 땅을 빼앗아간다는 그들의 격정에 함께 분노한다. 그러다가 뉴스에 현혹된다. 토지보상금 수 십 조원이 흘러넘쳐 주변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린다는 전형적인 기사다. 혹 분양받지 못했을 때 대안으로 생각한 옆 집 낡은 아파트마저 손 안에서 사라질까 걱정이다. 온갖 생각이 교차한다. 쫓겨나는 원주민 기사에 동정론을 펼 때도 있다. 때마다 생각마다 들은 얘기마다 이렇게 갈팡질팡이다. 제 3자이기 때문이다.

토지소유자, 세입자는 기본적으로 분에 차 있다. 나가기 싫은데 떠나기 싫은데 접기 싫은데 고향과 집과 사업장과 이별해야 한다. 서울 근교 조용하고 안락하고 안정적인 거처를 잃게 됐다. 장사 잘 되는 유명맛집은 장소 옮겨 롱런하지 못한다는 불안감도 있다. 정과 유대감으로 뭉친 공동체의 해체를 근본적으로 두려워할 수도 있다. 주관적인 토지가격과 LH 등이 제시하는 보상가의 괴리 때문에 악에 바친다. 띠 두르고 함께 모여 데모하고 극단적으로 드러눕고 자결로 위협하는 이유다. 생을 정리할 즈음에 내야 할 양도세를 억지 매매로 내게 생긴 건 황당하다. 그들 중에는 복권 탄 사람도 있다. 팔고 싶은 수 만 평의 선산을 이 때 아니면 정리할 수 없는 사람. 절대 그 가격에 팔 수 없는 땅을 사 준다니 얼마나 행복한가. 변심 없는 매수자와 틀림없는 매매계약에, 원하면 땅으로 되돌려 줄 수도 있다고 한다. 서둘러 팔면 협의양도인으로 보아 혜택을 더 받고 신도시에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권도 챙겨 준다는 소식까지. 불행해진 사람 틈에 생활 형편 펴는 사람이 공존한다. 수 년 전 보상 투기로 들어온 외지인은 수익률 계산하고는 흐뭇하다. 이렇게 다들 사정 복잡하다.

이해관계자들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 그 틈바구니에 협의를 전제했을 때, 강제 수용을 전제로 한 토지와 건물 등의 가격을 결정하는 감정평가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 간다. 소송을 독려하려, 세무 자문을 위해, 철거와 공사업체로, 분양과 중개 목적으로. 그런데 유일하게 법에 의해 출입을 허용하고 법에 의해 업무를 배정받은 사람, 그들이 감정평가사다. 피 터지는 현장에 자의반타의반 투입된다. 이들의 사정도 복잡하다. 당사자로서 기회 된다면 직접 속내를 밝힐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용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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